[[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
식량자급률이 30%도 안 되는 한국인들이
유전자조작(GMO) 옥수수를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코미디"라고 주장해 파문을 낳은 이철호(낙농학 박사)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가 식품회사들이 출자해 만든 단체 회장으로 일하며 업계 논리를 대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한국전분당협회가 "GMO옥수수 5만 톤을 수입하겠다"고 밝힌 뒤 환경단체들이 국민건강권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나서자, 이철호 교수는 신문 칼럼과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가 GMO식품 안전성을 홍보해서 곡물파동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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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 미국은 옥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고 있다. 벌써 125개 바이오에탄올공장이 건립중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공격적인 바이오에탄올정책에 우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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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전도사' 나선 교수, 뒤에는...
이 교수는 지난 1일 <동아일보> 칼럼을 통해 "미국이 옥수수를 비롯한 식량자원을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하면서 세계시장의 곡물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GM식품을 기피하는 탓에 비GMO옥수수를 수입해 식용 전분과 물엿 등 식품재료를 생산하는 전분당산업의 연간 추가비용이 2000억 원을 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미국에서 해마다 생산되는 콩의 90%, 옥수수의 75%가 GM곡물"이라며 "미국은 아무런 표시 없이 식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인도 먹고 일본도 안전성 검사를 통해 식품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한 GM식품을 한국인들이 기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식량자급률이 30% 수준인 나라에서 한반도에 비상사태가 발생해 외국 화물선이 닿지 못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굶어야 한다는 의미도 모른 채, 세계인이 모두 먹는 GMO농산물을 한국인들이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그 자체로 코미디"라고 비꼬았다.
그는 "식량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현재까지 모든 과학적 근거에 의해 안전하다고 인정된 GM식품에 대해 언론이 부정적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이 자꾸 GMO농산물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쓰면 "이 나라에 심각한 식량위기와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앞으로 비GM 식품원료를 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서 현재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한국 소비자들에게 GM식품이라고 표시된 음식을 어떻게 사먹게 할 것이냐"고 책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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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호 교수가 1일자 <동아일보>에 쓴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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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 연구하는 학술단체? 친GMO단체?
그러나, 이 같은 그의 논리는 농업경제학계의 입장이라기보다 식품회사의 업계 이익과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그가 회장으로 재직 중인 한국국제생명과학회(
www.ilsikorea.org)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4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한국국제생명과학회가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보건과 식품안전·영양문제를 연구하는 학술단체"라고 밝혔으나, 사실 이 단체는 세계적인 다국적 곡물기업인 몬산토를 필두로 GMO농산물을 직접 생산하거나 수용하는 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학계에서도 한국국제생명과학회는 '친GMO 쪽'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표적인 회원은 CJ주식회사·코카콜라·롯데중앙연구소·두산 R&D센터·농심·풀무원 등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이름 높은 식품회사들로 국민건강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GMO작물과 사료의 안전성 ▲트랜스 지방의 국제기준 및 규제동향 ▲식품첨가물의 국제적 안전기준 ▲식중독균의 안전관리 ▲MCPD 등 위해물질 안전기준 등을 다루는 분과위원장은 손세근 CJ주식회사 상무이사가 맡고 있다.
이 교수 스스로도 회장 인사말을 통해 "본회의 회원은 식품업체이므로 회장은 업체의 요구에 부응하는 학술활동을 전개해야 하는 특수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며 "이 단체의 세계조직에서 거론되고 발표되는 식품안전과 위생·영양·환경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번역해 회원사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그는 "국내 식품관련 학회와 관련 정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우리 식품산업의 과학적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하겠다"며 "우리 식품기업 스스로 식품에 대한 불필요한 사회적 오해나 관리당국의 간섭을 해소하고 우리 식품산업의 사회적,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일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철호 교수는 이 같은 글을 통해 스스로 '충직한 식품회사의 대변인'임을 자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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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국제생명과학회 사이트. 회원이 모두 거대 식품기업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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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출연했지만 과학적 판단 근거해 발표한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국제생명과학회는 과학NGO로 WHO와 UN FAO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출연해 연구소를 만들었지만 기업의 편만 들지 않고 과학적 판단에 근거해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내가 쓰는 것은 학자적 양심에 따라 쓰는 글들"이라며 "코카콜라가 회원사이지만 평소 임산부들은 콜라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쓴소리도 한다"고 주장했다.
GMO옥수수 수입에 대해 관대한 이유는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가인 미국이 GM식품을 먹고 있다"며 "한국 사람이나 미국사람 모두 똑같은 인체구조를 갖고 있는데 미국에서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받은 GM식품이 한국 사람들에게 유해할 리 없다"는 논리를 폈다.
특히 "한국의 식량 자급자족율이 매우 낮은 현실에서 소비자단체들이 무작정 'GMO식품 반대' 입장만 외치는 것은 문제"라며, "앞으로 GM식품 이외에는 해외에서 수입할 식량이 없어질 텐데 자꾸 안전성만 탓하면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고 우려했다.
원유고갈과 바이오에탄올 생산증대로 국제 곡물가는 치솟고, 국내 식량자급률은 저조한 가운데 국민이 선택할 것은 '값싸게 많이 들여올 수 있는 GMO'뿐이라는 것이다. 자급자족도 못하면서 GMO농산물에 대한 인체유해성을 따지는 게 우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은진 원광대 교수는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고 주는 대로 먹으라'는 논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농업경제학자나 정부가 정말 우리 국민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반론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GMO농산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아프리카 국가들 대다수가 GMO원조를 받지 않았다"며 "미국은 유럽이 지나치게 식품안전성 문제를 따진다고 비난하지만 '사전예방' 차원에서 식품안전성을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밝혔다.
생명윤리를 연구하는 또 다른 학자는 "몬산토 같은 다국적 종자회사(전 화학회사)의 논리를 대변하는 미국의 로비단체와 같은 형태의 '로비그룹'이 한국에도 연구집단의 탈을 쓰고 활동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돈을 받아 연구하는 학자들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연구결과를 내놓겠냐"고 씁쓸해 했다.
<엄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