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신세계 이마트에 3년 납품 대가는 20억 적자와 자살?'

곡산 2008. 3. 6. 09:05
'신세계 이마트에 3년 납품 대가는 20억 적자와 자살?'
민동훈 기자 / 2008-03-05 17:35
신세계 이마트와 수년간 해오던 거래를 재개하려던 하청업체의 사장이 이마트의 횡포를 비판한 뒤 분신 자살을 시도해 지난 2월 3일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노동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하청업체 사장은 1월 21일 이마트 본사가 있는 이마트 은평점 인근 주유소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고 인근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월 3일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이 사건은 단편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유통업체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와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하청업체 사장의 분신자살은 노동계의 울림이 되었던지 노동계가 직접 나서 신세계 이마트의 횡포에 항의하고 나선 상태. 민주노총 산하 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형근, 이하 서비스연맹)은 2월 27일 이마트 은평점 앞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마트의 불공정거래 횡포를 항의하며 유족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고인이 남긴 이마트의 횡포는 이랬다. 유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2001년 이마트에 수산물을 납품을 해왔으나 이마트측에서는 판촉사원 채용강요, 일방적 매장 철수 등의 불공정행위를 강요해왔고, 자신은 물론 동생, 큰아버지까지 신용불량자가 되면서까지 이마트와의 거래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건 20억 가까운 적자였다. 결국 2005년 회사는 부도처리됐다. 고인은 특허상품을 개발하는 등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이마트의 문을 두드렸으나 이마트는 고인의 아이템을 다른 업체에 빼돌리는 등 사실상 성실한 중소기업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차사장의 죽음에 분노한 유족들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마트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운의 주인공은 밥고래푸드 차병국 사장(45세). 고인은 이미 파산한 'ㅇ'모 사를 운영하던 2001년부터 이마트에 반건조 어류 수산물 제품을 납품했다. 이마트의 요구로 그는 납품을 위해 수억원짜리 포장기계와 포장지도 구입했으나 판매실적 부진으로 두 달만에 철수명령을 받았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를 위해 2003년 다시 이마트와 거래를 재개했다. 그러나 매장당 3~4명의 판촉사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004년에 매장을 철수했다.

유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이마트 본사와 재고와 판매직원의 월급 및 모든 매장 관리비까지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수수료 매장계약'으로 인해 높은 비용부담을 떠안았고 이를 고민하던 고인은 자신의 상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제소한 바 있으나 결국 이마트의 합의 종용으로 합의후 제소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에게 판매직원 채용을 강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 될 것"이라며 "수수료 매장계약은 매장안에서 장사하기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밖에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고인은 자금압박을 못이겨 2005년 부도를 내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2006년 지인들의 도움으로 밥고래푸드를 설립하고 화산재를 이용한 냉동굴비 제품의 특허를 내는 등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다.

다시 일어나서 위해 고인은 이마트의 문을 다시 두드렸지만 돌아온 건 사업확장을 종용하는 이마트의 요구였으며 이 과정에서 이마트는 고인에게 사업장의 이동과 협력업체까지 소개시켜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마트는 결국 밥고래푸드 제품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신용불량자와는 거래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었다는 것이다.

이마트와 유가족들의 공방

그러나 이마트측은 자사의 횡포를 감추기에만 급급했고, 심지어는 유족들에게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3월 4일 고인의 형 차병호씨와 접촉한 이마트 수산팀 관계자들은 경찰이 중재를 위해 동석한 자리에서 "민주노총과 연계해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마트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치료비와 장례비용을 지급할 생각이었으나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마트 "어차피 창피는 당할 만큼 당했으니 법대로 하자 우리는(이마트)는 직원이 과로사해도 30만원 밖에 안준다"고 폭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마트측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유가족들의 주장과는 달리 고인이 납품하려던 제품이 품질 상에도 문제가 있었으며 무리한 납품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바이어가 고인과 납품협상 과정에서 '사업장을 옮겨라', '포장재질을 바꿔라' 등의 요구를 했다는 것은 유족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이는 고인을 배려한 바이어의 노력이었다. 몇년간 거래도 없던 업체 사장이 갑자기 찾아와 납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바이어는 최대한 고인의 입장을 받아드리려 노력한 것"이고 "이를 통해 최상의 제품이 생산되면 고인에게도 분명 이익이 되는 일이었음에도 이를 가지고 유족들과 연맹 측에서 대형유통업체의 횡포라며 기자회견까지 열고 비난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전했다.

신용불량자라는 소리를 듣고 격분해 분신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 "확인 결과 우리 측 바이어와 사업협의 중 고인이 스스로 자신을 '신용불량자'라 표현하면서 잘 봐달라라고 한데 대해 바이어가 그런 내용은 국가에서 신용불량회복 프로그램 등이 있으니 이를 잘 이용하면 될 것"이라 했다는 것이다.

또 "자체적으로 알아본바에 따르면 모 홈쇼핑업체에도 고인이 납품을 해왔다. 이마트와 거래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에 비해 6억정도의 매출이 기대되는 이마트 때문에 회사가 부도가 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니 원인이 조만간 밝혀질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유가족 보상과 관련해 고인의 형 차병호씨는 고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 동생이 죽자 이마트 관계자들이 '우리가 죽으라고 했냐'며 성의없는 자세로 일관했다"며 "그래서 홧김에 처음엔 10억원을 요구하다 치료비, 장례비, 두자녀가 살 집과 양육비 명목으로 5억원 상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마트가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유가족들과 보상협의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평소 고인은 바이어들에게 말투도 거칠었고, 거의 협박하는 투로 거래를 하려 했다"며 "우리 바이어들이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마트측은"도의적으로 도움을 주기위해 계속 유족들과 접촉하고 있으나 유족들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미지 타격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연맹 등이 제기한 납품업체들의 현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자들 사이에 맺는 계약서의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규제하고 있는데 어떻게 불공정행위가 벌어질 수 있겠느냐"며 "이번 사건도 공정위에 제소가 돼 있는 만큼 결과를 보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민노총 서비스연맹, "대형할인점의 횡포"

2월 27일 기자회견을 공동개최한 서비스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대형 할인점 매장에서 근무하는 납품업체 판촉사원의 부당한 현실을 토로했다 .

서비스연맹은 "이마트와 고인 사이의 수년간 사업거래 내용이 불공정거래 횡포로 얼룩져 있다"며 "유통업 부동의 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의 성장 뒤엔 말 못하는 중소 납품업체의 한숨과 피눈물이 있다"고 밝혔다.

"'판촉사원 고용강요',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반품', '판매 장려금 강요', '판촉·광고비와 경품 비용 떠넘기기', '일방적인 거래중단', '아이템 빼돌리기' 등 이마트의 불법횡포는 참으로 다양하다"며 "하지만 대형유통망을 뚫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개발해도 소비자 손에 닿기 힘든 지금의 부당한 유통현실 때문에 감내할 뿐"이라 주장했다.

이어 "더이상 이마트의 무책임한 태도를 두고볼 수 없는 유가족과 노동단체, 중소기업인들을 대변한다"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대형유통업에 만연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여론 환기와 이번 사건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연맹과 유족들은 "이마트는 책임있는 자세로 유족들과 대화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이마트는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성실히 앞장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비스 연맹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납품업체들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며 "유통업계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행복한 눈물' 뒤에 숨은 '억울한 눈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관계당국의 불공정행위 단속과 처벌효과에 대해 절반이상의 업체들이 실효성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의 조사도 뜨뜻미지근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삼성의 불법 비자금 수백억원이 신세계 이명희 회장 계좌로 유입된 정황이 논란이된 가운데 삼성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와 함께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인 것으로 지목된 이명희 회장을 거론하면서 "세간에 유명해진 2002년 경매가 87억짜리 고가 미술품 '행복한 눈물'에는 중소납품업체의 피눈물이 보태진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신세계 이마트측을 힐난했다.

한편 기자회견이 열린 다음날 28일 이마트의 모회사인 신세계는 소공동 본점 명품관 재개점 1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업계 라이벌 롯데와의 경쟁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자축을 벌이는 한편에서는 대형할인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납품업체들은 '억울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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