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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쌀 보관료만 6000억원? '옛날 얘긴데..'

곡산 2008. 3. 9. 18:31
묵은 쌀 보관료만 6000억원? '옛날 얘긴데..'
가공용 수입쌀도 남아돌아 골치
쌀라면 이미 상품화..소비자 외면
입력 : 2008.03.06 15:20
[이데일리 박옥희기자] 밀가루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쌀 소비 장려를 위해 묵은 쌀을 싸게 공급할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묵은 쌀 재고는 예전만큼 많지도 않고, 보관비용도 그리 많지 않아 관련 부처들이 난감한 표정이다. 또 묵은 쌀을 아무리 싸게 팔아도 국산쌀값의 3분의1 수준인 가공용 수입쌀보다 더 싸질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묵은쌀 별로 없는데..'난감'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 5일 "(이 대통령이) 쌀 소비 장려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묵은 쌀의 연간 보관료만 6000억원이 드는데 가격을 낮춰서 공급하는 식으로 기회비용 차원에서 접근해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2001년 전후에 묵은 쌀이 많이 쌓여 있었으나 현재는 묵은 쌀 보유량이 많지 않고, 연간 보관료 6000억원은 예전 얘기"라며 "대통령이 예전에 들던 보관비용에 대해서 어디선가 듣고 말씀하신 듯 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2002년 사이 묵은 쌀 재고량은 90만톤 안팎이었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묵은 쌀은 34만톤 정도다. 
 
정부는 매년 수확기에 한 차례씩 43만톤의 국산쌀을 매입해 절반 정도를 학교 급식용이나 군대용으로 판매하고 나머지는 20만톤 정도는 공공 비축용으로 쌓아둔다. 이중 1년 이상 묵은 쌀은 대북지원용으로 나갔다.

◇가공용 수입쌀도 남아 돌아..가격경쟁력 의문
 
묵은 쌀을 싸게 공급한다 해도 수입쌀과 비교할 때 가격경쟁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국산쌀은 수입쌀에 비해 3배 정도 비싸다. 지난 2007년 기준 국산쌀은 40kg당 7만8950원에 군에 납품됐고, 가공용으로 사용된 수입쌀 가격은 1만9760원~2만6640원이었다.
 
그나마 판매하고 남은 수입 가공용 쌀은 소주 원료 등으로 사용되는데, 수입 원가와 비교해 30% 수준에 처분된다.
 
게다가 가공용으로 수입되는 쌀 마저 남아도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밥쌀용을 제외한 연간 수입쌀 물량은 20만톤.  하지만 국수, 제빵, 떡 등에 사용되는 가공용 쌀 분량은 10만톤 정도 밖에 안돼 절반이 남는 실정이다.
 
◇쌀라면 인기 없어.."소비자 입맛 금방 안바뀐다"
 
묵은 쌀을 가공용으로 활용해 쌀라면과 쌀국수를 만든다고 해서 시중에 충분한 수요가 생길지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동남아에서도 쌀국수를 먹는데 우리만 밀가루 국수를 먹느냐"며 밀가루를 쌀로 대신할 방법을 찾아보라 했고, 3월3일 국무회의에서는 쌀국수와 쌀라면을 개발 및 보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미 쌀라면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별로 인기가 없고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낮은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1989년 처음으로 쌀라면을 출시한 후 인기가 없자 2년 만에 판매를 중단했었다. 6년전 쌀소비 장려 운동이 진행되면서 다시 쌀라면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다. 현재 일반 라면이 한달에 70만~80만 박스가 판매되는데 반해 쌀라면은 1%도 채 안되는 3000박스 정도 팔린다.
 
삼양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수입되고 있는 저렴한 건면뿐만 아니라 생면도 만들 수는 있지만 생면은 비쌀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반 라면 가격은 600~700원 선이지만 쌀라면은 2000원 정도다. 
이데일리 박옥희 기자 mar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