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을 먹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 “내가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 거지?” 언젠가부터 가공식품을 고를 때는 브랜드보다 뒤편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원재료명과 함량’을 눈여겨보게 된다. 소르빈산칼륨, 에리소르빈산나트륨, 아질산나트륨…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이들은 대체 무엇일까?
원재료명 및 함량: 돼지고기 55.05%(국산), 닭고기 18.35%(국산), 옥수수전분, 빵가루, 소르빈산칼륨(합성보존료), 에리소르빈산나트륨(산화방지제), L-글루타민나트륨, 양파, 대두단백, 설탕, 숯불갈비양념, 질산나트륨, 아질산나트륨(발색제), 산도조절제, 참기름, 고량색소, 안나토색소, 홍국적색소, 글리세린
D사에서 출시한 숯불구이맛 햄을 구입했다. 허기진 배를 간편하게 달래줄 식품으로는 그만이었다. 직접 숯불에 구운 듯한 불그스름한 색깔에 쫀득한 식감, 입가에 은은하게 퍼지는 숯불구이 향이라니! 열심히 먹던 기자는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 햄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일까. 버려두었던 패키지를 찾아 뒷면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원재료명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렵고 생소한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아무리 들여다본들 알 턱이 없다. 햄이나 소시지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이자 간식이다. 라면, 과자, 음료 등도 마찬가지지만 햄이나 소시지를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첨가물들이 여럿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첨가물은 아질산나트륨이다. 마트에 구비된 수십 종의 햄, 소시지 제품을 살펴보면 꼭 빠지지 않는 첨가물이 바로 이것(국내 판매되는 제품 중 단 두 종만이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이다.
먹음직스러운 분홍색을 내고 보존 기간을 늘려주는 이 첨가물은 질산나트륨과 납을 녹여 추출한다. 독일에서는 이미 40년 전 육가공품에는 사용 금지된 물질이고, 독성이 강해 사용한도가 규제되어 있다.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구토, 발한, 호흡곤란과 함께 암이나 돌연변이, 출산장애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과잉행동장애, 집중력 결핍, 알레르기, 분노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햄과 소시지의 안전섭취량을 체중 1㎏당 하루 2.7g 이하로 권장한다. 어린이들이 성인들에 비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L-글루타민나트륨’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미료 MSG다. MSG의 유해성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 1960년대 MSG를 과다 섭취할 경우 뇌신경세포를 상하게 한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으며, 두통, 메스꺼움, 허약, 팔뚝과 목덜미 부분에 타는 듯한 기분 등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숨을 헐떡이고, 심박동수에 변화가 오며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소르빈산칼륨’은 합성보존료, ‘에리소르빈산나트륨’은 산화방지제이지만 모두 유통기간을 늘리는 보존료 역할을 한다. 보존료란 식품 내 미생물의 활동을 막아 번식을 차단하는 물질이다. 그런데 이러한 물질이 체내에 들어온다면 세포는 어떻게 될까? 최악의 상황에서는 DNA를 손상시켜 암이나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소르빈산칼륨을 아질산염과 함께 사용한다면 발암의 원인이 되거나 중추신경마비, 출혈성 위염, 간에 악영향, 염색체 이상, 피부 점막 자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외 주의해야 할 식품첨가물 ● 타르색소 석유에서 추출한 타르계 색소는 주로 직물의 염료로 쓰이는 것으로 인체에 유해한 성분들이 많아 사용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아이들을 유혹하는 알록달록한 사탕이나 과자, 음료, 빙과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현재 허가되어 있는 것은 식용색소 녹색 3호, 적색 2호, 적색 3호, 청색 1호, 청색 2호, 황색 4호, 황색 5호. 미국은 발암성을 이유로 ‘적색 2호’의 사용을 금지했고, 유럽 연합은 ‘황색 4호’를 천식 유발 물질로 간주하고 있으며, ‘황색 5호’는 동물실험을 통해 종양세포를 만든다는 보고가 있다. 또 ‘청색 1호’는 어린이들의 활동 과다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섭취 제한을 권고하고 있으며 ‘적색 3호’는 갑상선 종양 발생과 연관 있다고 알려졌다.
● 안식향산나트륨 최근 탄산음료 성분 중 하나인 안식향산나트륨이 DNA를 손상시켜 간경변이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보존료로 쓰이는 이 첨가물은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는 음료에 쓰일 경우 발암물질인 벤젠이 생성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 이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눈, 점막의 자극, 신생아 기형 유발, 두드러기 등 피부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 아황산나트륨 아황산나트륨은 식품의 표백제, 방부제로 사용된다. 이 첨가물은 물에 녹으면 강한 산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인체에 들어갈 때 식도를 훼손하고 위 점막을 자극, 통증을 일으키며 신경염, 만성기관지염, 천식 등을 유발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천식 환자 중에서 아황산나트륨의 피해로 천식 발작을 일으키고 사망한 사건이 여럿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독성 때문에 사용량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황산나트륨이 잘 표기되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과일주스, 물엿, 포도주, 잼 등 여러 제품을 통해 1일 섭취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이성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