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제과업체 과대포장 "해도 너무 한다"

곡산 2008. 3. 6. 08:25
제과업체 과대포장 "해도 너무 한다"

주부 박모씨(34·서울 은평구)는 최근 할인점에서 산 농심 과자 ‘포테퀸’을 뜯어 아이에게 주다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가격이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잔뜩 부풀어있는 봉지를 열었더니 과자는 봉지의 3분의 1 정도밖에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 아이는 “너무 적다”며 실망했고 박씨는 “포장에 비해 내용물이 너무나 부실해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밀가루를 원료로 한 라면이며 과자값 등이 잇따라 인상돼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과대포장’이 소비자들을 또한번 울리고 있다. 박씨뿐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제과업체들의 ‘뻥튀기 포장’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국내 제과업체들은 실제로 해외 과자제품에 비해 심각한 과대포장으로 포장재를 낭비하고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은 올리면서 양은 줄이는 제과업체의 비양심적인 상술에 소비자들은 과대포장 줄이기 서명운동 등에 나섰다.

◇농심. 포테퀸 등 9개 제품이 과대포장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자원순환사회연대(이하 자사연)가 최근 발표한 국내 스낵류 과자제품 26개에 대한 포장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질소충전으로 포장한 국내 26개 제품 중 포장재 길이 대비 내용물의 비율은 과자봉지의 절반도 못채운 평균 46.3%인 것으로 드러났다.

질소충전이란 과자봉지에 질소를 주입해 부풀린 포장으로. 내용물이 부스러지거나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낵류 과자제품 포장에서 흔히 이용된다. 자사연측은 “국내에는 과대포장 여부에 대한 기준이나 공인 검사방법이 없어 과자포장재의 접합부를 제외한 세로길이 대비 내용물이 포장재에 담겨있는 높이의 비율을 비교.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26개 제품 모두가 과대포장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농심의 경우 ‘포테토칩’‘감자깡’‘양파링’‘새우깡’등 9개 제품이 과대포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생감자칩인‘포테퀸’은 내용물이 34.1% 밖에 안됐다. 이외에 크라운. 롯데제과. 해태제과.빙그레. 삼양식품 등 다른 제과업체 제품들도 과대포장돼 있었다. 자사연 홍수열 팀장은 “과대포장은 포장재 낭비와 이에 따른 폐기물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사실상 소비자들을 속이는 상술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제과업체의 옹색한 변명. 과대포장에 관대한 환경부

농심 홍보팀 관계자는 “공기주입은 스낵류의 특성상 부스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일 뿐 소비자를 현혹하는 상술은 아니다”라면서 “해외 제품과 비교해도 큰 차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사연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 과자류의 경우 포장재의 약 3분의 2가량이 과자로 채워져 있어 상대적으로 국내 제품의 과대포장은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부는 2006년 3월에 개정된 시행령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규정’ 제4조를 통해 제과제품의 포장 재질과 횟수를 제한하고 포장 마지막 단계인 박스포장에서 빈공간이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과제품의 질소충전에 대한 기준이나 별도의 법률.규정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이달중 전문기관에 포장 재질및 방법에 대한 연구를 의뢰해 올 하반기쯤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 과대포장 줄이기 서명운동 시작

자사연측은 “질소충전으로 포장은 부풀리고 내용물을 줄이는 행태는 국내에서만 성행한다”라며 “제과업체 스스로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장 전문가들은 과자 제품의 적정 포장은 내용물 비율이 66%. 즉 봉지의 3분의 2 정도는 돼야 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과대포장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지난달말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서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5일 현재 약 3000명의 네티즌이 서명하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박승욱기자 star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