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제 범벅 '나무젓가락' 안심해도 될까

표백제 범벅 '나무젓가락' 안심해도 될까

2008-02-22 18:37:48

직장인 이모(35·남)씨는 종종 자장면이나 우동을 시켜 먹는다. 점심시간도 틈이 없어 배달음식을 즐겨 찾는 이씨지만 요즘에는 중국음식보다 분식, 한식류를 주문한다. 

이씨는 “예전에는 단순하게 나무젓가락이 건강에 좋지 않고 환경에도 안좋다고 하더라도 무심코 지나쳤는데, 요즘에는 나무젓가락이 배달되지 않은 집을 이용한다”며 “아무리 간편하다고 해도 표백제로 범벅된 나무젓가락이라 찜찜하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나무젓가락은 간편한 한 끼 식사를 즐기는데 유용하다. 더욱이 식사용으로 1번만 사용하고 버리기 때문에 ‘1회용품’이란 인식이 강한편이다. 

그러나 나무젓가락에는 비소, 중금속 뿐 아니라 희게 보이도록 하는 표백제, 곰팡이를 방지하는 약품처리 등을 하게 마련이다. 지금 사용 중인 나무젓가락은 안전할까? 

◇ 이산화황 등 약품 범벅 ‘나무젓가락’ 

2006년 9월 한 소비자 프로그램에서는 나무젓가락의 유해성에 대해 충격적인 내용을 내보냈다. MBC TV ‘불만제로’는 당시 방송에서 대량 유통 중인 중국산 나무젓가락이 이산화황, 공업용 과산화수소 등으로 뒤범벅이 돼 있다고 폭로했다. 

더욱 충격적인 장면은 나무젓가락을 어항 속에 쌓아 놓고 추이를 살펴본 결과, 물고기 대부분이 12시간이 지나자 죽었다는 점이다. 나무젓가락에서 이산화황 등 표백제 성분 뿐 아니라 곰팡이 방지제인 농약 성분이 대거 검출됐다. 

문제는 그때까지만 해도 나무젓가락에 이산화황, 곰팡이 방지제(올쏘·페닐페놀, 치아벤다졸, 비페닐, 이마자릴)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조차 없었다. 

단지 식품을 집어 먹는데 사용하므로 식품위생법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비소(0.1mg이하), 중금속(납1.0mg이하)에 대한 용출규격만 있었다. 

식약청 용기포장팀 전대훈 연구관은 “시중에 유통되는 나무젓가락 대부분이 중국 등에서 수입된 제품”이라며 “일부 나무젓가락을 원료인 목제가 충분히 건조되지 않거나, 고온에 노출될 수 있는 배를 통해 들여오기 때문에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어 곰팡이 방지제나 아황산염류에 침지한다”고 설명했다. 

◇ 올해부터 나무젓가락 안전관리 강화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식품용 나무젓가락'에 대해 이산화황과 곰팡이 방지제의 용출규격을 신설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식품용 나무젓가락을 포함하는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2007.12.24고시)'을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나무젓가락 1매당 이산화황 12mg 이하, 올쏘-페닐페놀은 6.7mg 이하, 치아벤다졸은1.7mg 이하, 비페닐은0.8mg 이하, 이마자릴은0.5mg 이하로 규정했다. 

식약청은 이번 기준규격이 ADI(1일 허용섭취량)수치에 평균체중 50kg인 사람이 하루에 나무젓가락을 3개 사용하는 것을 적용해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보통 1개 정도 나무젖가락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평균체중을 60kg으로 설정하는 경우보다 사용량 및 평균체중을 강력하게 적용해 까다로운 기준을 설정했다는 것. 

◇ 2월부터 수입 및 국산 나무젓가락에 적용 

식품위생법에 따라 나무젓가락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공중위생관리법이 22일 개정 고시됨에 따라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중국 등에서 수입되는 나무젓가락의 안전성 관리가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1회용품으로 분류되는 나무젓가락은 보건복지부 관할이기 때문에 '공중위생관리법'으로 관리됐던 것이다. 이에 지난해 말 식품위생법이 개정고시 됐더라도 나무젓가락을 주로 담당하는 공중위생관리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본격적인 안전관리라고 할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전 연구관은 "사실 법적으로는 나무젓가락에 대해 공중위생관리법과 함께 중복 관리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복지부에서도 법개정이 완료되면서 앞으로 제조나 수입되는 나무젓가락은 강화된 기준규격에 적합해야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건복지부 생활위생팀 박현홍 주사도 "나무젓가락을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러번 재사용하는 측면도 있어 '나무젓가락=1회용품'으로 단정짓기 힘들다"며 "어떻게 보면 중복관리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나무젓가락의 안전성 측면은 식품위생법에 준하도록 일원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즉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등 정부 산하 검사기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나무젓가락 시험법을 숙지해 검사력을 배양시켰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가, 나무젓가락을 취급하는 식품제조업체의 검사능력 역시 배양시켜야 할 사안이다. 

한편 식약청은 지난 15일 식품본부 산하 5개 식품평가팀이 공동으로 참석자 150여명을 대상으로 나무젓가락의 이산화황 등 검사법 등 산업체 현장 분석력 지원프로그램(교육)을 마련해 교육했다. 

윤주애 기자 yjua@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