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지현 기자] 최근 먹을거리 관련 최고 이슈는 당연 '트랜스 지방'(전이지방)이다. 작년 12월 초 미국 뉴욕시가 트랜스 지방을 관내 음식점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소식이 국내의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논의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식약청은 다른 때와 다르게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올 12월부터 트랜스 지방을 의무표시 하게했고 연초에는 식약청장이 식품제조업체 및 외식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과자나 패스트푸드의 안전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트랜스 지방 등 위해성분을 줄여나가자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트랜스 지방의 위해성이 이미 검증되었으며 이를 사회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의 정당함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와 함께 관련 기업도 트랜스 지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업계 최초로 트랜스 지방 및 기름의 유해성을 줄이기 위해 튀김 기름 전량을 올리브오일로 바꾼 기업이나 '트랜스 지방 제거' 기술을 개발하여 자발적으로 '트랜스 지방 프리'(trans fat free) 선언을 한 기업, 식품 표시에 트랜스 지방 함량까지 포함하여 표기하는 기업들도 있다.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사실 올 12월이 되어야 트랜스 지방이 제품에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는지 표시하도록 한 행정적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과연 우리 곁의 식품에서 트랜스 지방을 없앨수 있을 것인가.
거센 트랜스 지방 제로화 바람... 과연 효과는?
먼저 지방에 대해 알아보자. 튀기거나 기름에 구운 음식, 삼겹살 비계 등 기름진 음식들은 왜 유해하다고 하는 것일까.
우선 지방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방은 우리 몸의 주요한 에너지원이며, 세포막의 구성성분이다. 또한 국소 호르몬의 원료가 되고 지용성 비타민의 운반체가 되는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그러나 지방의 유익한 점만큼 지방을 잘 따져 먹지 않으면 오히려 세포막을 손상시키거나 호르몬 대사, 에너지 대사에 문제를 일으키는 등의 결과를 유발한다.
이런 지방의 유해성을 정리해서 보면 첫째는 포화지방의 문제이다. 포화지방은 이미 심장병과 같은 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자 비만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둘째는 기름이 변질되는 것이다. 기름이 변질되는 현상은 산화, 수소화, 트랜스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산화는 산소와 결합하여 '프리라디칼' 혹은 '유해 산소'라고 불리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세포막을 변성시키거나 디엔에이(DNA)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등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튀겨진 음식을 두면 눅눅해지며 기름에 절은 맛이 난다고 하는데 바로 이것이 산화된 기름으로 인한 변화이다.
수소화는 불포화지방이 몸에는 좋으나 빨리 산패되며 보관이 용이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다. 불포화지방에 수소를 첨가시켜 포화지방으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이 과정을 거치면 보통 액체 상태의 불포화 지방이 포화지방으로 변하기 때문에 '경화'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기름이 마가린이다. 수소화를 위해서는 고온, 고압의 조건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지방 구조의 변화가 트랜스화다.
트랜스 지방은 포화지방과 마찬가지로 체중 증가, 해로운 콜레스테롤의 증가로 인한 심장병,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간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당뇨병과도 관련이 있는 등 그 유해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에 지금 세계적으로는 새롭게 알려지고 있는 지방의 유해성인 트랜스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랜스화가 이루어진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으로는 마가린, 쇼트닝을 비롯해 파이, 냉동용 피자, 도넛, 케이크, 쿠키, 크래커, 전자레인지용 팝콘, 수프, 유제품, 어육제품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이런 지방의 유해성을 염두에 두고 트랜스 지방 제로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트랜스 지방 제로화의 사각지대
우선 패스트푸드 및 제과업체들의 트랜스 지방 제로화 선언엔 사각지대가 많다.
우선식품 유해성 문제의 선두는 단연 패스트푸드 업계이다. 그런데 패스트푸드 업계는 이번 트랜스 지방 문제에는 예외였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뉴욕시의 발표와 식약청의 발빠른 행보에 맞춰 '조리 시 사용하는 기름을 식물성 유지로 바꾸겠다'고 서둘러 선언했다.
여기서 식물성 유지는 바로 '팜유'를 말한다. '팜유'는 식물성 기름 중 유일하게 동물성 기름의 성격을 가진 기름으로 포화지방이 높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패스트푸드 업계의 이러한 입장은 경화유 대신 식물성 유지로 바꾸어 트랜스 지방을 줄이는데에는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패스트푸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트랜스 지방 대신 포화지방에 노출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건강 면에서는 달라질 게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포화 지방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포화지방이나 당 등은 자연계의 식품에 존재하는 것으로 그것을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 삽겹살의 포화지방이나 흰쌀밥의 당을 어떻게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식품표기의 문제이다. 식약청은 뉴욕시의 발표 이후 우리나라도 이미 올 12월부터 트랜스 지방에 대해 표기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이제 12월이 되면 자신들이 먹는 모든 식품에 트랜스지방의 함량이 표기되어 자신의 선택에 따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일 뿐이다. 이는 이미 시행 중인 식품 완전 표시제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9월 8일부터 가공식품의 원료에 대해 완전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식품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각지대가 바로 즉석조리식품이다. 백화점 지하 매장이나 패스트푸드점, 도넛, 제과점에서 갓 구운 빵 등은 즉석조리식품으로 식품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트랜스 지방의 의무 표기 또한 식품표시기준에 포함된 내용으로 패스트푸드점, 도넛, 제과점 등은 당연히 트랜스 지방에 대한 의무표기규정에서 제외된다.
트랜스지방을 함유한 대표적인 식품이 패스트푸드, 도넛, 케이크, 쿠키 등임을 감안할 때 과연 트랜스지방의 의무표시 규정이 효용성이 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이다.
또 미국식 기준을 따라 식품 100g당 또는 1회분(한번에 먹는 양)의 트랜스 지방 함유량이 5g 미만인 경우 0으로 표시하도록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규정대로 라면 식품표시상 트랜스 지방 함량이 0으로 된 경우에도 미량의 트랜스 지방이 들어있게 된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 섭취 열량 중 트랜스 지방에 의한 열량이 1%를 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만약 하루 2000㎉의 열량을 섭취할 경우 트랜스 지방의 하루 섭취량은 2g 이하여야 하는데 소비자가 트랜스 지방이 0으로 표시된 제품을 먹는 경우에도 먹는 양에 따라 얼마든지 트랜스지방 하루 권장량을 넘을 위험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표시 규정에 대해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트랜스 지방 '0' 표시 믿을 수 있나
셋째, 조리시 발생하는 트랜스 지방이다. 아크릴아마이드와 마찬가지로 트랜스 지방도 조리 과정 중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다. 고온 ·고압 과정이 형성되면 불포화지방의 트랜스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패스트푸드 업체가 트랜스 지방이 없는 기름을 사용하면 트랜스 지방은 없어지는 것인가. 여전히 고온 고압의 조리과정을 거치는 음식에는 트랜스 지방이 존재할 수 있다. 즉 고온에서 튀기는 메뉴가 존재하는 한 트랜스 지방을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각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하기에 이를 위해서는 기름을 이용해 만든 바삭바삭한 음식, 고소한 음식에 익숙해진 입맛을 삶거나 찐 음식 등 자연의 맛에 익숙해지도록 식생활의 변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식습관은 평생 이어진다. 어릴 적부터 패스트푸드 등 튀겨서 바삭바삭해진 고소한 맛을 즐기기 보다는 자연의 음식 그 자체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트랜스 지방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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