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빛 고운 햄? 아질산나트륨 확인!

곡산 2007. 12. 25. 09:12

2007년 12월 25일 (화) 08:12   한겨레21

빛 고운 햄? 아질산나트륨 확인!


[한겨레]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이 첨가물은 꼭 써야만 하는 걸까. 정말 대안은 없는 걸까. 육가공품에 아직도 두루 사용되고 있는 아질산나트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질산나트륨은 육가공품의 색깔을 선홍색으로 만들고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며 맛도 부드럽게 해준다. 최근 한 환경단체는 국내 유명 햄·소시지 52개 품목에 여전히 아질산나트륨이 사용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답답하다. 높은 악명만큼이나 목숨이 질긴 물질이다.

“아질산나트륨이 암을 일으킨다고 하는데요, 아직 확인된 사례는 없습니다. 동물실험 결과일 뿐이죠. 독성 문제도 침소봉대돼 있어요. 아질산나트륨을 치사량만큼 섭취하기 위해서는 보통 햄을 10kg이나 먹어야 하거든요. 한 번에 그 정도를 먹는 사람이 있나요?” 육가공업계 관계자의 TV 인터뷰 내용이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발언이다. 이런 사고가 뒷받침하고 있어 오늘날까지 아질산나트륨이 건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사실이 간과돼 있다.

우선 발암물질의 속성부터 살펴보자. 오늘 내가 만일 암에 걸렸다면 내 몸에 발암물질이 들어온 것은 언제쯤일까. 알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라는 사실이다. 짧게는 15년, 길게는 50년 전 일일 수 있다. 즉, 발암물질이 몸에 들어왔다고 해서 곧바로 암이 발병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발암물질이 인체에서 암세포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관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질산나트륨이 발암물질임을 확인할 수 없다는 말은 이런 사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발언이다. 미국의 암 연구 권위자인 윌리엄 리진스키 박사는 “대부분의 암은 30~40년 전에 먹은 음식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아질산나트륨의 독성 문제에도 소비자들이 꼭 알아야 할 상식이 한 가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규정에 의하면 육가공품에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할 수 있는 농도는 아질산 이온 기준으로 70ppm 이하다. 이 농도에서는 해롭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아질산나트륨은 ‘안전 섭취량’ 개념이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적은 양이라도 먹으면 먹은 만큼 해롭다. 이런 사실은 아질산나트륨의 체내 행태를 알면 저절로 이해된다.

아질산나트륨이 독성을 나타내는 이유는 혈액의 헤모글로빈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이 파괴되면 몸의 각 부위에 산소 공급이 차단된다. 아질산나트륨을 일정량 이상 먹은 경우 생명이 위험해지지만, 적은 양을 먹더라도 우리 몸의 어딘가에는 산소 부족으로 신음하는 세포가 있게 마련이다. 이 물질의 치사량은 보통 1g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수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나 노인의 경우는 훨씬 적은 양에서도 치명적일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이자 청산가리에 버금가는 독극물.” 첨가물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겁나는 물질은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즐겨먹는 햄·소시지에 주로 사용된다. 아이에게 아질산나트륨이 들어 있는 육가공품을 먹이는 것은 어린 몸에 불행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보자. 아질산나트륨은 정말 꼭 써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얼마든지 대안이 있다. 다만 식품회사가 그 대안을 찾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다. 이제부터는 식품회사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하루빨리 대안을 찾으라고 말이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쉽다. 육가공품을 고를 때 아질산나트륨이 들어 있는 제품은 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