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값싼 식품` 시대 막 내리나 [연합]

곡산 2007. 12. 8. 08:21
값싼 식품` 시대 막 내리나 [연합]
밀, 옥수수, 쌀 등 농산물 가격의 급등으로 지난 수 십 년 동안 누려온 '값싼 식품'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8일자 최신호가 보도했다.

세계 밀 가격은 9월 초 사상 최고가인 t당 400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다. 이것은 지난 25년 간 평균 밀 가격의 2배이다. 옥수수 가격도 올해 초 사상 최고가인 t당 175달러를 넘어섰다. 밀 가격의 인상은 다른 농작물에 연쇄 반응을 일으켜 쌀 가격도 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식품 가격 지수는 1845년 지수를 처음 발표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작년보다 3분의 1 정도 상승했다.

지난 1974년부터 2005년까지 30여년 동안 지속된 식품 가격의 하락세는 이제 상승세로 반전됐다. 2005년 이후 2년 사이에 실질 식품가격은 75%나 급등했다. 농작물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floation)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작물 공급 부족에 따른 전통적인 수요-공급 모델의 결과가 아니라 농작물 수확량이 풍부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이례적이다. 국제곡물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농작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8천900만t이 많은 16억6천만t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식품가격 상승의 두 가지 주요 원인으로 ▲ 중국, 인도 같은 신흥경제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식단의 변화 ▲ 미국의 바이오에너지 개발 붐과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을 꼽았다.

경제 성장으로 수입이 늘어난 신흥경제국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육류 섭취를 늘렸고, 이로 인해 가축을 먹이기 위한 곡물 사료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연쇄적으로 식품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의 1인당 육류 섭취량은 1985년 20㎏에서 올해 50㎏ 이상으로 급증했다.

옥수수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 바이오에너지 개발 붐으로 옥수수를 해외에 수출하지 않고 에탄올 에너지로 전환해 자국에서 소비하는 데 따라 옥수수 가격이 급등한 것도 큰 원인이다. 미국 농가들이 다른 농작물의 재배를 중단하고 가격이 오른 옥수수를 집중적으로 재배함에 따라 다른 농산물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게 됐다.

그러나 점점 가격이 오르는 비싼 식품은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 개발도상국과 도시 빈민층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전 세계 개도국들은 올해 곡물을 수입하는 데 작년보다 10% 더 오른 500억달러 이상을 소비해야 할 상황이다. 빈국에 구호식량을 제공하는 세계식량계획(WFP)은 구호사업 비용이 최근 5년 동안 50% 이상 상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학의 개리 베커는 식품 가격이 3분의 1 인상되면, 선진국 생활수준은 약 3% 떨어지지만, 극빈국 생활수준은 20% 이상 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보조금과 농작물에 대한 무역장벽을 없앤다면 수십억 인구가 값싼 식품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납세자는 돈을 절약할 수 있으며, 환경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제안했다.

(런던=연합뉴스)

2007.12.07 20:2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