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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보다 스낵으로 승부

곡산 2007. 11. 18. 12:06

 

[Biz] 펩시보다 스낵으로 승부
러시아 제패 노리는 펩시코

러시아 남부 끝자락. 인구 8만명의 작은 소도시 아조프시가 있다.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큰 소비시장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시골 오지.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특산품은 흔하디 흔한 감자다. 감자가 전부인 이곳이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펩시콜라로 유명한 미국 대형 청량음료 제조업체 펩시코가 지난 10월부터 이곳에 대규모 포테이토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은 “러시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다. 앞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펩시코의 러시아 진출은 195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닉슨 대통령이 흐루쇼프 수상을 만나 펩시콜라의 수입을 요구했다. 펩시코는 72년 다국적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에서 제품 생산 및 판매 허가권을 얻어냈다. 이때부터 펩시콜라는 인기를 끌었다. 80년대 후반, 펩시는 러시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 펩시키(Pepski)란 애칭으로 불리며 매년 수십억 병이 소비됐다.

하지만 91년 소련해체 후 뒤늦게 들어온 코카콜라에 최근까지 시장 주도권을 뺏겼다. 코카콜라는 러시아 전역에 12개가 넘는 최신 공장들이 설립되면서 길거리나 광고, 방송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품이 됐다. 소다(탄산음료)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펩시는 15% 이하까지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 더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 펩시는 95년부터 공장설립을 위해 7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지난해 펩시는 소프트음료(비탄산음료)시장에서 20%를 차지했다. 코카콜라는 36.5%였다. 피남투자은행에 따르면 펩시코가 올해 러시아에서 올린 매출은 11억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는 8억5000만달러였다.

■ 포테이토칩공장 건설에 주스 업체 인수도 검토 ■

한때 코카콜라에 밀렸던 펩시코가 현재 러시아 시장 재편의 꿈을 꾸고 있다. 방법은 기존 콜라 산업에서 벗어나는 것. 중국 등 다른 신흥시장을 감안해 성장성이 높은 스낵과 음료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이른바 비콜라 전략. 인드라 누이 회장은 “무탄산음료 포트폴리오 사업에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러시아 음료시장에서 립톤티나 아쿠아 미네랄워터가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펩시코도 러시아인이 좋아하는 과일주스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98년 펩시가 인수한 트로피카나는 그동안 2%대의 시장점유율에 머물렀다. 올해는 점유율 12%, 2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05년 러시아 3위 주스 업체인 물턴을 5억달러에 인수한 코카콜라는 현재 주스시장에서 22%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클리드 투겔 러시아 코카콜라 운영 담당자는 “주스시장은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다. 물턴 인수는 그동안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펩시코는 현재 러시아 1위 주스 업체인 리베드 얀스키(Lebed-yansky)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펩시코 고위관계자는 답변을 피했지만 시장에서는 러시아 식품업계 사상 가장 많은 20억달러의 외국 자금이 투자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2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이 회사를 인수하면 펩시코는 이 분야에서 부동의 1위가 된다.

스낵 부문에선 아조프 공장이 중차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러시아 아조프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9만톤의 감자 제품이 생산된다. 러시아 프리토레이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막대한 양이다.

폴 키슬러 펩시코 스낵부문 지역본부장은 “이미 러시아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었다. 러시아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해 맛과 향을 가미한 전통 포테이토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30호(07.11.1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