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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기업들 생존 위한 탈출…그러나 밖은 더 치열한 정글

곡산 2007. 11. 17. 10:39
내수기업들 생존 위한 탈출…그러나 밖은 더 치열한 정글

 



침체된 국내시장 벗어나 해외로…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하라”

《“업종을 바꾸든지 밖으로 나가든지…. 국내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한 중견 식품업체 오너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식품 의류 화장품 제약 유통 등 전통적인 내수 기업들이 최근 해외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내수 업종인 롯데제과 CJ 농심 대상 등 식품 기업에서부터 LG패션 제일모직 등 의류업체, 한미약품 광동제약 등 제약업체와 이마트 롯데쇼핑 등 유통업체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평가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 컨설팅회사 문 두드리는 내수기업

맥킨지, 액센추어,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글로벌 컨설팅업체에는 요즘 해외 진출 관련 컨설팅을 받기 위해 내수 기업이 많이 찾아온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 관련 컨설팅이 1차 컨설팅 붐이었다면 최근은 2차 붐이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내수시장의 한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내수시장 성장률은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2003년 이후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최근 컨설팅의 초점은 해외 진출을 앞두고 구매, 생산, 판매 전반에 관한 글로벌 경영방식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 해외 인력 및 조직 관리에 관한 내용들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이병남 대표는 “선진 기업의 경영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현 사업모델과 외국 진출 전략에 접목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롤랜드 빌링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오너나 최고 책임자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직접 문의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 내수시장에 길들여진 국내 기업

내수 기업이 앞 다투어 해외로 나가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많지 않다. 국내 1, 2위 내수 기업은 지난 20∼30년간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렸던 관행에 익숙해 글로벌 경영능력이 떨어진다.

박종렬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대다수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해외에 진출했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빌링어 대표는 “한국 기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내부 개발 역량에 의존하는 자생적(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본사의 경영 문화를 해외 지사에 똑같이 재현하려 한다는 것.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는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인재가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글로벌PR대행사인 버슨마스텔러 관계자는 “해외 마케팅을 경험해본 사람이 없어 컨설팅 전략을 실행할 인재가 적다”며 “결국 외부에서 스카우트를 해야 하는데 내부 저항이 심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아모레퍼시픽의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


아모레퍼시픽은 해외로 진출한 내수 기업 가운데 성공 모델로 꼽힌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11개국에 15개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 프랑스 미국 러시아 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7개국 법인장은 모두 현지인이다.

아모레퍼시픽 이상우 국제부문 부사장은 “1980년대 말 코리안 스타일을 고수하며 프랑스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1988년 화장품의 본고장 프랑스에 기초화장품 ‘리리코스’를 출시했다가 실패한 것.

1997년 다시 향수로 프랑스 시장 문을 두드린 아모레퍼시픽은 크리스찬디올 마케팅담당 이사였던 카트린 도팡을 마케팅 책임자로 영입하고 제품 개발에서부터 마케팅까지 전권을 일임했다. 본사 파견 인력도 1, 2명으로 제한하고 현지 인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 전략처럼 향수가 한국 기업 제품이라는 사실을 감췄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핵심인 향수 특성을 감안해서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이 내놓은 향수 ‘롤리타 렘피카’는 1998년 출시하던 해 시장점유율 4위에 오를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박종렬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마케팅, 해외 인재 확보, 현지 파트너 발굴과 육성, M&A를 통한 해외 진출 확대 등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전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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