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유통파워 ‘맞불’…제조업 브랜드 경쟁력 절실

곡산 2007. 11. 17. 10:25
[PL시대 ‘간판상품’ 키워라] 유통파워 ‘맞불’…제조업 브랜드 경쟁력 절실
[2007.10.30 16:45]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 16일 자체 브랜드(PL) 확대를 통한 가격혁명을 발표한 지 보름이 지났다.

확대 초기에는 PL제품 출시이후 CJ의 ‘햇반’보다 이마트 PL 상품인 ‘왕후의 밥’이 2.6배, ‘코카콜라’보다 ‘이마트 콜라’가 2.4배 더 판매되면서 이마트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디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신제품 출시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재구매율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반에는 호기심으로 PL제품을 구매했던 구매자들이 결국 품질이 뛰어난 제품 구매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갈등양상을 띠고 있는 이마트의 PL확대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이마트의 전략발표로 시장이 요동을 친 것에 미뤄 유통업체의 파워가 입증된 셈이다.

그나마 주요 생필품중 1위의 아성을 지킨 브랜드는 ‘농심 신라면’, 동서식품 ‘맥심 모카믹스’, ‘남양 요구르트’, ‘서울우유’ 등 4개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1위 브랜드를 위협하는 PL제품이 속출하면서 시장판도를 바꾸기에는 충분하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제조업체가 다소 우위를 점했지만 이젠 유통업체들이 ‘저가판매=소비자 이익’이란 명분을 내세워 ‘가격 주도권’을 확실히 거머쥔 셈이다.

제조업체로서는 간판상품 육성이 절실한 상황이 됐다. PL상품이 따라올 수 없는 품질과 맛을 가진 차별화된 제품이 아니고서는 거대공룡이 된 유통파워를 이겨낼 재간이 없게 된 것이다.

■이마트 발 가격혁명, 제조업체 지각변동 예고

이마트가 내 놓은 1차 가격혁명은 그동안 치밀한 준비와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욕구를 파악하고 충족시킨 이마트의 완승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존 브랜드들이 설마하는 안일한 생각에 혀를 찔린 꼴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마트의 말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시기이다. 유통업체들의 힘은 제조업체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난 파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마트의 가격 혁명에 내심 반기는 모습이지만 제조·중소업체들은 산업 전반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가 내놓은 가격혁명의 요지는 PL 상품을 확대함으로써 효율적인 유통구조, 상품 운영을 강화해 그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환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대형마트가 추구하는 저렴한 가격은 물론 고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측은 이와관련 “대형마트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실행하고 있으며 가격혁명은 이제 시작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마트는 1차가 PL을 통한 가격혁명이었다면 2차혁명은 산지개발, 글로벌 아웃소싱을 강화함으로써 유통구조를 단축해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이익을 실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1, 2위 브랜드들을 장악하고, 마지막으로 기존 브랜드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원가 절감을 모색한다는 것이 최종 계획이다.

이마트는 이같은 시나리오를 오는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 최고의 유통그룹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위상을 수립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 이마트부문 이경상 대표는 “원가구조개선, 유통혁명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가격 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매년 경영방침과 경영목표로 내세워 꼭 현실화되도록 과정관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조업체 간판상품 육성 주력

제조업체들은 겉으로는 이마트의 가격혁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애써 폄하고 있지만 속내는 이마트 PL 상품에 맞서 대응책을 찾기위해 고심하고 있다. 시대 흐름상 이미 대세는 유통업체들에게 넘어간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 식음료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같은 호소가 근본적인 대응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제품 개발과 차별화된 전략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PL상품의 반격에도 끄덕없는 ‘신라면’, ‘맥심 모카믹스’, ‘남양 요구르트’, ‘서울우유’ 등과 같은 간판상품 개발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차별화된 고품질의 제품 못지 않게 자체적인 유통구조를 혁신해 소비자들에게 거품을 뺀 가격을 제시하는 역시 제조업체들의 풀어야 할 숙제다.

제조업체들의 경우 동급제품의 가격차가 20% 가까이 될 경우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업체들도 점차적으로 거품을 제거하고 가격을 슬림화하는것이 최선의 자구책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들이 2차적으로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해외 유명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오면 제조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라며 “자체적으로 살길을 모색해 준비하지 않으면 조만간 시장 판도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선두업체의 경우 초기에는 이마트의 가격정책에 불만을 나타내겠지만 매출이 부진할 경우 결국 자사 제품의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shower@fnnews.com 이성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