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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심층수 1조시장 잡아라"

곡산 2007. 11. 16. 09:08
"해양심층수 1조시장 잡아라" 
물 전쟁 불 붙었다
 
심해의 차가운 바닷물이 '물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내년 2월부터 먹는 해양심층수 사업이 가능해지면서 업계의 선점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아 시장 진출과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기존 생수시장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월 3일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고, 내년 2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해양심층수 개발에 이미 성공했거나 뛰어든 상황임을 감안해 국내에서도 적극 육성할 취지로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심층수의 시장성이 날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 해양심층수는 특히 '웰빙 음료'로도 조명을 받고 있다.
 
롯데 경제연구소가 지난 2005년 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좋은 물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72%로 나왔다. 또 '건강을 고려해 특별한 물을 마신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도 43%로 조사됐다.

현재 국내 물시장에 완전한 심층수는 아니지만 심층수를 정제해 섞어 넣은 '혼합음료'는 출시돼있다. 하지만 아직 심층수 시장이 형성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관련 기관과 개발기업들은 먹는 심층수를 비롯한 해양심층수 활용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수출로 이어질 경우 소득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산업의 세계적 급성장 추세 역시 이런 장밋빛 전망의 요인이다.
 
학계에서는 현재의 세계 물시장 규모를 1000조원대로 파악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1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이 가운데 생수시장만 200조원이 넘는다.
국내 생수시장의 규모도 해마다 10%이상 커지고 있다. 작년 생수 및 차.음료 시장의 규모는 5300억원에 이른다. 1995년 생수시판이 허용되면서 형성된 생수시장에는 현재 80개가 넘는 제조업체가 뛰어들어 한판 혼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녹차' '옥수수 수염차'등 이른바 '기능성 음료'까지 가세해 전선이 커져가고 있다.
 
해양심층수 개발업계에 따르면 당장 내년에만 국내시장규모가 1700억원 정도로 전망된다. 해양수산부도 2010년에는 1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심층수 시장을 개척한 일본의 예도 참고가 됐다. 작년 일본의 해양심층수 시장은 3조원 규모에 달했다.

해양심층수 개발이 각광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원료가 무궁무진하다. 해양심층수는 저온상태에서 해저 200m이하에 반영구적으로 보존돼 있다. 오염원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해 염분만 제거하면 우수한 식수는 물론 화장품 및 주류 제조용 원수 등으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먹는 물 말고도 건강음료, 술, 스킨케어제품, 식품 등에 다양하게 사용될 것"이라며 "특히 아토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양심층수 개발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쉽게 뛰어들긴 어려운 사업이다. 해저에 취수용 파이프라인을 연결해야 하는 등 기초비용만 1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후로는 결정적으로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해양심층수가 이른바 '블루오션' 상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때문에 각 기업은 물론 국책연구기관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호서대 유승훈 교수는 "고급음료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또 늘어갈 것"이라며 "과열현상만 빚지 않는다면 안정적 시장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층수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현재 6개 정도다. 자본이 넉넉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일선에 나선 개발업체와 공급계약을 맺었다. 사업진출을 준비 중인 후발업체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울릉미네랄
 
100% 해양심층수는 아니지만, 먼저 제품을 출시한 곳은 '울릉미네랄(주)'이다. 울릉도 앞바다에서 취수해 정제한 혼합음료 '울릉미네워터'를 지난 10월 4일 서둘러 시판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울릉미네랄은 울릉군과 협약을 체결하고, CJ와는 공급계약을 맺었다.
현재 대형할인점에서 유통되고 있는데, 500cc 소매가가 1200원이다.
울릉미네랄 김홍기 사장은 "시장형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미네랄은 그러나 현지에 정제.가공시설이 없어 취수한 물을 육지로 운반해 가공한다. 생산량도 적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워터비스
 
500억원에 육박하는 자본을 투입해 뛰어든 '워터비스'는 가장 경쟁력있는 업체로 평가받는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과 군인공제회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는 등 일단 자금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경영진에도 전문성을 가진 한국해양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워터비스는 롯데칠성과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내년 2월 법시행과 동시에 먹는 심층수를 시판할 계획이다. 자체 연구소가 있으므로 정제기술 개발 등에서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평한다. 추용식 사장은 "우리는 해저 1000m에서 최고 수준의 물을 끌어올린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심층수
 
대교그룹이 100억원을 투자해 계열사를 만들며 역점사업으로 뛰어든 (주)강원심층수도 경쟁력 갖춘 업체로 평가받는다. 현재 정제공장 등을 건설하기 위해 세부 설계를 하는 단계다. 강원도와 고성군청이 각각 20%이상 지분을 출자해 만들었기 때문에 법시행이 이후의 사업 추진에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명선 사장은 "강원도 등의 투자를 받아 부지를 매입한 상태"라며 "법 시행 시기에 맞춰 공장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원심층수는 자체 정제기술을 갖고 있지 않아 일본에서 기술을 사온다.
 
대한싸이로
 
최근 대한 싸이로(주)도 속초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1단계로 민간자본 150억원을 투자해 기반시설을 마련한다. 나아가 심층수를 활용한 대규모 실용화 단지의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지난 3월 강릉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심층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륙 수자원 개발이 각종 규제와 반발 여론으로 난항을 겪자 새 활로를 찾아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수부와 건교부의 갈등으로 사업이 그다지 원활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 I&D
 
해양심층수 및 레저파크 조성계획을 갖고 출발한 강릉 I&D는 부지매입은 마쳤지만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크고 작은 기업이 하나 둘 해양심층수 사업에 뛰어들면서 벌써부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수부도 이와 관련해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검토중이다. 

게다가 해양심층수가 실제로 상품화에 이르려면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고급 식수에 대한 시장의 욕구는 있지만 실질적 시장형성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기존 생수업체들이 해양심층수와의 한판대결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에서의 마찰도 우려된다. 국내에서 아직 공인기관이 해양심층수에 대한 임상실험을 한 적이 없어 효능에 대한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