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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 납품했더니 홈에버서 "제품 빼라"

곡산 2007. 11. 15. 09:35
이마트에 납품했더니 홈에버서 "제품 빼라"
◆대형마트 가격혁명에 제조업체 몸살(中)◆

대형마트들이 소비자 이익을 앞세우며 자사 브랜드인 PL 또는 PB 상품을 확대하고 있지만 납품업체와 거래는 각종 변칙 행위로 얼룩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PLㆍPB 상품을 공급하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납품업체들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PL 상품을 공급하면 판로가 확대되고 마케팅 비용이나 재고 관련 부담 등 여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대형마트 논리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은 대형마트의 배타적 행태 때문에 오히려 판로가 막히고 비용 떠넘기기도 여전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 배타적인 대형마트들

= 식품업체인 동원F&B는 최근 이마트에 PL 상품 `왕후의 밥`(즉석밥)을 공급하면서 다른 대형마트에서 매장 제품을 빼라는 통보를 받는 등 역차별을 받고 있다.

동원은 지난 6월 말부터 시장에 내놓았던 자사 상품(NB) `쎈쿡`을 포장만 바꿔 이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가격이 싼 덕에 왕후의 밥은 이마트 판매 집계에서 즉석밥 1위 브랜드인 CJ 햇반을 누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트에 PL 상품을 싸게 납품했다는 이유로 홈에버 매대에서 쎈쿡은 아예 빠지게 됐다. 홈에버는 지난달 동원F&B 쎈쿡 발주를 중단시켰다. 홈에버는 동원F&B가 이마트에 버금갈 정도로 만족할 만한 제안을 해오기 전까지는 쎈쿡을 다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쎈쿡이나 왕후의 밥이나 어차피 같은 제품인데 경쟁사인 이마트에서 4개당 2780원에 파는 제품(왕후의 밥)을 3개에 3650원(쎈쿡)에 팔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 홈에버 측 주장이다.

롯데마트 역시 동원 제품을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동원F&B 측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공식적인 태도를 밝히면 이마트와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또 PL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다른 유통업체에서 끊임없는 가격인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P사 관계자는 "이마트에 PL 상품을 공급한 이후 다른 대형마트에서 납품 가격을 낮추라는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마트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마트 눈치도 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정 유통매장에 PL 상품을 납품한 제조업체가 경쟁 유통업체에서 제품을 빼라거나 납품 가격을 낮추라는 압력을 받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다. 식품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특정 할인마트에 단 몇 십원이라도 낮은 가격으로 납품하는 사실이 알려지면 경쟁 할인마트에서 난리가 난다"며 넌더리를 쳤다.

◆ PL 하자면서 재고 떠넘겨

= PL이나 PB 상품은 대형마트 브랜드로 내는 제품이므로 재고부담을 대형마트가 100% 지는 것이 원칙이다. 대형마트들이 PL 상품 마진율을 높게 받는 것도 리스크를 떠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PL 상품 역시 재고부담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중소기업 B사 관계자는 "납품한 물건은 대형마트가 알아서 책임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이 부담하고 있다"며 "또 PL이나 PB 상품을 개발하면 직매입을 확대하겠다고 해놓고 오히려 직매입을 축소하는 것이 대형마트 행태"라고 지적했다.

납품업체가 자사 제품 판촉을 위해 파견한 직원을 대형마트가 제멋대로 부리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월급은 납품업체가 지급하는데 대형마트는 자기 직원 부리듯 하는 것이다. 최근 이마트 인천구월점에서는 식품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이 반나절 동안 이마트 PL 상품 판촉에 투입되기도 했다.

구월점 관계자는 "신송에서 직원이 나와 이마트에 납품한 PL 제품 판촉을 오후 내내 했다"고 전했다.

한 식품업체 사장은 "대형마트에만 여사원 500명을 파견하고 있다"면서 "이는 일본 미국 등에는 없는 한국식 할인마트 경영"이라고 지적한 뒤 "여사원 1인당 월평균 인건비 170만~180만원이 들어가는 등 매우 큰 비용을 가외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PL 제품 확대를 통해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하지만 대형마트들이 제품 포장만 바꿔 내놓거나 각종 비용을 여전히 제조업체에 떠넘기는 일은 애초 취지에 어긋나는 반칙행위"라고 지적했다.



[진성기 기자 / 심시보 기자 / 이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