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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제조원가 밑도는 납품가 강요해 30% 폭리

곡산 2007. 11. 12. 11:03
대형마트, 제조원가 밑도는 납품가 강요해 30% 폭리
대형마트 가격혁명에 제조업체 몸살
소비자이익 내세워 중소제조업체 쥐어짜기 극심

"이마트와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PL 상품 납품)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손해도 손해지만 솔직히 자존심이 너무 상합니다."

이마트 자체 상표(PL) 상품을 만들어 납품 중인 한 중소 제조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변변한 히트상품 하나 없던 회사를 키워낸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요즘 억울한 마음에 속이 터진다. 제조원가보다 10% 가까이 낮은 가격으로 이마트에 PL 상품을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더 억울한 것은 이마트는 가격혁명이라는 명분 아래 종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는 점"이라며 "PL 상품 납품을 많이 할수록,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조업체들 살림살이는 쪼그라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 대형마트 배만 불려

=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최근 `소비자 이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PL 상품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PL 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들 신음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종전보다 가격을 20% 이상 낮춘 PL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은 물론 PL 상품까지 진열대에 놓이자 상품 선택 폭이 커졌다.

PL 상품은 납품업체가 해오던 판촉 활동 등을 이마트가 대신하므로 그만큼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기게 됐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그러나 제조업체들 시각은 다르다. 자신들을 쥐어 짜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대형마트들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실제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기존 NB 상품에서 15~20% 이윤을 가져가는 데 비해 PL에서는 30% 안팎 이윤을 챙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비해 제조업체들이 PL 상품으로 얻는 이윤은 10%를 넘지 않으며, 심지어 적자를 보면서 공급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들이 PL 납품업체들 등골을 휘게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업체만 이익을 내는 불합리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생활용품업체인 A사는 5~10% 이윤을 내며 대형마트에 NB 상품을 공급해 왔지만, PL 상품 납품으로 남기는 이윤은 2~3% 수준에 불과하다고 토로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30%나 되는 폭리를 챙기는데 우리는 원가 수준에 납품하니 억울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익과는 무관한 홍보용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치부하고 만다"고 했다.

이마트에 PL 음료를 공급하는 B사 관계자도 "이익률이 기존 상품에 비해 반 토막 이상 줄어들었다"며 불만스러워했다.

홈플러스에 PL 상품을 공급하는 C사는 "PL이 늘어날수록 중소업체들은 저가납품으로 인한 출혈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관계자는 "재고 부담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일반 상품보다 높은 마진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영업이익률이 3~7% 수준으로 제조업체보다 못하다는 점도 알아달라"고 말했다.

◆ 중소업체 제품 매대서 사라질 판

= 그러나 PL 상품을 공급하는 식품업체 중에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형마트들의 PL 상품 확대에 중소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크다. 가격경쟁력을 지닌 PL 상품과 대기업의 시장 1위 상품이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서 2~5위 상품들은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형마트들이 PL 상품과 1위 상품을 눈에 잘 띄는 매대에 함께 진열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마트에서 내놓은 `왕후의 밥`과 1위인 `CJ햇반`만 소비자들 관심을 주로 받고 있고, 나머지 즉석밥들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PL 납품으로 중소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된다는 대형마트 논리에도 허점이 있어 보인다. 도리어 판로가 막히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업체가 많기 때문. D사 영업 이사는 "PL 공급은 언뜻 중소기업에 거래처가 보장되는 듯 보이지만 다른 대형마트와 거래를 못하게 돼 판로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난다"고 지적했다.



[진성기 기자 / 심시보 기자 /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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