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람 명예기자 soramyang@hanmail.net
체질에 맞는 올바른 음료의 선택과 음용 습관이 중요해
대학생 박모 양(22)은 얼마 전 새로운 고정 지출이 생겼다. 바로 수업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려 ‘0 칼로리 차 음료’를 구입하는 것. 박 양은 “건강과 몸매 관리에 더 좋을 것 같아서 커피 대신 마시게 됐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2병 정도씩 꾸준히 마실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고 칼로리 부담도 없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 비해 여러 종류의 0 칼로리 음료가 많이 나와서 좋다”며 최근 음료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0 칼로리 음료를 즐기는 박 양과 같은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 최근에는 길거리에서도 0 칼로리 음료를 손에 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0 칼로리 음료가 인기를 얻자 최근 다양한 성분을 원료로 한 음료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http://cafefiles.naver.net/data26/2007/8/8/294/1_hoidanzi.jpg©뉴스미션
많은 이들이 이렇게 0 칼로리 음료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귀가 솔깃할 만한 성분과 효능. 0 칼로리 음료를 구입해 본 사람들이라면 음료 병에 새겨진 ‘다이어트에 좋은 성분들이 들어 있다’ ‘몸의 부기를 빼 준다’ ‘피부를 곱게 해 준다’는 선전 문구들을 한 번쯤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0 칼로리 음료 소비자의 상당수는 이러한 효능을 기대하며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은 2~30대 여성일수록 이같은 경향을 뚜렷이 보였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마시는 음료의 주원료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성분명이나 효과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마시기만 하면 'S라인' 되는 음료?
0 칼로리 음료들의 성분 표시를 살펴보면, 각 음료 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주로 L-카르니틴, L-아르기닌, 차 카테킨 등의 성분을 다이어트 효과를 주는 주성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L-카르니틴은 지방 대사에 관여해 지방질을 감소시키고 L-아르기닌은 근육생성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두 가지 모두 체내에서 자연 합성되기는 하나 소량이기 때문에 음식으로부터 섭취해야 한다. 차의 카테킨 성분은 차의 떫은 맛을 내는 물질로, 항암 효과뿐 아니라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해 체지방 감소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성분들은 미량에 불과해 보조적 역할 외에 눈에 띌 정도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 상당수의 차 제품에는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데, 적정량 섭취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카페인의 작용으로 지방 연소가 빨라지고 근 집중력이 높아지며, 근 피로감을 덜 느끼끼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을 하는 사람은 운동 전 카페인 섭취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지방을 소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호흡기 흥분작용, 이뇨작용, 기관지 및 혈관 확대작용도 수반하기 때문에 과다 섭취할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광고의 영향으로 ‘효능’은 잘 알지만, ‘부작용’은 거의 몰라
회사원 이모 씨(25)는 얼마 전 다이어트를 위해 한약을 복용하게 됐는데, 며칠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하는 등 심한 불면증과 가슴 두근거림, 온몸에 힘이 없는 증상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증세가 계속되자 이 씨는 한약을 지었던 한의원에 문의했는데, 알고 보니 평소 매일 2~3통씩 마시던 0 칼로리 녹차 음료와 한약을 함께 복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몸의 대사율을 강제로 높이는 효과를 가지는 다이어트 한약과 녹차 속의 카페인 성분이 함께 작용하면서 혈압과 맥박이 과도하게 증가한 것. 한의사는 이 씨에게 한약을 복용할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녹차 등의 차 음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혈압을 높이고, 과다한 이뇨작용으로 탈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녹차의 경우 탄닌 성분이 변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포털 게시판에는 “부기를 빼는 데 좋다는 소문을 듣고 시중 옥수수차 제품을 많이 마셨는데, 평소 있던 수족냉증 증상이 더 심해진 것 같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주부도 있었다. 이는 몸을 차게 하는 옥수수차의 성질을 알지 못했기 때문. 원래 몸이 찬 여성이나 소음인 체질의 사람들의 경우 찬 기운의 음료를 마시면 순환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 노화방지와 항암효과로 각광받고 있는 검은콩 차의 경우도, 콩 자체의 성질은 따뜻하지만 달이거나 삶으면 차가운 성질로 변해 신열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에는 효과를 내지만, 몸이 찬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양을 조절하거나 계피차 같은 따뜻한 성질의 차를 마시는 편이 낫다.
▲과연 내가 마시는 음료는 아무런 해가 없을까? ©뉴스미션
이처럼 소비자들은 음료의 효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음용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부분의 제품에는 몸에 해로운 성분들은 작게 표기되어 있거나 아예 명시되어 있지 않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간과하기 쉬운 것이 사실. 물론 업체에서는 효능만을 내세우고 유해한 성분은 전혀 없다고 설명하지만, 맛과 향을 보존하기 위해 대다수의 음료에 첨가되어 있는 L-아스코르빈산나트륨이나 화학물질의 흡수를 촉진하는 유화제 등은 미량이라 할지라도 장기간 축적 시 건강에 해롭다. 또한 풍미를 위해 첨가하는 합성착향료 역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아무리 마셔도 무해한 ‘완전 음료’는 시중에서 찾기 어려운 셈이다.
'내 몸이 진정 원하는 물'은?
전문가들은 0 칼로리 음료보다는 생수를, 식사 외의 시간에 하루에 2리터 정도의 충분한 양을 나누어 마시는 것이야말로 건강에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특히 공복에 마시는 물은 장의 운동을 도와 변비를 해소해 주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식이 조절에도 보조적인 역할을 하여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 특히 좋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시중의 음료와는 달리 식품 첨가물이나 카페인 등 몸에 해로운 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는데다 탈수 작용을 일으킬 염려도 없으므로 그야말로 ‘완전무해’한 음료라는 것. 그러나 최근 0 칼로리 음료 열풍 속에서 생수를 찾는 손길은 과거보다 줄고 있어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이 있다. 끊임없이 신제품과 새 광고가 쏟아지고 있는 0 칼로리 음료시장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은 솔깃한 문구에 유혹되어 그 ‘열풍’에 오늘도 손수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열풍이 소비자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또 과연 그를 통해 광고만큼의 효능을 얻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은 우리 몸의 70% 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올바른 섭취가 정말 중요하다. 부작용 없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생수를 애용하고, 때에 따라 적정량의 0 칼로리 음료를 마시는 것이 가장 건강한 수분 섭취의 방법으로 보인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음료를 구입하기 전에 본인의 체질 등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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