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소비 양극화 속 인플레이션 현상 뚜렷..."韓 수출기업 투트랙 전략 수립해야"
강력한 노동 시장, 전체 소비 지탱
"韓 수출기업, 소득층 따라 전략 달리 해야"

[더구루=정등용 기자] 최근 미국 경제가 소비 양극화 속에 뚜렷한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고 주식 시장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가계 경제를 나타내는 소비·심리 지표는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주유소 매출 감소가 전체 수치를 다소 끌어내렸지만 주유소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늘었다. 특히 아마존 프라임데이 등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 행사에 힘입어 온라인 판매는 전월 대비 1.9% 급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지출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소득 계층별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고소득층은 증시 호조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지출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저소득층 가계는 누적된 인플레이션 압력과 세금 환급 효과 소멸 여파로 지출을 빠르게 축소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가 대안을 찾는 ‘트레이드 다운(Trade-down)’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Bank of America Institute)의 신용카드 지출 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들어 할인 의류 매장과 저가 식품점, 종합 할인점을 찾는 소비 발길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에너지 비용 급등이 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Post-Ipsos)가 공동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6%가 현재 식료품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2월 조사 당시 기록한 45% 대비 21%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이러한 물가 부담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연 소득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56%가 식료품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5만~10만 달러(약 7000만~1억4000만원) 가구는 70%, 5만 달러 미만 가구는 82%가 부담을 호소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순 주유비 증가에 그치지 않고 농작물 재배, 제조, 수송 등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가공식품 가격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모기지 금리 급등에 따른 주거비 상승과 보육비 증가가 더해지면서 중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소비 시장이 급격한 침체를 겪지 않는 데에는 강력한 노동 시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노동부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20만8000건으로 감소하며, 낮은 해고율과 타이트한 구인 환경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노동 시장의 강세가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지지하며 전체 소비를 지탱하는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트라는 이 같은 미국의 소비 양극화 심화 속에서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극화가 극대화되는 시기에는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모호한 중가 브랜드가 가장 먼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코트라는 "소비 여력이 위축된 중저소득층의 실속형 소비 트렌드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가성비 중심의 라인업 확보가 요구된다"며 "반면 자산 여력이 견조한 고소득층 타깃 시장은 차별화된 가치와 감성 품질을 극대화한 프리미엄 포지셔닝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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