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슬림핏 얻고 ‘이것’ 잃었다…위고비가 바꾼 김부장 일상

곡산 2026. 7. 8. 12:27

슬림핏 얻고 ‘이것’ 잃었다…위고비가 바꾼 김부장 일상

임선영입력 2026. 7. 8. 05:02수정 2026. 7. 8. 05:37

A기업의 40대 부장 김모씨는 최근 여름 셔츠 네 벌을 새로 샀다. 비만치료제를 투약한 지 3개월 만에 체중이 5㎏ 줄면서 입던 옷이 헐렁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뱃살을 가리려고 넉넉한 오버핏 셔츠만 입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생겨 몸매를 좀 드러내는 슬림핏 스타일을 찾게 된다”며 웃었다.

국내외 패션·뷰티·식품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미국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주사형 비만치료제가 빠르게 확산하면서다. 의료 영역에 머물던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 이후 사람들의 소비 행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주사형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AFP=연합뉴스

월 20만~6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위고비·마운자로 처방 건수는 약 80만건에 달했다. 앞으로 위고비필, 파운데요 등 먹는 비만치료제가 국내에 출시될 경우 사용차층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3억7700만 달러(약 5700억원)로 미국·브라질·캐나다·호주에 이어 세계 5위다. 특히 성장률은 상위 5개국 중 가장 높았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60억7300만 달러(약 70조원)에서 2034년 978억6200만 달러(약 149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비만치료제 확산은 당장 패션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슬림핏’ 키워드가 포함된 의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반면 체형을 보완하는 ‘빅사이즈’ 관련 검색량엔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무신사에서도 ‘슬림핏’ 검색량이 46% 늘었고, 29CM에선 관련 의류 거래액이 228% 증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사용자가 많아지고, 체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의류 디자인과 사이즈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포착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배송·반품 관리 기업 나르바가 38개 소매업체를 분석한 결과 구매한 의류를 더 작은 사이즈로 교환하는 비율이 2023~2025년 3년 연속 증가했다.

비만치료제 확산으로 슬림핏 의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지그재그

두피·모발 관리 시장도 ‘체중 감량 영향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기간 체중 감량 과정에서 탈모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국에선 이른바 ‘위고비 헤어(Wegovy hair)’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미국 CNBC는 “비만치료제 사용자들의 탈모 관리를 돕는 시장 규모만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K뷰티 기업들도 관련 수요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문을 연 올리브영 매장에선 두피 관련 에센스와 앰플, 각질 제거 제품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3월 아마존의 ‘빅 스프링 세일’ 기간 헤어브랜드 미쟝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7% 급증했다. 이에 K뷰티 브랜드들은 미국 시장에서 두피·모발 관리 제품군을 확대하고, 유통망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고단백·소용량 제품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비만치료제 사용으로 식사량이 줄자 근육량 유지, 단백질 보충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 콘아그라 등은 비만치료제 사용자들을 공략한 식품을 출시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앞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변화한 소비 시장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