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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엿·과당값 뒤흔든 7년 담합…전분당 4사에 과징금 7476억

곡산 2026. 7. 8. 07:54

물엿·과당값 뒤흔든 7년 담합…전분당 4사에 과징금 7476억

공정위, 대상·삼양사·사조·CJ제일제당 적발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가격 재결정 명령도

  • 등록2026.07.07 16:38:32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상, 사조씨피케이,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전분·전분당 제조사의 장기 가격담합을 적발하고 역대 담합 사건 중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분당은 과자, 빵, 음료, 빙과, 주류, 소스류 등 식품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원재료인 만큼 이번 제재가 식품 원가와 소비자물가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4개 전분 및 전분당 제조·판매 사업자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식품업체, 제지사, 철강사 등 사업자 간 거래에 적용되는 전분·전분당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7475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대상은 대상은 대상(대표 임정배), 사조씨피케이(대표 이창주), 삼양사(대표 강호성), CJ제일제당(대표 윤석환) 등 4개사다. 공정위는 지난 3월 검찰이 고발 요청한 4개 법인과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이미 고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전분당은 전분 제조 과정에서 생산된 전분 유액을 가수분해해 얻는 당류를 말한다. 과당, 물엿, 올리고당, 알룰로스 등이 대표적이다. 제과·제빵·제면, 음료, 빙과, 맥주 등 식품 분야뿐 아니라 제지, 철강 등 다양한 제조업에서도 원재료로 사용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B2B 전분당 시장은 4개사가 전분 95.7%, 전분당 86.4%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전분·전분당의 주원료인 수입 옥수수는 4개사가 공동으로 수입하고 있으며, 정부는 전분당이 국민 물가와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21년 4월부터 매년 200만 톤 내외의 가공용 옥수수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4개사는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전분당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 전분사가 합의내용을 화이트보드에 기재하는 모습

 

옥수수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하게 거래상대방에게 전가하기 위해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했다. 반대로 옥수수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거래처의 가격 인하 요구에 대응해 인하 폭을 최소화하고 인하 시기를 늦추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들은 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뿐 아니라 거래처에 제시할 가격 변경 근거, 공문 발송 시기, 품목별 목표가격까지 구체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4개사가 목표가격을 정한 뒤 각 사별로 순차적으로 거래처에 가격 변경 공문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거래처가 목표가격을 수용하도록 압박·유도했다고 봤다.

 

합의 이행 여부도 치밀하게 점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각 사는 공문 발송 예정일에 상대방 회사를 방문해 품목별 인상폭, 인상시기, 공문 수신처 주소 등이 합의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우체국까지 동행해 실제 공문 발송 여부를 점검한 사례도 있었다.

 

거래처와의 가격 협상 과정에서도 공동 대응이 이뤄졌다. 거래처별로 가장 거래 비중이 높은 전분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다른 전분사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목표가격이 관철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의 영향은 식품 원재료 가격 전반으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4개사가 국제 옥수수 가격 상승기에는 전분당 판매가격을 신속하게 인상하고, 하락기에는 가격 인하를 지연해 원가 인하 효과가 거래처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11월에는 담합이 시작된 2018년 5월과 비교해 판매가격이 최대 73%까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원가 부담이 실수요처와 대리점, 나아가 최종 소비자에 대한 물가 인상 요인으로 전가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4개사에 총 7475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대상 2341억4100만원, 삼양사 2103억4000만원, 사조씨피케이 2001억3200만원, CJ제일제당 1029억6500만원이다.

 

이번 과징금은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서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 상위 담합 사건으로는 2010년 6개 LPG 공급회사 담합 6689억원, 2026년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 담합 3960억원, 2016년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담합 3505억원 등이 있었다.

 

공정위는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전분당 제품 가격을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독자적으로 재결정하도록 명령했다. 또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을 보고하도록 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밀가루 담합, 인쇄용지 담합 사건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부과된 조치다. 공정위는 담합이 7년 5개월 동안 관행처럼 지속된 점, 국내 전분당 시장이 장기간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재발 가능성이 큰 점, 마지막 합의 가격이 담합 이전 경쟁 수준으로 인하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제당사, 제분사, 제지사 담합 제재에 이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원재료 시장의 담합을 엄정하게 제재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전분 및 전분당은 국민 먹거리와 산업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품목”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