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사실상 파산 수순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7.03 14:42
법원, 수정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 낮아 회생절차 폐지…포괄적 금지명령 해제
홈플러스, 자금난 악순환 속 최대 채권자 메리츠에 2000억 원 신규 대출 간청

법원이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한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법원장 정준영, 주심 부장판사 박소영)는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다. 이는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의 수행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 결과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은 성사됐지만, 잔존 사업부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이뤄지지 않은 채 영업이 지속되면서 매출은 감소하고 급여·물품대금·조세 등 공익채권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억 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자금이 조달되지 않아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회생계획안을 관계인집회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가압류·경매를 막아주던 포괄적 금지명령도 해제됐다.
앞서 법원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 작성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지난 6월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1206억 원에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영업양도와 신규 자금 조달을 위해 가결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인 잔존 사업부 M&A 실패와 운영자금 확보 불발로 지난 2025년 3월 회생절차 개시 이후 16개월 만에 결국 폐지 결정을 맞게 됐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지자 홈플러스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객과 임직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홈플러스는 입장문에서 “2025년 3월 4일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 약 16개월 동안 점포 임대료 감액협상, 일부 점포의 영업중단,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문의 매각 등 여러 조치를 취해 왔다”며 “그러나 회생과정에서 판매용 물품 공급의 차질이 발생했고 매출이 감소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운영자금 투입 없이는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에 관한 의구심이 해소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특히 홈플러스는 자금 조달 실패의 원인으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을 지목했다. 홈플러스 측은 “법원에서는 2주 이내에 2000억 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해 즉시항고를 하면 회생절차의 재개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그러나 지난 몇 주간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대주주 측 운용관리사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파트너가 제공한 1000억 원의 연대보증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금지원을 거절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을 향해 “2000억 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해 주실 것을 간청드린다”며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채권자와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 즉시항고할 수 있다.
한편 대형 유통 채널의 한 축인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소식에 식품업계 전반에도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등을 납품해 온 제조사들과 농가들은 대규모 미수금 리스크와 판로 축소라는 이중고를 마주하게 됐다. 자산 청산 과정에서 일반 물품대금 채권의 변제 순위가 밀릴 가능성이 높아, 이미 물품 공급 차질로 자금난을 겪던 중소 협력업체와 PB 상품 위탁 제조업체들의 연쇄 도산 우려까지 제기된다.
또한 1만2000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과 입점 점주들이 한순간에 대량 실직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파산 절차가 본격화될 경우 이들 직원은 물론 입점 점주,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해 유통업계 사상 전례 없는 대량 실직 사태와 연쇄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핵심 오프라인 유통망 중 하나인 홈플러스 매장의 폐점이나 영업 위축이 본격화될 경우, 식품 제조사 간 대체 판로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기존 대형마트 잔존사나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채널로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입점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유통 채널에 대한 식품 제조사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빅3 중 하나인 홈플러스의 파산 위기는 단순한 유통 기업 하나의 몰락을 넘어 중소 납품업체와 제조업체들의 생존 흔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수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장 납품 물량을 조절하거나 대체 판로를 찾기 위한 이커머스·타 대형마트 입점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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