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밀키트’ 캐나다 외식 시장 새로운 대안 부상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7.03 10:56
물가 상승 영향 외식 횟수 줄이고 합리적 비용으로 식사
내년 4조1000억 원대…한식 ‘대담하고 복합적 풍미’ 인기
떡볶이 등 안정적 판매…즉석밥·볶음류·찌개류 수요 증가
한국 식문화 체험 기회…불고기·비빔밥 등 고급화 가능성
영어·불어 조리법에 쉬운 설명, 매운맛 조절, 냉장 유통 필요
캐나다에서 외식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식생활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외식 횟수를 줄이는 대신 집에서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외식 수준의 식사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밀키트(Meal Kit)가 새로운 식사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한식의 풍부한 맛과 K-콘텐츠 확산이 결합된 K-밀키트가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캐나다의 소비자물가지수와 외식 물가지수는 꾸준히 상승했다. 판매세와 팁까지 더해지는 외식 문화 특성상 소비자가 체감하는 외식비 부담은 더욱 커졌고, 이러한 변화는 외식 수준의 만족도를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식사 솔루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밀키트 시장의 성장은 캐나다만의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밀키트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밀키트 시장은 2025년 207억1000만 달러에서 2026년 244억9000만 달러, 2030년에는 493억6000만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개인 맞춤형 영양 관리, 친환경 식단에 대한 관심, 온라인 식료품 시장 성장, D2C 식품 브랜드 확대, 라스트마일(Last Mile Delivery) 배송 효율화 등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구독형 식사 서비스 확산, 신선·유기농 식재료 선호, 지속 가능한 포장 수요 증가도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캐나다 시장의 성격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국과는 좀 다르다. 코트라 토론토무역관은 캐나다 밀키트 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외식을 대체하는 식사 솔루션'으로의 진화를 꼽는다. 단순히 조리가 간편한 제품이 아니라, 외식 수준의 품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외식 대신 선택하는 밀키트
캐나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밀키트를 선택하지 않는다. 외식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캐나다 밀키트 시장은 2025년 약 27억3000만 캐나다 달러에서 2028년 38억1000만 캐나다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밀키트 이용 비율은 2021년 8.2%에서 2026년 11.5%로 높아졌으며, 최근 3년간 구독자 수 역시 연평균 6% 이상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기간 급성장했던 밀키트는 이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대 밀키트 기업인 헬로프레쉬(HelloFresh) 역시 팬데믹 이후 확보한 구독 기반을 토대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캐나다 주요 업체들은 온라인 정기배송을 중심으로 경쟁하며 매주 40여 종에 이르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메뉴 다양성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의 요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식의 존재감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K-푸드, 차별화 카드로 부상
최근 캐나다 밀키트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식 메뉴 확대다.
현지 식품업계에서는 'Bold & Complex Flavors(대담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김치와 고추장, 한국식 바비큐 소스 등을 활용한 메뉴가 주요 플랫폼의 정규 라인업으로 편성되고 있다.
과거 한식은 아시아 음식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K-드라마와 K-팝,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친숙함이 높아지면서 한식 자체가 하나의 경쟁력 있는 글로벌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밀키트 업체들 역시 이러한 소비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메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식 레시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K-푸드는 현지 소비자의 일상적인 식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성비와 품질, 두 마리 토끼를 잡다
K-밀키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높은 가성비다.
찌개와 탕, 볶음류 등 한식은 다양한 재료와 조리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외식 의존도가 높은 메뉴다. 그러나 밀키트를 이용하면 손질된 재료와 소스를 활용해 전문점 수준의 음식을 손쉽게 완성할 수 있다.
특히 외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판매세와 팁, 배달비 부담이 없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실제로 캐나다 주요 배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떡볶이 한 메뉴의 가격은 평균 16.99캐나다 달러 수준이지만 각종 수수료와 팁까지 포함하면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약 26캐나다 달러까지 올라간다.
반면 동일한 메뉴를 조리할 수 있는 떡볶이 밀키트는 약 10캐나다 달러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외식과 유사한 식사 경험을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캐나다 현지 대형 아시안 식품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떡볶이와 냉면 등 한식 제품은 이미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확보했으며, 즉석밥 소비 증가와 함께 볶음류와 찌개류 밀키트 수요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품 구성에서도 K-밀키트는 현지 제품과 차별성을 보인다.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밀키트는 파스타와 샐러드, 타코처럼 비교적 단순한 조리 방식의 메뉴가 중심이다. 반면 한식 밀키트는 다양한 채소와 육류, 해산물, 특제 양념, 고명 등을 함께 제공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제품 가치가 높다. 복합적인 재료를 직접 준비하지 않아도 전문점 수준의 한식을 비교적 쉽게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코트라 토론토무역관이 지원한 특판전에서는 해물탕 밀키트가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풍부한 식재료 구성과 깊은 국물 맛을 구현하는 소스가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는 국내 기업의 캐나다 시장 진출 검토로 이어졌다.
K-콘텐츠가 만든 '경험 소비’
K-밀키트의 또 다른 경쟁력은 문화적 경험이다.
K-드라마와 예능,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접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비한인 소비자들에게는 부담 없이 한국 식문화를 체험하는 입문 상품 역할도 하고 있다.
현지 유통업계에서는 한국 콘텐츠 확산 이후 비한인 소비자의 정통 한식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관심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일본·유럽과 무엇이 다른가
캐나다 시장의 특징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 밀키트 시장은 건강과 다양성이 핵심이다.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물성, 유기농 등 건강 지향 메뉴가 성장하고 있으며, K-밀키트 역시 불고기, 비빔밥, 잡채 등 이미 인지도가 있는 메뉴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아시안 식단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캐나다와 달리 한식이 이미 익숙한 시장이다. 김치, 불고기, 떡볶이 등은 낯선 음식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메뉴에 가깝다. 따라서 일본에서 K-밀키트의 경쟁력은 ‘새로운 문화 체험’보다 ‘집에서 간편하게 먹는 익숙한 한식’에 있다. 즉 재구매와 일상식 편입이 중요한 시장이다.
유럽은 지속가능성과 프리미엄 가치가 중요하다. 친환경 포장, 유기농 원료, 탄소배출 저감, 고품질 식재료 등이 소비자의 구매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K-밀키트가 유럽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식의 맛뿐 아니라 발효식품의 건강성, 친환경 포장, 프리미엄 원료 이미지를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반면 캐나다는 외식비 절감과 K-콘텐츠 경험이 동시에 작용한다. 미국이 건강, 일본이 일상식, 유럽이 친환경이라면 캐나다는 ‘외식을 대신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한 끼’와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식사’라는 두 가지 가치가 결합돼 있다.
K-밀키트의 새로운 기회
이 점에서 캐나다 K-밀키트 시장은 단순한 간편식 시장이 아니다. 높은 외식비에 대응하는 실용적 대안이면서도 K-콘텐츠에 대한 호기심으로 진입 장벽을 낮춰 실제 구매와 조리 경험으로 연결하고 있다.
향후 캐나다 시장에서 K-밀키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이 중요하다. 영어와 프랑스어 조리법 제공, 비한인 소비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메뉴 설명, 현지 식문화에 맞춘 매운맛 조절, 안정적인 냉동·냉장 유통망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한국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외식비를 절감하면서도 만족도 높은 한 끼를 제공하는 제품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해야 한다.
결국 캐나다에서 K-밀키트의 성장 가능성은 가격, 편의성, 문화 경험이 동시에 맞물린 데 있다. 외식비 부담이 커지는 시장 환경 속에서 K-밀키트는 현지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식사 대안을 제공하고, 한국 식품기업에는 새로운 수출 기회를 열어주는 유망 카테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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