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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체식품] ② “국산 원료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농진청, 대체단백 시장 직결형 R&D 본격 시동

곡산 2026. 5. 7. 08:16
[기획-대체식품] ② “국산 원료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농진청, 대체단백 시장 직결형 R&D 본격 시동
  •  전주=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4.27 18:23

494억 투입 ‘맞춤형 원료화 사업’ 가동...“연구는 매출로 완성” 선언
바이오푸드테크팀 김기창 연구사, 중장기 R&D 전략 발표

농촌진흥청이 대체단백 산업을 국가 전략 분야로 규정하고, 국산 원료 기반의 시장 재편에 본격 착수했다. 

기술 개발을 넘어 원료·가공·제품화까지 연결되는 ‘맞춤형 원료화’ 체계를 구축해 연구 성과를 시장에서 직접 증명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2일 국립식량과학원 푸드테크소재과가 주최한 ‘식물기반 식품 민관협의체 간담회’에서 공개된 이번 정책은 국산화·기술자립·사업화 직결을 3대 축으로 하는 중장기 R&D 전략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김기창 연구사
(농진청 연구정책국 바이오푸드테크팀) 

■ ‘원료 국산화→ 소재화→ 산업화’… 3단계 구조로 설계된 국가 프로젝트

'대체단백 분야 공동연구사업'에 대해 발표한 식량원 바이오푸드테크팀 김기창 연구사에 따르면 이번 사업의 핵심은 ‘대체 단백 특화시장 맞춤형 원료화’이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494억 원이 투입되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단순 기술 개발 과제가 아니라 원료 확보에서부터 소재화, 제품화 그리고 시장 진입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산업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산 생물자원 기반 원료 확보 △고품질 단백질 소재화 및 기능 고도화 △제품화 및 시장 진입이 이 사업의 키워드로, 특히 '대체식품 소재 국산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실현한다'는 비전 아래 식량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사업 설계의 출발점은 축산업이 환경 부담의 중심에 서 있는 동시에 단백질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식량 구조의 변화다. 2050년에는 현재보다 70% 이상 많은 단백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존 동물성 단백질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 주체의 판단이다.

김기창 연구사는 “이 흐름이 계속되면 앞으로는 단백질을 먹고 싶어도 충분히 공급받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며 대체단백의 의미를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필수 공급원’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현실은 △핵심 원료의 수입 의존 △기술 수준의 격차 △그리고 산업 기반의 취약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식물성 단백질의 핵심 중간소재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성형 기술 등에서도 글로벌 수준과 차이가 존재한다. 뿐만아니라 대체식품 산업이 중소·벤처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대규모 R&D 투자가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

김기창 연구사는 이 지점을 짚으며 “핵심 원료와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 “프리미엄으로 간다”… 국산 원료 전략의 핵심

이러한 상황에서 원료 국산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김기창 연구사는 공급망 리스크를 언급하며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 가격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므로 국산화는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농진청은 이러한 한계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모든 시장을 대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국산 원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프리미엄 시장과 특수용도식품 시장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했다. 

식물성 단백질은 △국산 △Non-GMO △안전성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고, 곤충 단백질은 기능성을 중심으로 특수식 시장에서 수용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국산 원료를 원하는 소비자층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김 연구사의 발언은 이번 사업이 지향하는 시장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11개 과제·2대 축… 식물성 단백과 곤충 단백 ‘투트랙 전략’

사업 추진 방식에서도 변화의 폭은 크다. 이번 사업은 총 11개 과제로 구성되며, △국산 고품질 식물성 단백질 소재화 △곤충 단백 기반 특수용도식품 소재화라는 두 개의 핵심 축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각 과제는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보다 데이터와 성과를 공유하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김 연구사는 이를 햄버거에 비유해 “패티, 빵, 소스가 각각 좋다고 해서 맛있는 햄버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화다.”며 개별 기술이 아니라 통합된 산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식물성 단백은 프리미엄 식품 시장을, 곤충 단백은 기능성 중심 특수식 시장을 타깃으로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 시장 확대가 아니라 “차별화된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 “연구 속도가 경쟁력”… 패스트트랙으로 사업화 앞당겨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속도’에 대한 접근이다. 기존 농진청 R&D가 연구 이후 실증과 시범사업을 거쳐 사업화로 이어지는 장기 프로세스였다면, 이번 사업은 연구 단계에서부터 시범사업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빠르게 변하는 식품 시장에서 연구와 산업 간 시간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연구가 끝났을 때 시장이 이미 바뀌어 있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며, “연구가 끝난 뒤가 아니라, 수행 과정에서부터 사업화를 준비하는, 연구와 사업화를 동시에 끌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성과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로서, 이번 사업에서 농진청이 제시한 기준은 “연구는 제품이 시장에 나가고 매출이 발생할 때 완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변화 속도가 빠른 식품 시장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적 설계다.

농진청은 또 “실패하는 연구의 대부분은 기업이 쓰지 않는 연구였다.”며 기존 R&D의 한계를 짚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에서는 소비자 반응, 공정 적용성, 원가 구조, 유통 현실 등 현장의 요소를 연구 초기부터 반영하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 민간이 끌고 정부가 지원… 협력 구조의 전환

민관 협력 방식도 달라졌다. 기업은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연구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 자리 잡는다. 연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수정하도록 요구하고,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 반응이 다르면 연구 방향을 바꿔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끌고 간다는 생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김 연구사의 발언은 이번 사업의 협력 구조를 잘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