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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해결의 열쇠, 자동화 기술이 주도하는 일본 식품 산업의 변화

곡산 2026. 5. 7. 07:50
인력난 해결의 열쇠, 자동화 기술이 주도하는 일본 식품 산업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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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 후쿠오카무역관 김경미
  • 2026-05-04
  • 출처 : KOTRA

 

인력난·고임금 직격탄 맞은 日 식품 산업, AI·로봇 기반 '지능형 자율 공장'으로 생존 활로

원료 조달부터 소매·접객까지 가치사슬 전반 확산… 기술 트렌드는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

정부 주도 제도 정비 및 기업 간 공동 기술 개발 가속, 우리 기업의 솔루션/로봇 수출 기회 부상

일본 식품 가치사슬 전반으로 확산되는 생산성 혁신 흐름

 

현재 일본이 정의하는 푸드테크는 대체 단백질이나 신소재 식품 개발을 넘어, 식품의 제조와 외식, 유통 및 소매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 Chain) 전 과정에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비전 센서, IoT,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하여 생산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포괄적인 접근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심각한 인구 구조의 변화, 즉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이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24년에만 약 58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며, 제조업 전반의 노동력은 2030년까지 현재 수준의 12%가 추가로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식품 산업은 전통적으로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노동 집약적 공정이 많아,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은 단순히 운영 효율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 과제로 부각됐.

 

<식품 가치 사슬 전반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기술 및 자동화 요소>

 구분 원료 조달 식품 개발·제조 통·물류 소매 소비
IoT • 위성 원격 탐사
• 농장 데이터 관리/분석
• 원격 농장 관리
• 미·후각 데이터 기반 레시피 개발

• 제조 모니터링
• 에너지 이용 최적화
• 콜드체인 관리
• 상품 추적 (RFID)
• 운송 환경 모니터링
• 셀프 계산/QR 결제
• 스마트 선반
• 전자 가격 표시기(ESL)
• 고객 데이터 분석
 무인 매장 관리
 셀프 계산/QR
• 스마트 조리 가전
• 로봇 키친
AI • 생육·수확량 예측
• 비료·농약 정밀 살포
• 수확 타이밍 판정
• 병충해·토양 진단
• 트렌드 감지·예측 기반 메뉴 제안

• 제조 공정 최적화
• 이물질 검출/품질 검사
• 수요 예측/재고 최적화
• 배송 경로 최적화
• 창고 로봇 최적화
• 수요 예측/재고 최적화
• 다이내믹 프라이싱
• 맞춤형 상품 제안
• 메뉴 개발/제안
• 레스토랑 추천
• 수요 예측
• 개별 맞춤 영양 관리
로봇 • 자율주행 트랙터
• 제초/파종 로봇
• 농업용 드론
• 수확 로봇
• 3D 푸드 프린터
• 전처리/조리 로봇
• 플레이팅 로봇
• 포장 로봇
• 자율주행 트럭
• 창고 이송 로봇
• 배송 드론
• 분류 로봇
• 서비스 로봇
• 재고 관리 로봇
• 조리/서빙 로봇
• 배달 로봇/드론
 가정용 주방 로봇

[자료: 미쓰이물산 전략연구소]

 

이러한 흐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국가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이 식품 자동화의 선도 국가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구조적 압박 요인이 자리한다. 첫 번째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건비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전국 가중평균 최저임금은 2024년 1054엔(+5.1%), 2025년 1121엔(+6.0%)으로 불과 2년 사이 약 12% 상승했다. 이미 가격 전가에 한계를 느끼는 식품 기업들에게, 이러한 속도의 인건비 인상은 수익성 악화를 넘어 경영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 구조적 요인은 만성적 인력난이다. 일본 농림수산성(MAFF)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숙박업·음식서비스업의 결원율은 6.1%에 달한다. 총무성 통계국 노동력조사상 2024년도 숙박·음식서비스업 취업자가 411만 명으로 전년 대비 9만 명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요식업 종사자 수는 2018년 약 436만 명에서 2024년 394만 명으로 7년간 약 41만 명(-9.5%)이 순감소했다. 이는 수요의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공급은 위축되는 ‘인력 부족의 상시화’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인력 유입은 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정기능 1호 자격으로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 중 음식료품 제조업과 외식업 종사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엔저 현상과 국가 간 임금 격차 축소로 인해 동아시아권 인력의 일본 선호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식품 산업은 외부 인력에 의존하기보다, 내부 공정 자동화를 통해 1인당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5개년 일본 최저시급 변화 (전국 가중 평균)>

적용 연도 전국 평균 시급 전년 대비 인상액 인상률
2022년 961엔 +31엔 3.30%
2023년 1,002엔
+41엔
4.27%
2024년 1,054엔
+52엔 5.19%
2025년 1,121엔
+67엔 6.36%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식품산업 자동화 도입 배경 주요 지표 (2024~2025)>

구분 지표명 2024년(전년대비 증가율) 2025년(전년대비 증가율)
구인난 지표 업별 결원 식료품 제조 2.4%, 숙박·음식서비스 6.1% -
외국인 인력 특정기능 1호 종사자 음식료품 제조업 73,387명외식업 25,197명 음식료품 제조 84,060명, 외식업 35,261명

[자료: 일본 농림수산성, 일본은행 자료 종합]

 

<일본 요식업 종사자 수 변화추이>

구분 (연도) 식업 전체 종사자 수 (명)
2018년 4,358,500
2019년 4,287,900
2020년 4,016,300
2021년 3,783,400
2022년 3,821,600
2023년 3,925,000
2024년 3,944,800

[자료: 일본 총무성 서비스업 동향조사]

 

일본 식품 산업 관련 국가 정책 현황

 

일본 정부의 정책 기조는 식품 산업을 식량 안보, 지역 경제, 수출 및 환경 정책이 결합된 전략 산업으로 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2023년 기준 식품 산업의 국내 생산액은 105조8000억 엔으로 전체 경제활동의 약 9%를 차지하지만, 식품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타 제조업 평균의 약 60%에 불과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농림수산성(MAFF)과 경제산업성(METI)을 중심으로 다층적인 자동화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 미도리 식량시스템 전략

농림수산성이 주도하는 '미도리 식량시스템 전략'은 2030년까지 식품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을 최소 30% 이상 향상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접근 방식은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보조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도입 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지식의 공유'와 '제도의 정비'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농림수산성이 매년 발간하는 식품제조업 생산성 향상 우수사례집이다. 2025년판 사례집에는 약 50개 업체의 사례가 수록됐으며, 전처리 자동화부터 포장 라인 개선, 품질 검사의 디지털화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이 즉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실무 정보를 포괄적으로 제공한다.

 

2. 스마트 농업 기술 활용 촉진법

2024년 6월, 농림수산성은 「농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농업 기술의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스마트 농업 기술 활용 촉진법)」을 성립시켰다. 이 법은 AI·로봇·IoT를 활용한 농업 및 식품 가공 스마트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로봇 트랙터, 드론, 스마트 수확 기계의 현장 보급을 가속화하는 제도적 기반이 된다. 예산 측면에서도 2025년도 스마트 농업 실용화 추진을 위해 410억 엔을 편성했으며, 이는 현장 기기 도입과 기술 개발을 동시에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3. 혁신적 로봇 연구개발 기반 구축 사업(로보프레 사업)

경제산업성은 2020년부터 「혁신적 로봇 연구개발 등 기반 구축 사업」, 이른바 '로보프레 사업'을 통해 식품 공장의 로봇 도입 환경 구축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기존 공장 환경에 로봇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공장의 레이아웃·용기·포장 방식 등 '환경 자체를 로봇이 일하기 쉬운 구조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식품 분야에서는 특히 인력 집중도가 가장 높은 반찬·도시락 담기 공정에 집중해, 4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해당 공정의 전 단계를 자동화하는 로봇 시스템을 구현했다. 그 결과 1개 라인당 기존 약 10명의 작업 인원을 5명 감축하고, 생산성을 200% 향상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4. 푸드테크 관민협의회와 국가 성장 전략 지정

농림수산성은 2020년 10월 식품 기업·벤처·연구기관·관계 부처 등 약 1600명이 참여하는 「푸드테크 관민협의회」를 출범시키고, 2023년 2월에 푸드테크 추진 비전과 실행 로드맵을 수립했다. 협의회는 현재 AI·로봇, 스마트 농업, 대체 단백질, 지속가능성 등 5개 분야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기술 실증 지원·규제 정비·해외 진출 지원을 포함한 다각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로드맵에는 '식품산업의 자동화 및 인력 절감'이 중점 과제로 명시돼 있으며,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술 개발 촉진·스타트업 육성 등 산업 주체 강화와, 규제 정비·소비자 인식 제고 등 시장 기반 조성을 병행 추진하도록 설계돼 있다. 

 

일본 식품 기계·로봇 시장의 확장 국면 전 공정 자동화로의 체질 개선

 

정부 정책과 현장 수요가 더해지면서 일본의 식품 기계 및 로봇 시장은 2024~2025년에 걸쳐 뚜렷한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가장 직접적인 지표는 일본식품기계공업회(FOOMA)가 2025년 5월에 발표한 「2024년 식품 기계 조사 통계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식품 기계 총 판매액은 63461600만 엔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하며 지속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품목별 세부 판매 통계를 분석하면 일본 식품 기업들의 투자 방향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5개년(2020~2024)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숙련도 의존성이 높은 제면 기계(14.79%)와 곡물정제 기계(13.16%) 역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자동화로의 체질 개선이 활발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제빵·제과 기계(1486억 엔) 또한 5개년간 11.67% 성장하며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자동화 전환이 특정 공정에 국한되지 않고 원료 처리부터 가공, 포장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다층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5개년(2020~2025) 일본 식품기계 판매액 추이>

(단위: 백만 엔) 

품목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2024년 5개년(20~24) 증가율
곡물정제 기계 14,783 14,502 15,981 15,901 16,728 13.16%
제분 기계 12,170 11,963 12,262 12,446 12,259 0.73%
제면 기계 10,270 10,783 11,376 11,228 11,789 14.79%
제빵·제과 기계 133,086 129,760 136,507 140,875 148,623 11.67%
양조용 기계 15,730 16,517 15,879 16,435 15,613 -0.74%
유제품 가공 기계 68,858 68,170 66,806 68,409 73,608 6.90%
음료 가공 기계 23,427 24,645 24,891 25,264 27,411 17.00%
육류 가공 기계 28,723 31,126 30,814 32,293 34,134 18.84%
수산 가공 기계 17,743 17,530 17,881 18,024 18,745 5.65%
기타 식품 기계 261,227 248,130 257,653 263,580 275,705 5.54%
합 계 586,017 573,126 590,050 604,455 634,616 8.29%

[자료: 일본식품공업회(2025)]

 

식품 기계 시장과 더불어 산업용 로봇 시장 역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로봇공업회(JARA)가 2025년 4월 25일 발표한 2025년 1~3월기 산업용 로봇 통계에 따르면, 해당 분기 수주액은 2091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했으며, 수주 대수 또한 4만5432대로 23.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생산액은 1986억 엔(+22.2%), 출하액은 2018억 엔(+16.5%)을 기록해 전 지표가 고르게 상승했다. 물론 JARA 통계는 전 산업을 포괄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식품용 로봇만을 별도로 분리해 제시하지는 않으나, 이는 일본 제조업 전반에서 자동화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식품 분야 역시 간접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식품 공정 자동화의 최신 기술 트렌드

 

2025년 현재 일본 식품 공정 자동화는 단순 로봇 도입 단계를 넘어, 피지컬 AI(Physical AI)를 중심으로 하는 '지능형 자율 공장'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생성형 AI와 디지털 트윈, 고기능 촉각 센서 기술이 결합되면서 식품 특유의 비정형성과 다품종 소량 생산 문제를 돌파하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1. 피지컬 AI와 차세대 성형 로봇의 부상

2025년 말 FANUC은 엔비디아와, 야스카와전기는 소프트뱅크와 각각 '피지컬 AI' 분야 전략 제휴를 체결하며 식품 자동화에도 새로운 장을 열었다. 피지컬 AI란 센서·비전·제어 기술에 AI를 결합해 로봇이 물리적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적응하는 단계를 의미하며, 기존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쳤다면 피지컬 AI는 그 판단을 즉시 로봇 동작으로 전환한다. 대표 사례로 Connected Robotics의 반찬 배식 로봇 'Delibot S1'(2025년 가을 출시)은 기존 모델 대비 작업 속도를 1.6배(시간당 400식) 높이는 동시에 중량을 55% 줄여 제조 라인 간 이동과 레이아웃 변경이 쉬운 이동형 구조를 채택했다. 이 로봇은 반찬을 집어 옮기는 과정에서 무게를 실시간 계측하여 부족분을 즉시 보완하는 피드백 루프를 구현함으로써, 포테이토 샐러드나 가라아게처럼 물성이 다양한 반찬을 정량만큼 담기가 가능해졌다.

 

2. 생성형 AI를 활용한 공정 자동화와 수요 예측

2023년 ChatGPT 등장 이후 제조 현장에서도 생성형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활용된다. 첫째, 로봇 티칭(Teaching) 공정의 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사람이 동작 경로를 하나씩 프로그래밍해야 했으나, 생성형 AI를 접목하면 자연어로 "다음 공정에서 두부를 손상 없이 집어 트레이에 담아라"라고 지시하면 로봇이 동작을 자동 생성한다. 둘째, AI 수요 예측에 의한 생산·재고 최적화다. 니치레이푸즈는 AI 수요 예측 시스템으로 생산·수송·재고 계획 수립 업무를 자동화해 업무 효율화와 식품 손실률  동시에 실현했으며, 산토리 식품인터내셔널은 복수 공장 간 생산 배분 최적화에 AI를 적용해 효율적인 전체 최적 생산 계획을 달성했다.

 

3.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 팩토리의 식품 현장 도입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란 실제 공장을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해 생산 시뮬레이션과 설비 이상 예측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테크매직(TechMagic)은 2025년 2월 일본 반찬 공장으로는 처음으로 디지털 트윈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 생산 계획, 직원 근무 일정, 로봇 가동 현황 등의 데이터를 가상 공장에 반영해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최적화된 방식으로 생산 계획과 인력 배치를 짜면 공장에 따라 생산성이 최대 20%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지노모토 그룹은 공장 전체를 3D로 재현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설비 배치와 가동 현황을 PC나 태블릿으로 원격 모니터링하고, 라인 재배치나 신규 설비 도입 계획을 실제 공사 전에 가상으로 검증하는 체계를 갖췄다. 산토리 식품인터내셔널 역시 원료 조달부터 제조, 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의 데이터를 IoT로 한데 모아 디지털 트윈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제품별 이력 추적과 설비 이상 원인 파악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4. 소형 유연 로봇과 RaaS(서비스형 로봇) 모델의 확산

중소 식품 기업의 자동화 문턱을 낮추는 두 가지 큰 흐름 중 첫째는 소형 및 이동식 로봇의 진화다. 'Delibot S1'과 같이 바퀴(캐스터)를 장착해 생산 라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동형 협동 로봇이 증가하고 있으며, CES 2025 혁신상을 받은 'MobiRobo'는 2.5kg의 가벼운 무게와 50W 이하의 저전력 설계로 다품종 소량 생산 환경에 최적화된 성능을 선보였다. 특히 2025년 초 상용화된 '소형 봉투 이재(移載) 로봇'은 기존에 로봇이 다루기 힘들었던 액체 봉투까지 처리할 수 있어, 소스나 드레싱이 포함된 면·샐러드 반찬 라인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둘째는 RaaS(Robot as a Service) 모델의 등장이다. 그간 수천만 엔에 달하는 초기 설비 투자비는 중소기업에 큰 진입 장벽이었으나, 월 구독 형태로 로봇을 빌려 쓰는 RaaS 모델이 확산되면서 초기 비용 부담과 투자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됐다. 이처럼 '작고 가벼워진 기술'과 '빌려 쓰는 서비스'의 결합은 대규모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어려운 중소 식품 공장들이 단계적으로 자동화를 실현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일본 식품 생산공정 자동화 주요 기업

 

 

 

 

제조 협력에서 스마트 리테일까지: 일본 식품 산업의 대표 사례

 

2024년 7월 결성된 '미래형 식품공장 컨소시엄'은 큐피·카고메·니치레이푸즈 등 서로 경쟁하는 대형 식품사 5곳이 테크매직(TechMagic)과 협력한 이례적인 사례다. 이들은 인력난과 원가 상승이라는 공통의 위협 앞에서, 각사의 레시피나 제조 노하우 같은 핵심 경쟁 영역은 그대로 지키면서, 원료 하역·개봉·계량처럼 굳이 각자 개발할 필요가 없는 공통 공정은 함께 자동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컨소시엄이 처음으로 착수한 과제는 계량 공정이다. 취급하는 원재료가 수천 종에 달하고 성질도 제각각인 탓에 한 회사가 단독으로 개발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컸던 영역이다. 참여사들은 서로 공장 견학을 허용하고 요구 사양을 하나로 맞춰가며 범용 로봇 솔루션을 함께 설계하고 있다. 개발 비용은 나누고, 시장 도입 속도는 높이고, 결과적으로 일본 식품 산업 전체의 자동화 기반을 끌어올리는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자동화의 물결은 제조 공장을 넘어 소매 현장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로손(Lawson)과 KDDI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Real×Tech LAWSON' 1호점이 2025년 6월 도쿄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에 정식 문을 열었다. 이 매장은 2030년까지 매장 업무량 30%를 줄이는 동시에 매출 30%를 늘린다는 목표 아래, 현재 쓸 수 있는 기술을 총동원한 실증 거점으로 설계됐다. 눈에 띄는 점은 단순한 무인화에 그치지 않고, AI와 로봇이 힘든 반복 작업을 맡아주는 대신 직원은 고객 응대와 매장 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을 나눈 구조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매장 안에서는 ▲음료 진열·청소·조리 업무를 지원하는 복수의 로봇, ▲로봇 가동 데이터와 매장 내 CCTV 영상을 AI 에이전트가 실시간 분석해 업무량을 산출하고 효율화를 돕는 시스템, ▲고객이 상품 선반 앞에 오래 서 있으면 AI 카메라가 고민 중이라고 판단해 추천 상품을 디지털 사이니지로 즉시 안내하는 기능이 구현된다. 또한 생성형 AI를 탑재한 커뮤니케이션 로봇 'AI Ponta'가 매장 정보를 자연스러운 대화로 안내하고, 원격지의 직원이 아바타를 통해 고객 문의에 응대하는 리모트 접객 시스템도 도입되어 직원 한 명이 복수 매장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로손과 KDDI는 이 매장에서 쌓은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본 전국, 나아가 해외로의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로손(Lawson) 편의점 손님 접객용 아바타 시연>                                  <로손(Lawson)  재고 진열 로봇>    

  [자료: 일본경제신문]

 

일본 식품 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우리 기업 시사점

 

일본 식품 산업의 자동화 전환은 한국 기업에 구체적인 시장 진출 기회가 열리는 시점임을 의미한다. 인건비는 4년 사이 17% 상승하였고, 요식업 인력은 7년간 41만 명이 순감소하였다.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메울 기술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일본 식품 산업 전반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기업들이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내재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기술력과 현장 적용 경험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 유효한 진입 여건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기업의 대일 진출 전략은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첫째, 데이터 연계 기반의 통합 자동화 솔루션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 식품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개별 장비의 도입이 아니라, 검사·계량·포장·재고·판매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장 운영 체계다. 생산 계획·재고 관리·수요 예측·품질 이력이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통합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단순 납품을 넘어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둘째, 중소 식품 공장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 자동화 패키지를 전략 상품으로 육성해야 한다. 일본 식품 공장의 상당수는 제한된 공간과 예산,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현실적 조건을  , 대규모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는 거리가 있다. 협동 로봇, 소형 포장 자동화, 디지털 작업 지시 시스템 등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시장 진입의 실질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셋째, 제조 공정을 넘어 소매·외식을 아우르는 가치사슬 전반의 연결을 사업 범위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자동화는 이미 제조 공장에서 편의점 매장 운영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납품처의 POS 데이터, 신선식품 회전율, 온라인 주문 정보까지 연계하는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면, 설비 공급업체를 넘어 공급망 전반의 전략적 파트너로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식품 자동화 시장 진출에 앞서 현지 정책 및 규제 환경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 또한 선행되어야 한다. 일본 현지 식품 업계 관계자와의 인터뷰에 따르, 일본 식품 공장에 도입되는 설비는 단순한 구동 성능이나 기술적 우위보다 일본 식품위생법에 부합하는 소재 선정과 구조적 적합성이 최우선 순위로 고려된다. 특히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의 스테인리스 표면 처리 상태와 세척·살균의 용이성을 강화한 위생적 설계는 현지 바이어가 상담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검증 지표이다.

 

특히 JIS(일본산업규격) 및 산업용 로봇 안전 기준인 ISO 10218 등의 규격 준수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계약 체결의 당위성과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판단하는 결정적 근거로 작용한다. 따라서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일본의 엄격한 위생·안전 규격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고,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는 데이터 보안 신뢰성까지 확보함으로써 일본 식품 산업의 전환기 속에서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총무성, 농림수산성, 일본식품공업회, 일본경제신문, 미쓰이물산 전략연구소, KOTRA 후쿠오카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