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그때 그 광고]'청순' 대명사 포카리…이제는 '청춘'으로

곡산 2026. 2. 23. 08:57

[그때 그 광고]'청순' 대명사 포카리…이제는 '청춘'으로

윤서영입력 2026. 1. 25. 13:01
1987년 이온음료 시장 뛰어든 포카리
'포카리걸' 신화서 '청춘 서사'로 선회
일본과 닮은 광고 전략…1020 접점↑
/그래픽=비즈워치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이온음료?

바다 위를 달리는 여자와 남자,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 그 순간 광고에서는 "몸은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흘린 땀은 무엇으로 보충될까"라는 질문과 이온음료를 원한다는 대답이 오디오를 채운다. 이후 화면 전환과 함께 여자와 남자는 한 난간에 걸터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다. 이내 여자는 카메라로 시선을 옮기며 "몸으로 느끼세요"라는 짧은 한 마디를 남긴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음료 시장은 주로 달콤함을 앞세운 탄산음료가 대중적이었습니다. '갈증 해소'라는 기능적인 가치를 중시하기보다 익숙한 청량한 맛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땀과 전해질, 수분 보충에 특화된 이온음료를 시장에 내놓는 건 일종의 '무모한 도전'에 가까울 정도였죠.

포카리스웨트 광고./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87년 국내에 본격 진출한 포카리스웨트는 이런 시장에서 분명한 이질감을 지닌 제품이었습니다. '마시면 시원하다'는 직관적인 의미를 전하는 것이 아닌 '땀을 흘린 뒤 마신다'는 설명은 소비자에게 낯설고 생소하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적은 단맛과 특유의 씁쓸한 맛으로 포카리스웨트는 출시 초기 일부에서 '최악의 맛'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포카리스웨트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광고였습니다. 물론 첫 광고부터 '대박'을 친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포카리스웨트는 출시 2년간 이온음료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 수영선수 최윤희를 모델로 기용했죠. 건강하고 활동적인 최윤희의 이미지와 제품을 결합해 '운동 후 마시는 음료'라는 인식을 심는 데 주력한 전략이었습니다.스타 등용문

 

이후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이른바 '포카리걸'의 시대가 열린 시기입니다. 포카리걸은 포카리스웨트를 국내 '이온음료 1위 브랜드'로 끌어올린 상징적인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포카리스웨트는 이때부터 기존 푸른색·흰색 중심의 시각적인 연출과 청순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가진 톱스타들을 통해 '맑고 청량한 음료'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1년 배우 손예진이 모델로 등장한 광고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산토리니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 광고는 손예진의 깨끗한 이미지와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 결합돼 포카리스웨트를 각인시키는 광고가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데요. 실제로 손예진의 광고 출연 이후 포카리스웨트는 출시 14년 만에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광고가 브랜드 매출과 인지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뒤따랐습니다.

트와이스의 포카리스웨트 겨울 광고./사진=동아오츠카 제공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에는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걸그룹 트와이스를 브랜드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에너지를 상징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청춘을 응원하는 브랜드'로 리브랜딩을 단행하면서 현재는 10대들의 꿈과 2030세대의 열정을 공감, 지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포카리스웨트는 3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포카리스웨트는 출시 후 지난 2024년까지 240㎖ 캔 기준으로 총 133억개가 팔렸고요. 2004년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24년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포카리스웨트의 판매량 증가에 따라 브랜드를 보유한 동아오츠카 매출도 우상향을 그리는 추세입니다.청춘은 바로 지금

 

흥미로운 건 이 같은 광고 변화의 흐름이 '전신' 격인 일본 포카리스웨트와 흡사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포카리=청춘'이라는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 젊음과 도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학창시절의 순간들을 반복적으로 묘사한 것이 특징인데요. 이를 통해 단순 음료 광고를 넘어 학교 생활과 밝은 미래를 응원하는 시네마틱한 캠페인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포카리스웨트의 광고가 일본을 닮아가는 배경에는 '세대 구조의 변화'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최근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1020세대는 브랜드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타깃이 됐습니다. 이들의 감정과 공감을 선점하는 것이 곧 브랜드의 미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검증된 '청춘 서사형 광고'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겁니다. 여기에 글로벌 브랜드로서 이미지와 키워드의 일관성을 강화하려는 목적 역시 광고 콘셉트를 통일하는 데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한국 포카리스웨트의 청춘 콘셉트는 단순 모방 차원이 아닌 세대 변화에 대응,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이 때문에 청순에서 청춘으로 옮겨간 포카리스웨트의 광고는 시대와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조명하는 거울에 가깝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제품 판매를 위한 광고, 메시지보다 감정을 공유하고 세대를 응원하는 이야기가 통하고 있다는 의미죠. 어쩌면 포카리스웨트가 수십 년간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음료는 물론 사람들의 한 시절과 기억, 청춘의 순간을 함께 팔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