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2.15 07:57
정부, 대안으로 가루쌀 주목…두유에도 국산 콩 유망
K-대체유 맛·물성 부족…수입산보다 비싼 가격 장벽
‘GMO 완전표시’ 변수…non-GMO 콩 사용 땐 가격차 줄어
1조 원. 식물성 대체유 시장이 불린 몸집이다. 하지만 화려한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씁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환경을 위해 마신다는 그 하얀 액체의 80% 이상은 국산 콩이나 쌀이 아닌 바다 건너온 ‘수입산 귀리(오트)’와 ‘아몬드’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무늬만 K-밀크’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내년부터 유제품 무관세 수입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유업계가 칼을 빼들었다. 오리지널 'K-밀크'인 국산 쌀과 콩으로 만든 ‘K-대체유’로 수입 원료 중심 식물성 대체유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
유업계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음료 시장은 2023년 8831억 원에서 올해 1조 원대가 확실시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중심은 수입산 원료다. 핀란드산 오트를 사용하는 매일유업의 ‘어메이징 오트’는 오트 음료 시장에서 점유율 73%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는 올 10월 기준 오트 옵션 선택이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고 밝혔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흰 우유 시장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식물성 대체유는 더 이상 ‘서브’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핵심 수익원’”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점점 수입산 귀리 맛에 길들여지는 사이 국산 원료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

이에 정부와 업계는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고 수입 원료 의존도를 낮출 대안으로 ‘가루쌀(분질미)’에 주목하고 있다. 가루쌀은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아 쓸 수 있어 가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전략 작물이다. 신세계푸드는 국산 가루쌀을 활용한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를 선봬며 포문을 열었다. 이 제품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24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국제 우수 미각상을 수상하며 ‘쌀 우유는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깼다. 귀리나 아몬드 대신 국산 쌀을 주원료로 사용해 탄소 발자국을 줄인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핫플’ 성수동의 유명 카페들과 협업해 ‘라이스 라떼’ ‘라이스 푸딩’ 등 트렌디한 메뉴를 개발하며 젊은 층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전통적인 두유 강자들은 ‘프리미엄 국산 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건국우유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 서리태 ‘청자 5호’를 활용한 국산 콩 두유를 내놨고, 서울대 기술지주 자회사 밥스누는 강원도 평창의 약콩(쥐눈이콩)을 껍질째 갈아 넣은 제품으로 ‘건강한 한국의 맛’을 찾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두유 업계 1위 정식품(베지밀)도 최근 커피와 섞었을 때 최적의 맛을 내는 ‘커피 블렌딩 소이’를 출시하며 라떼 시장 공략에 가세했다.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해 개발된 이 제품은 커피의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당 함량을 1g으로 낮춘 ‘저당 설계’를 적용해 젊은 층의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까지 잡겠다는 전략이다.
단 ‘K-대체유’가 시장의 주류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가장 큰 걸림돌은 ‘맛’과 ‘물성’이다. 커피업계 관계자들은 쌀 우유의 카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카페업계 관계자는 “라떼는 우유 스팀(거품)의 질감이 중요한데, 쌀 우유는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부족해 거품이 잘 꺼지고 커피 산미와 섞이면 맛이 겉도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들은 익숙한 ‘아침햇살’ 같은 음료 맛을 커피에서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가격'이다. 자영업자들을 설득할 장벽이 너무 높다. 현재 카페에서 주로 쓰이는 수입산 ‘오틀리 바리스타(L당 약 4600원선)’ 대비 국산 ‘어메이징 오트(약 2800원대)’는 약 40% 저렴해 대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반면 ‘가루쌀 우유’의 경우 현재 시중에는 카페용 1L 대용량 제품조차 찾아보기 힘들고, 소용량(200ml) 제품을 단순 환산할 경우 리터당 가격이 6000원을 훌쩍 넘긴다. 정부가 가루쌀 제품 개발비의 최대 80%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원물 가격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비싼 수입산보다 더 비싼 국산”이라는 가격 역전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이처럼 정부 정책과 현장의 엇박자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가루쌀 제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원가와 불확실한 수요 때문에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실제 올해 가루쌀 재고량은 1만 톤을 넘겼지만, 이를 소화할 ‘메가 히트 상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K-대체유’의 성공 여부는 단순 ‘신토불이 호소’가 아닌 ‘기술적 완성도’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식품공학과 한 교수는 “해외의 경우 완두콩이나 감자 등 다양한 작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우유와 거의 흡사한 풍미를 내는 푸드테크 기술이 고도화돼 있다”며 “국산 가루쌀과 콩이 식량안보의 진정한 구원투수가 되려면 단순히 원료를 섞는 수준을 넘어 유화 기술과 효소 처리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인 ‘오틀리’나 ‘아몬드브리즈’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도 뒤지지 않을 맛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한편 내년 시행을 앞둔 ‘GMO 완전표시제’는 국산 대체유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히든카드’로 꼽힌다. 그동안 수입산 대두를 사용한 저가 두유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점유해왔지만 완전표시제가 도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제품 전면에 ‘유전자 변형 콩’ 표시가 붙을 경우 식품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선택은 ‘Non-GMO’가 확실한 국산 콩과 쌀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유업계 관계자는 “GMO 표시는 소비자 심리적 저항선에 불을 지르는 격”이라며 “수입 원료 의존 업체들이 라벨을 피하기 위해 비싼 Non-GMO 수입 콩으로 선회할 경우 국산 원료 제품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어 오히려 K-대체유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심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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