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2.09 07:54
김치·된장·고추장 등 장내 미생물 생태계 복원 역할
유익균 증가-유해균 억제…신바이오틱스 효과 기대
포스트바이오틱스·사균체, 기능성 유지 제품화 쉬워
신동화 회장, 장류포럼서 ‘발효식품과 프로바이오틱스의 건강기능성’ 주제 발표
전 세계 식품·바이오 업계의 시선이 ‘K-발효식품’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현대인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미래 바이오 산업의 핵심 소재’라는 학계와 산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와 장류는 살아있는 균과 그 대사산물까지 모두 함유한 ‘완전체’ 건강식품으로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할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4일 개최된 장류포럼에서 신동화 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전북대 명예교수)은 ‘발효식품과 프로바이오틱스의 건강기능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러한 기대감을 과학적 근거로 입증했다. 신 회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이 단순히 미각을 만족시키는 차원을 넘어 현대인의 붕괴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복원하는 핵심 열쇠라고 정의했다.

신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유산균 시장의 최신 트렌드인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 개념을 전통 발효식품에 접목해 이목을 끌었다. 기존 학계와 산업계가 살아있는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그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균이 만들어낸 대사산물인 ‘포스트바이오틱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체 건강에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가 제 기능을 하려면 에너지원이 되는 프리바이오틱스가 필수적이다. 이눌린, 식이섬유 등 프리바이오틱스는 대장까지 이동해 유익균의 먹이가 되고, 유익균이 이를 섭취해 증식하면서 만들어내는 최종 대사산물이 바로 ‘포스트바이오틱스’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신 회장은 “김치, 된장, 청국장 등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은 살아있는 미생물(Pro)과 식이섬유(Pre)는 물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펩타이드, 단쇄지방산, 비타민 등 유익한 대사산물(Post)까지 모두 함유하고 있는 중요한 생리활성 급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섭취 시 장내에서 즉각적인 항염, 항비만, 면역 조절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식품이라며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가 상호작용해 아토피, 과민성 대장증후군, 당뇨병 등의 증상 완화에 기여하는 ‘신바이오틱스(Synbiotics)’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현대인의 질병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에서 비롯된다는 ‘마이크로바이옴’ 이론도 심도 있게 다뤘다. 그는 “장은 인체 면역 세포의 70%가 존재하는 기관이자 ‘제2의 뇌’로서 뇌와 긴밀하게 신호를 주고받는다”며 “비만, 당뇨, 고혈압 같은 대사 질환은 물론 우울증, 자폐증 같은 뇌 기능 이상까지도 장내 미생물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만 체형의 사람과 마른 체형의 사람 간 장내 미생물 분포(Firmicutes와 Bacteroidetes의 비율)가 확연히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신 회장은 “발효식품 섭취는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제해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서 산업계가 가장 주목한 대목은 ‘사균체(죽은 균)’의 활용 가능성이었다. 신 회장은 살아있는 균(생균) 중심의 시장에서 열과 산에 강하고 안정적인 ‘사균체’ 및 ‘대사산물’ 중심으로 산업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신 회장은 살아있는 균은 유통 과정이나 위산에 의해 사멸하기 쉽지만 사균체나 대사산물인 포스트바이오틱스는 기능성이 유지되면서도 유통과 보관이 용이하다며 이러한 안정성 덕분에 다양한 가공식품이나 동물 사료 등으로 제품화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한국 발효식품의 세계화를 위한 과제로 ‘과학적 규명’과 ‘소재화’를 꼽았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효능을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미생물이 어떤 기능성 물질을 만들어내는지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연구는 발효식품 속 유용한 균주와 기능성 물질을 찾아내 기업적으로 대량 생산하고, 이를 식품 소재나 의약품, 화장품, 사료 첨가제 등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K-푸드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발효 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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