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⑨ 오리온 러시아법인, 유럽 시장 확대 전략 수정하나
- 권재윤 기자
- 승인 2024.09.20 16:12
내수 불황과 K푸드 열풍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사업 현황을 점검합니다.
오리온 러시아법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민간식'으로 자리잡은 초코파이가 전쟁 중 필수식료품으로 인식돼 역대급 판매 기록을 세운 덕분이다. 하지만 이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의 대러 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법인을 거점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던 오리온의 계획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글로벌 K푸드 열풍을 타고 국내 식품·제과기업들이 미국 시장 다음으로 유럽을 노크하는 시점이어서 오리온의 향후 유럽 시장 진출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 러시아법인은 오리온 전체 매출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오리온은 연결기준 매출 2조9124억원, 영업이익 4923억원을 냈다. 해외법인 중에서는 중국법인(1조1790억원), 베트남법인(4754억원) 다음으로 러시아법인의 매출(2002억원)이 크다. 지난 2020년 890억원이었던 러시아법인의 매출은 1.3배 성장해 2021년 1169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2098억원으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소폭 하락한 2002억원이었지만, 이는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것으로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매출이 늘었다는 것이 오리온 측의 설명이다.
오리온 러시아법인이 외형성장을 이어간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전쟁특수'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3월 러-우전쟁이 발발한 후 글로벌 외식 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자 이곳에 진출했던 국내 식품 업체들은 현지 사업을 키워나갔다. 오리온과 더불어 러시아에 진출한 롯데웰푸드 역시 2022년 러시아법인 매출이 805억원으로 2021년(525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러시아의 국민간식으로 자리매김한 영향도 있다. 1993년 초코파이를 처음 러시아에 수출한 오리온은 2003년 러시아법인을 세워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폈다. 특히 추운 날씨로 따뜻한 차에 디저트를 곁들이는 러시아 문화에 착안해 초코파이를 차와 함께 먹기에 적합한 디저트로 마케팅하거나, 베리류 잼을 즐기는 현지 문화에 맞춰 잼을 넣은 초코파이를 개발해 내놓았은 것이 주효했다. 통상 전쟁이 발발하면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필수식품을 사재기해 식품 판매량이 증가하는데, 이 시기에 오리온 초코파이 판매가 대폭 늘어 러시아법인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사실은 초코파이가 러시아 국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디저트로 자리잡았음을 입증한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법인 매출의 81.9%는 초코파이가 차지했다.

하지만 당초 러시아법인을 통해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려던 오리온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오리온은 러시아와 주변국에서 재료를 조달해 유럽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었지만 러-우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의 대러 제재가 이어져 유럽과의 공급망이 끊어졌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유럽으로 진출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뼈아프다. 한때 K푸드 불모지로 불렸던 유럽이 이제는 K푸드에 열광하며 기회의 땅이 됐기 때문이다. 라면부터 김밥, 김치까지 K푸드가 유럽으로 적극 진출하는 가운데 오리온의 경쟁사인 롯데웰푸드도 가능성을 엿보고 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10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벨기에와 폴란드의 롯데 식품사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빼빼로'의 글로벌 매출 1조원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오리온은 러시아법인과 별개로 유럽 각국에 제품을 수출할 계획이지만, 아직 유의미한 수출실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미국과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수출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며 "유럽 시장은 이제 막 진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러시아 현지에 2개 공장(트베리, 노보시비르스크)을 운영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해 트베리 공장 설립이 마무리된 후 신공장을 기반으로 급증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한국 법인을 통해 미국을 비롯해 유럽까지 시장을 지속 확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⑧ 대상의 종가 김치, 수출 효자는 일본 아닌 '미국' (1) | 2025.12.12 |
|---|---|
|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⑩ K치킨 잘나가는데…해외진출 18년차 교촌, 매출 답보상태 (0) | 2025.12.12 |
|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⑪ K제과 잘나가는데…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된 크라운해태 (1) | 2025.09.01 |
|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⑩ K치킨 잘나가는데…해외진출 18년차 교촌, 매출 답보상태 (1) | 2025.09.01 |
|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⑨ 오리온 러시아법인, 유럽 시장 확대 전략 수정하나 (1) | 2025.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