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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vs 한국풍’…일본 K-푸드 선택이 갈라진다

곡산 2025. 12. 12. 11:07
‘한국산 vs 한국풍’…일본 K-푸드 선택이 갈라진다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12.12 10:49

현지 대기업, 한류 관심 포착 입맛 맞춘 제품 개발 전국 유통
한국 음식 친숙해진 소비자 ‘본토 맛’ 찾아 한국산 판매 증가
2018~2024년 한국산 4배-유사 제품 3배 성장…1000억 엔
김치 시장 절반 이상 차지…면류·만두 등 냉동식품도 성장세
간편조리용 식품 감소…음료·과자류 등 최근 제품 비중 높아
 

최근 일본 식품시장에서는 한국식품에 관한 관심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김치나 라면, 냉동 만두를 필두로 하여 다양한 품목이 소비자에게 선택지로서 정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확대와 함께 일본 국내에서 제조 또는 제3국에서 수입된 ‘한국풍 유사 제품’이 다수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현상이 현저하다. 이 제품들은 상품명이나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한국제품처럼 연출하면서도, 실제로는 한국산이 아니기에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원산지를 불분명하게 하여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한국 식품 기업에 있어 몇 가지의 심각한 과제를 초래한다. 첫 번째는 유사 제품과의 직접적인 가격경쟁에 노출되어, 품질이나 브랜드 가격에 따른 적정가 설정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진정한 한국의 맛’에 대한 의미가 흐려지며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aT는 일본 식품시장에서 한국제품과 한국풍 유사 제품의 유통 실태를 분석해, 향후 한국식품의 시장 확대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조사를 진행했고, 관련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해당 자료는 2018년 1월부터 2025년 7월까지 RSD-POS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해당 보고서의 중요 부분을 간추려 싣는다.

 

● 한국 관련 식품시장 동향

해당 POS 데이터 실적(표1)은 일본 식품시장 내 한국 관련 식품이 일시적인 붐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액을 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산 제품은 4배 이상, 한국풍 유사 제품은 3배 이상으로 모두 현저한 성장을 이루었다. 두 부분 모두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풍 유사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그 이유로는 △애초에 점포에 진열된 상품 수의 차이 △일본인 취향의 맛 △일본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 등으로 사료된다.

아울러 2022년 한국산 제품의 비율이 높아진 데는 OTT 서비스를 기점으로 한 제4차 한류 붐과 관련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집콕 수요'와 맞물려, 지금까지 한국 식품에 익숙하지 않았던 층에도 관심을 넓히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다시 한국 여행이 가능해지자, 시장에서는 한국풍 유사 제품의 수가 늘어났다. '본고장의 맛'을 '현지'에서 먹는 것이 가능해졌고, 일상에서는 한국풍 유사 제품이 현지인 생활에 더 익숙할 수 있기에 점포에서도 해당 제품을 더 많이 진열하게 되었다.

 

◇시장 전체의 강한 성장과 향후 안정화

한국식품 시장 전체(표2)는 2018년부터 2024까지 일관되게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 규모는 2018년 160억 엔에서 2024년 615억 엔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한국 식문화가 일본 시장에 깊이 정착하며 안정적인 소비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예측에서는 성장률 둔화가 관찰되지만, 이는 급성장기를 지나 시장이 성숙·안정 단계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 확대를 견인한 ‘한국풍 유사 제품’

시장 확대의 핵심 동력은 일본 등에서 개발된 ‘한국풍 유사 제품’이다. 매출 규모는 2018년 약 115억 엔에서 2024년 400억 엔을 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일본 대기업들이 한류 열풍에 따른 소비자 관심 증가를 정확히 포착하고, 일본인의 입맛과 식생활에 맞춘 로컬라이징 제품을 개발하여 강력한 유통망을 통해 전국적으로 전개한 점이 있다. 이들 제품은 많은 소비자에게 한국 음식에 대한 ‘첫 경험’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시장의 저변을 크게 확장했다.

 

◇한국산 제품의 안정적인 성장

한국산 제품 역시 2018년 47억 엔에서 2024년 200억 엔 이상으로 성장하며 꾸준히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유사 제품만큼 크지는 않지만, 성장세는 안정적이다.

이는 한국풍 유사 제품을 통해 한국 음식에 친숙해진 소비자들이 점차 ‘본고장의 맛’을 추구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문점이나 수입 제품 취급 매장에서 한국산 제품을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소비의 단계적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즉 한국산 제품은 본격적인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흡수하는 확고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 제품군별 시장 구조 및 트렌드

2018년에는 김치와 간편 조리용 식품이 시장의 양대 산맥이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김치에 수요가 집중되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중심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또 면류가 안정적인 제2 세력으로 정착하고 있고, 냉동식품이 새로운 성장주도 카테고리로 대두되고 있다.

 

◇압도적으로 성장하는 ‘김치’

시장 최대의 카테고리이며, 그 점유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이미 42.50%의 높은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2021년 일시적으로 하락(34.79%)하다 2023년 58.41%로 급증했다. 2025년 예측에서도 56.81%로 시장의 과반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 한국 식품시장 = 김치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도적인 지위를 확립하고 있다.

 

◇축소하는 ‘간편 조리용 식품’

2018년 27.23%로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요 카테고리였지만, 그 후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25년에는 8.95%까지 점유율이 떨어지며 과거의 기세는 사라졌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막연한 간편 조리용 식품에서 좀 더 구체적인 한국 메뉴(김치, 면류 등) 로 확연히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면류’

2018년 7.73%에서 2025년 12.93%로 매년 안정적이고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신라면 등 스테디셀러화가 진행되어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충실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김치에 이은 시장 제2의 기둥으로서 성장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냉동식품’

2018년 1.43%인 틈새시장에서 2025년에는 6.51%로 약 4.5배의 점유율 확대를 이루었다. 만두, 핫도그 등 히트 상품이 등장해 가정에서의 간편 조리 수요를 집중시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카테고리다.

 

◇변동성이 큰 ‘식초 음료’

2019년 11.48%부터 2020년 12.84%에 걸쳐, 웰빙 붐과 함께 점유율이 급격히 확대되어 일시적인 붐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후 급속히 축소해, 2025년에는 4.25%로 유행 전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트렌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카테고리 특성이 나타났다.

한편, 한국산 제품 중에는 김치와 즉석식품, 국물 요리·육수 베이스, 식초 음료, 냉동식품, 면류, 조미료, 건식·병·통조림·파우치 식품 등 6년 이상 판매되는 제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요리 중에서도 기존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며, 새로운 제품보다 익숙하고 검증된 제품을 선호한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반면 아이스크림과 막걸리, 음료, 과자류, 차류 등 기호성이 강한 카테고리는 6년 이상 판매된 제품보다 3~5년 사이 제품의 비중이 더 높다. 이는 유행과 트렌드에 따라 상품 교체 주기가 빠르게 나타나는 시장 특성 때문이며, 장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기 어려운 구조라고 해석된다.

또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 본고장의 맛, 편리성 및 친숙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삼계탕이나 만두 비교에서, 일본산(혹은 고가 한국산)의 맛을 평가하면서도 최종 구매 의향은 보다 저렴하고 대용량인 한국산 제품에 집중되었다. 또 김치와 순두부 등 일본인에게 친숙하거나 대표적인 요리 분야에서는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단맛을 줄인 본고장의 맛을 선호했다. 아울러 고추장에서는 본격적인 맛보다 튜브형 편리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제조업체 조사에서도 편리성이 판매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 시장 전망 및 전략적 시사점

◇시장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전환

폭발적 성장기를 거친 후, 시장 전체 성장률은 둔화되어 안정기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더욱 엄격해지며,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 대비 성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도태가 진행될 것이다.

 

◇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 지속

엔저 현상과 물류비 급등은 수입산인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소비자의 가성비 관심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본격 지향’과 ‘간편한 한국풍’의 양극화 구조 정착

일본 업체가 우세한 ‘간편하고 저렴한 한국풍 제품’이 대중적 시장을 차지하고, 한국산 제품이 우세한 ‘본고장의 맛을 본격적으로 지향하는 틈새시장’이라는 양극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식품업체는 모든 제품에서 ‘본고장의 맛’을 추구하기보다는 카테고리별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두, 라면 등 대중적이고 경쟁이 많은 제품은 맛 조정보다 대용량화와 물류비 절감으로 ‘가격 우위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다. 또 삼계탕 등 전문 제품은 가정용으로 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소비자가 구매를 꺼리므로, 맛을 유지하면서도 가정에서 소비가능한 가격대(1500엔 안팎)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김치와 순두부 등 유사 제품으로는 본연의 맛을 제대로 재현할 수 없는 경우, 본고장의 맛과 깊이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시크니처 제품으로 집중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제품의 현지화를 맛뿐만 아니라 제품 패키지와 규격에서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1인 가구·소규모 가구를 위한 ‘소분 패키지’, 보관이 편리한 ‘지퍼 부착’, 사용이 편리한 ‘튜브형 용기’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