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통업계 결산 경험 경제 시대 개막
- 신범수 기자
- 승인 2025.12.05 09:30
오프라인의 반격, 경험으로 승부 건 2025년 유통업계
유통 본질 재정립…상품 아닌 시간과 가치를 팔아라

2025년 한국 유통업계는 고물가·고금리의 장기화와 C커머스의 공습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성장 절벽’을 경험했다. 백화점부터 이커머스까지 전 업태에 걸쳐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업계는 전통적인 외형 성장 대신,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으로 급선회했다. 백화점은 ‘VIP 고객 경험 공간’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식품 경쟁력 강화와 퀵커머스로, 이커머스는 AI 기반 효율 혁신과 C커머스 대응으로 2026년 생존과 성장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025년 한국 유통 시장은 소비 심리 위축이 장기화되고 업태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전례 없는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주요 유통 기업들의 합산 매출 성장률은 정체 수준에 머물렀으며, 특히 고마진 상품군인 의류 등 비식품 부문의 부진이 실적을 끌어내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러한 침체 속에서 시장은 ‘초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오프라인에서는 서울 강남권 등 핵심 상권의 최상위 점포들만이 명품과 체험형 콘텐츠를 기반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다. 온라인에서는 쿠팡이 멤버십 생태계를 통해 독주 체제를 강화한 반면, 중소형 이커머스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와 C커머스 공세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협받았다. 업계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반영해, 더 이상 ‘출혈을 감수한 외형 성장’이 아닌 ‘효율과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경영 전략으로 전면 개편을 단행했다.
백화점 업계
초양극화 심화, ‘경험 경쟁’과 ‘효율 전쟁’으로 활로 모색

2025년 대한민국 백화점 업계는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 여기에 내수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극심한 초양극화를 겪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연초 기대했던 소비 회복세는 현실화되지 못했으며, 전체 시장은 약 -1% 내외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백화점 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고조됐다.
주요 3사의 상반기 합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3%의 미미한 성장에 그쳐 외형 성장이 멈춘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2분기에는 롯데를 제외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업계는 전통적인 고마진 상품군인 패션 부문의 부진을 실적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불안정한 기후 변화와 위축된 가계 소비 심리가 의류 등 내구재 구매를 직접 타격하면서 매출 증가는 물론 수익성까지 악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침체기 속에서도 서울 강남과 수도권 핵심 지역의 상위 점포들은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며 ‘강한 곳만 더 강해지는’ 시장 재편이 가속화됐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상반기 매출 약 1조 7000억 원에 육박하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견조한 성장세로 연간 3조 클럽 달성이 유력해졌다.
이들 최상위 점포는 꾸준한 명품 브랜드 유치와 차별화된 대형화 전략으로 VIP 수요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전국 주요 백화점 57개 점포 중 약 3분의 2에 달하는 점포가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특히 지방권이나 효율이 낮은 점포들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이는 등 매출 양극화의 심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백화점들은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과 미래 투자에 집중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백화점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체류형 복합 문화 및 경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공간 혁신이었다.
MZ세대는 물론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램블링 쇼핑’과 ‘시간 활용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대규모 리뉴얼과 새로운 포맷의 전문관 개점이 이어졌다. 신세계의 명품 전문관 ‘더헤리티지’, 현대백화점의 ‘커넥트현대’ 청주점 등은 고객에게 새로운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며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이와 동시에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효율 점포 정리 및 경영 효율화 작업도 본격화됐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의 영업 종료는 향후 업계 전반에 걸쳐 효율이 낮은 점포들을 중심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는 출점 경쟁의 시대가 끝나고 ‘운영 효율화’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인정하고, 핵심 점포의 경쟁력 강화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특히, 2025년은 옴니채널 전략이 더욱 정교화된 해이다. 백화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일관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자사 온라인 몰과 모바일 앱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앱을 통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 재고 연동 시스템 등으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한 VIP 고객 확보를 위한 프리미엄 마케팅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최상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 라운지 확대, 희귀 명품 전시 및 프라이빗 이벤트 강화,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했다.
대형마트 업계
그로서리 강화 및 퀵커머스 접목…부진 탈출 시동

올해 대형마트 업계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 장기화 속에서도 ‘먹거리’ 중심의 그로서리 강화 전략과 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부진 탈출을 모색했다. 전체 시장은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0.4% 역신장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어려운 환경에 놓였으나, 업계는 식품 부문 호조세와 체질 개선 노력에 힘입어 연간 전체 매출이 소폭의 성장(약 0.9% 전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다. 이는 오랜 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업계의 절박한 노력의 결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가 고전하는 가장 큰 원인은 온라인 쇼핑과 근거리 채널(SSM, 편의점 등)의 공세가 가속화된 데 있다.
특히 ‘C커머스의 공습’이라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초저가 해외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국내 유통 시장 전반을 잠식하면서, 생필품과 공산품 중심의 비식품 카테고리(가전·생활용품 등)에서 대형마트의 구매 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유통업계 결산 자료에 따르면, 내구재 품목의 감소세가 두드러졌고 대형마트의 구매 건수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식품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신선식품의 품질과 가격이라는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을 재확립하기 위해 매장 면적의 상당 부분을 신선·가공식품 코너로 재배치하는 ‘그로서리 특화형’ 매장 전환을 가속화했으며, ‘집밥’ 수요 증가 트렌드에 맞춰 차별화된 델리(즉석 조리식품) 상품과 저가형 PB 상품을 대거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방어 소비’ 심리를 공략했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들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퀵커머스(Quick Commerce)’ 시장 진출 및 재정비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이마트는 과거 직접 운영했던 퀵커머스 브랜드 ‘쓱고우’를 접고, 배달앱 등 외부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비용 효율성을 높인 간접적인 퀵커머스 서비스를 재도입하며 시장 대응력을 높였다.
이는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반경 2km 이내 소비자에게 1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온라인과의 경쟁 심화 속에서 오프라인 점포의 가치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또한, 대형마트 업계는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라는 뼈아픈 과정을 지속했다. 수익성이 낮은 부진 점포를 정리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핵심 상권 점포에 대한 리뉴얼 투자를 집중하며 점포 포맷을 ‘그로서리 특화형’과 ‘복합 쇼핑몰형’으로 이원화하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였다.
편의점 업계
편장족 흡수 속 양적 성장 한계 봉착, 내실 경영 전환 시급

2025년 한국 편의점 업계는 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의 ‘편장족(편의점 장보기족)’ 트렌드를 흡수하며 매출을 견인했으나, 만성적인 양적 성장 한계에 봉착하며 내실 경영으로의 전환이 절실해진 한 해를 보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황금기를 구가했던 편의점 산업은 2025년 들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며 정점을 찍은 모습이다. 실제로 상반기 편의점 매출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분기 기준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시장 포화에 따른 경쟁 심화가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성장의 둔화는 점포 수 감소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났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이미 인구 1천 명당 1.02개로 일본을 넘어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3사의 점포 수는 상반기 6개월간 667개 점포가 줄어드는 등 사상 처음으로 순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저수익 점포의 폐점이 늘어나고, 본부 역시 신규 출점 목표를 전년 대비 낮추면서 ‘속도전’이 마감됐음을 시사한다. 또한, 인건비와 공공요금 상승,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은 가맹점주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점포 간 수익 구조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은 불황기 소비자들의 ‘근거리, 소용량, 합리적 소비’ 트렌드를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위기에 대응했다. 고물가로 외식이 부담스러워진 1인 가구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 근처 편의점에서 신선식품과 간편식 위주로 장을 보는 편장족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편의점들은 과일과 축산 등 식재료까지 상품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품질과 가성비를 앞세운 차별화된 PB 상품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CU의 ‘연세 생크림빵’ 시리즈와 같은 히트 상품은 단기적으로 매출을 견인했으나, 상품 주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끝나는 현상 역시 나타나면서 상품 기획의 속도와 다양성이 향후 생존의 관건임을 보여줬다.
편의점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내실 경영과 점포의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체험형 콘텐츠 강화, 휴게 공간 확대, 무인화 기술 도입 등 점포의 효율과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리뉴얼 투자를 집중했다. 더 나아가, 점포 인프라를 활용한 O2O(Online-to-Offline) 서비스와 퀵커머스 시스템을 확대하며, 배달앱 등 외부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전략도 병행했다. 다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편의점 이용률이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어, 트렌드 변화에 둔감한 디지털 전환 속도는 여전히 업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커머스 업계
‘C커머스 공습’에 위축…AI 기반 수익모델 확보 절실
2025년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시장 규모가 약 230조 원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꺾이며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와 국내 시장 포화가 겹치면서, 2025년 상반기 온라인 채널의 총 거래액 성장률은 전년 대비 2.8% 성장에 그쳐, 2024년 상반기 성장률(8.5%)에 비해 크게 급감했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단기적인 경쟁을 넘어, 시장 주도권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장 둔화의 핵심 요인은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공격적인 국내 시장 잠식이다. 이들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마케팅 비용을 바탕으로 앱 사용자 수와 실행 횟수를 늘려갔으며, 특히 비식품 및 잡화 부문에서 국내 플랫폼의 점유율을 위협했다. 이에 맞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수익성 개선’과 ‘충성 고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전략을 재정비했다.
국내 이커머스의 1위 주자인 쿠팡은 와우 멤버십 기반의 쿠팡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가전, 패션, 명품 등 고단가·고수익 제품군을 강화하는 동시에,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연계 서비스를 진화시키며 소비자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락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편,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별도 앱으로 론칭하고 ‘발견형 커머스’를 통해 반격을 시도했다.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취향에 맞는 상품을 노출해 감정적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발견형 쇼핑’ 트렌드가 2025년 하반기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포털 기반 플랫폼의 경쟁력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2025년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화두는 ‘기술 기반의 효율 혁신’이었다.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활용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AI 기반의 개인화 추천,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 도입은 고객 리드 전환율과 장바구니 복구율을 향상시키며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모바일 이커머스 비중이 80%를 넘어선 상황에서, AI 기반 검색 기능과 옴니채널 전략을 통해 고객에게 일관되고 정교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이와 더불어, 구독 기반의 이커머스 모델은 ‘관리 서비스’ 형태로 확장되며 장기적인 고객 생애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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