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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료품점의 변신 ‘장보기’서 ‘식사 해결 공간’으로…완조리 식품 유망

곡산 2025. 11. 30. 16:34
미국 식료품점의 변신 ‘장보기’서 ‘식사 해결 공간’으로…완조리 식품 유망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25.11.27 07:53

팁 부담 없고 시간 절약·외식비 절감…식당처럼 자리 배치한 슈퍼마켓 증가
‘조리된 식품 구매’ 64%…집요리 곁들이는 하이브리드 식사도
‘크로거’ 켄터키 신규 매장, 조리 공간 늘려 주문하는 메뉴 제공
매장에 “What’s for Dinner?” 코너, 메인·사이드메뉴 묶어 판매
피자·샐러드 등 RTE 제품 시장 87조 원에 연간 7.78% 성장
한국 식료품점 한식·분식 구비…김밥 등 OEM 공급 고려할 만
 

현지 소비자들이 물가 부담과 바쁜 일상에서도 합리적이고 편리한 식사 방식을 찾으면서 과거 장보기 중심이었던 미국의 식료품점이 이제는 ‘식사 해결’을 위한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현지 매장에서는 완조리 식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매장에서 바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간을 갖춘 곳도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매장 구성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식품 소비 추세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매장 내 식사 확대는 완조리 식품의 짧은 유통기한 문제로 미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 식품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로 평가된다. 부분 조리 제품을 활용한 간접 진출이나 식자재 공급 방식을 통한 시장 접근이 가능하기에 이러한 흐름을 우리 업계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코트라 애틀랜타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식품 매장을 찾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식재료 대신에 미리 조리된 상태로 판매되는 식사형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Prepared Meals, Retail Food Services, Deli-Prepared, Grab-and-g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완조리 식품은 가정에서 요리하는 수고를 덜어주면서도 식당에서 외식하는 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새로운 식사 대안으로 인식된다.

 

식료품점의 완조리 식품은 별도의 요리 과정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뿐만 아니라 간단히 데워서 먹거나 사이드 메뉴를 함께 추가해서 먹는 ‘부분 조리’ 식품도 포함된다. 미국의 여느 식료품점의 델리 코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샐러드바, 샌드위치, 핫푸드 바, 치킨 윙, 피자, 초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최근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식사(RTE) 제품의 미국 시장 매출은 2025년 한화 약 87조 1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총인구 수치를 고려하면 1인당 평균 171.91달러를 소비한 것이다. 시장 매출은 향후 5년간 연평균 7.78%로 성장해, 2030년에는 126조 6400억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장보기 중심이었던 미국 식료품점이 이제는 ‘식사 해결’을 위한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완조리 식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식당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한 곳도 늘고 있다. (사진=코트라 애틀랜타무역관)
 

오래전부터 월마트 등 미국 식료품점에는 저녁 시간에 맞춰 내놓은 방금 요리한 식품을 저녁 식사 대용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녁 식사나 가족 식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식료품점의 완조리 식품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외식 비용 상승, 시간 절약 선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미국식품산업협회(이하 FMI)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다. 보고서에서는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가족의 식사를 위해 식료품점에서 조리된 식품을 구매하고 있으며, 식당을 방문하는 것보다 미리 조리된 음식을 구매하거나 구매한 조리 식품과 집에서 만든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당 식품의 매출도 늘고 있다. 2025년 8월까지 52주간의 조사에서 식료품점의 델리 식품 매출은 한화 약 76조 원 규모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 증가했으며, Food Service/Prepared Meals의 매출은 3.75% 증가한 28조 6000억 원, 완조리 고기 식품은 4.8% 증가한 11조 6700억 원을 기록했다.

 

또한 조사 대상 가구의 약 64%가 식료품점에서 한 번 이상 완조리 식품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85%가 식료품점에서 작년보다 더 많은 혹은 동일한 식음료를 구매한 반면, 23%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캐주얼 식당 방문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점에서 구매하는 완조리 식품은 대부분 평소에 익숙한 메뉴가 주를 이루었다.

 

소비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90%가 식료품점에서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요리로 아메리칸 음식을 선택했다. 그다음으로 피자와 이탈리아 요리(84%), 샐러드(79%), 멕시코 요리(73%), 중국 요리(70%) 등 기존 미국 가정 식단에 잡은 메뉴들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와 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들 세대를 위한 틈새시장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언급했다.

 

식료품점에서 완조리 식품 구매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외식 비용과 팁 비용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으로 패스트푸드조차 가격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최근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이라 불릴 만큼 팁에 대한 부담이 가중돼 외식이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테이크아웃 음식에조차 과도한 팁을 부과하는 트렌드가 강해져 가정에서 식사하는 선택이 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로 가정에서의 식사가 늘면서 모든 요리를 다 준비하기에는 시간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준비시간이 많이 걸리는 주요리는 완조리 식품을 구매하고, 여기에 직접 조리한 간단한 사이드 메뉴를 병행하는 방식인 하이브리드 밀(hybrid meal)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MI의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4%가 하이브리드 식사를 하고 있으며, 이들은 완조리 제품과 직접 요리하기 위한 식재료를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는 식료품점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단축근무, 혼합 근무 등의 패턴이 확산했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식사 준비시간과 외출 시간을 줄이려는 경향이 커졌다. 음식점을 방문해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요리하는 수고를 줄이지만, 신선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선택지로 식료품점의 완조리 식품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식료품점과 식품업체들은 늘어난 완조리 식품 수요를 지속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식료품점은 주변 식당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옵션과 전략이 필요해졌다. 그들은 휴대가 쉬우면서도 신선도를 유지하는 전략적 포장과 시선을 사로잡는 매장 내 배치, 디지털 프로모션 등을 통해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저녁 메뉴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식료품점에 들른 소비자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What's for Dinner?(저녁에 무얼 먹을까?)"로 이름 지은 저녁 식사를 위한 세트 메뉴를 제공하기도 한다. 메인 요리와 사이드 메뉴, 샐러드를 함께 묶어 판매하고 여기에 식료품점에서 할인판매하는 디저트 메뉴를 바로 옆에 배치한다.

 

특히 방금 요리한 음식을 카운터나 매장 입구 근처에 배치해 식료품 쇼핑을 위해 방문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식품 회사들은 대규모 식료품점을 타깃으로 하는 신선식품 라인을 출시해 육류를 주로 하는 메인 메뉴와 야채, 브레드 피자 등을 함께 세트로 판매하는 PB 식품을 생산해 제공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위한 개발도 활발하다. 미국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완조리 식품 선택에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어, 유기농 라인과 같은 건강식품에 대한 개발이 절실하다.

 

FMI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3%가 영양가 있는 조리 식품을 선택하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19%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식료품점의 조리 식품의 영양 측면에 만족하는 응답자는 26%에 그쳤다.

 

이에 메릴랜드주에 본사를 둔 후레쉬 크리에티브 퀴진(Fresh Creative Cuisines)은 최근 200개 이상의 특선 메뉴와 자체 브랜드 제품 개발을 위해 약 8만 제곱피트 규모의 즉석식품 생산 시설을 개장했다. 이 회사는 다양한 맛을 선보이기 위해 장인이 직접 만든 빵을 사용하거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샌드위치 등의 옵션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식료품점에서 구매한 완조리 식품을 매장 내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식사 공간을 함께 마련해 아예 식당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슈퍼마켓도 늘고 있다.

조지아주에 있는 식료품점 퍼블릭스(Publix)에서는 최근 델리 매장 옆 빈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쇼핑객들이 구매한 식품을 바로 먹을 수 있게 했다. 유기농 식품 전문 식료품점으로 알려진 홀푸즈는 이미 여러 매장 내에 식료품점에서 구매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 형식의 공간을 설치해 왔으며, 2022년 뉴욕 맨해튼 지점에서는 1층에 식료품점과 2층에는 식당과 카페를 배치하는 새로운 방식의 식료품점 매장을 오픈했다.

미국 최대 식료품점 가운데 하나인 크로거도 올해 오픈을 앞둔 켄터키 신규 매장의 조리 식품 공간을 6500제곱피트 규모로 확장하고, 레스토랑처럼 소비자가 주문하는 대로 제작하는 고기와 사이드 메뉴, 샌드위치 등을 제공한다. 조리 공간 카운터 앞자리와 하이톱 좌석을 배치해 고객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가운데, 조지아주의 한국 식료품점에서는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완조리 식품을 구매해 바로 식사할 수 있는 식사 공간을 설치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 매장에서는 식사 대용이 가능한 한식과 분식 등 여러 완조리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마트 대표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K-Food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특히 한국의 음식은 즉석에서 바로 소비할 때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식사 공간을 마련했다"라고 언급하며,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음식들을 가족들이 각자 취향에 맞게 쇼핑하고 바로 먹을 수 있어 편리하면서도 여러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식료품점이 식사를 위한 보조적 채널에서 메인 식사 솔루션으로 진화하는 추세는 한국의 식품 제조업체와 유통 진출 기업에 전략적 기회를 제시한다고 무역관은 말한다.

 

한 예로,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및 식료품 유통사에 비빔밥, 떡볶이, 김밥 등 한국의 완조리 식품을 PB 형태로 OEM 공급을 통해 라인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이 경우 그랩앤고 식사 키트에 적합한 식품 개발과 포장, 유통 채널별 차별화, 외식 대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최근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K-푸드의 맛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미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형태로 조정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하지만 기회와 함께 식품의 품질과 신선도 관리 및 물류비용에 대한 리스크도 있다. 최근 미국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즉석조리 파스타 제품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돼, 18개 주에서 27명이 식중독에 걸려 리콜 조치에 들어갔으나, 감염된 환자 가운데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관련 진출을 계획하는 우리 기업들은 미국 유통 환경을 고려한 신선도 관리 체계와 식품 안전 규제 대응 역량을 사전에 준비해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 소재 식품 회사가 완조리 식품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데는 유통기한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으나, 부분 조리 식품을 활용한 간접 진출 및 소재 공급 등을 통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식 양념육이나 즉석용 볶음 소스와 같은 식품은 미국의 완조리 식품과 결합한다면 물류와 유통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완조리 식품 시장 확대에 따라 식품 패키징과 밀폐 보존 기술 등의 시장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기회도 모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