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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AI·DX로 식료품 낭비 획기적 절감

곡산 2025. 11. 30. 16:12
일본, AI·DX로 식료품 낭비 획기적 절감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11.28 10:12

‘식품 리사이클링법’ 제정 2030년까지 60% 감축
로손 AI 차세대 발주 시스템, 폐기 물량 30% 줄여
외식 판매량 예측, 조리·재고량 조절 실질적 효과
유통 플랫폼, 음식 버리기 직전 소비자 연결 ‘윈윈’
 

식량과 자원 자급률이 낮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에서는 식품 로스 감축을 위해 최근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미 대기업과 주요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매장 수요예측, 유통기한별 동적 가격 조정, IoT 신선도 관리 등 관련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있다.

 

코트라 오사카무역관에 따르면, 2018년 이전까지 일본의 연간 식품 손실은 600만 톤을 넘어섰다. 이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전 세계에 지원하는 식량 규모(약 320만 톤)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일본 정부는 매년 수백만 톤의 식품이 폐기되는 이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그동안 지속해 왔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와 국제 정세 악화로 식량안보와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식품 손실 감축은 핵심 국가 과제로 자리 잡았고, 이를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AI와 DX를 활용한 혁신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23년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식품 손실 통계’는 이러한 노력과 변화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총 식품 손실은 약 464만 톤으로 전년 대비 8만 톤 감소했다. 이 중 식품 제조업, 유통업, 외식업 등 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은 231만 톤으로 전년보다 5만 톤 줄었으며 2000년 대비 58% 감소한 수치이다. 또한 최근에는 가정보다 사업 부문에서 식품 손실이 더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감축 노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식품 순환자원의 재생이용 등 촉진에 관한 법률, 이른바 식품리사이클법을 통해 식품 폐기물의 감축과 재활용을 제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2025년 3월에 이 법률의 기본 방침을 새로 공표하며 산업계 식품 손실을 2000년 대비 2030년까지 6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수요예측의 정밀화, 납품 기한 완화를 의미하는 3분의 1룰 완화, 유통기한 연장, 푸드뱅크 기부 확대 등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조치는 식품 유통 과정의 불필요한 폐기를 줄이고 산업계와 소비자가 함께 지속 가능한 소비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으로 평가된다.

 

또한 특히 최근에는 DX와 AI을 활용한 식품 손실 감축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유통과 외식, 지방자치단체, IT 기업 등 민·관이 협력해 기술 중심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로손’의 발주 최적화다. 편의점은 소비자에게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간편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만큼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식품 또한 적지 않다. 로손은 2030년까지 자사 편의점 매장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을 2018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AI·DX 기술을 결합한 공급망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로손의 2024년 통합 보고서에 따르면 로손은 Real × Tech Convenience를 기업 비전으로 내세우고 매장 운영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으며, 특히 AI를 활용한 차세대 발주 시스템 AI.CO를 전국 매장에 도입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점포별 판매 이력, 날씨, 요일, 지역 행사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날의 판매량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상품별 발주량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로손은 이러한 AI 발주 시스템 도입을 통해 폐기되는 식품을 약 30% 감축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도쿄도의 아다치구는 소규모 식품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식품 낭비를 줄이기 위해 AI 기술을 도입한 실증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진행됐으며, 구청과 데이터 분석 기업 EBILAB 사가 협력해 TOUCH POINT BI라는 AI 예측 시스템을 운영했다.

 

아다치구가 올해 3월 구청 홈페이지에 게재한 AI 시스템을 활용한 식품 손실 삭감 실증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AI 시스템은 매장의 POS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문객 수와 메뉴별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리량과 재고를 자동으로 조정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기온, 날씨, 지역 행사 등의 외부 요인을 함께 반영해 수요 변동에 대응했다.

 

사업에는 베이커리, 식당, 일식당, 중화요리점 등 다섯 곳의 점포가 참여했으며, AI 시스템 도입 후 전체 평균 예측 정확도는 83.4%, 베이커리는 93.8%까지 향상됐다. 그 결과 베이커리의 식품 폐기량은 실험 시작 시점 대비 4.4% 감소했고 일부 점포는 98%의 감축률을 기록했다. 특히 일일 방문객이 90명 이상인 매장일수록 예측의 안정성과 감축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아다치구는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조리 및 재고 관리 모델이 소규모 사업자에게도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을 검증했으며 향후 구 전역의 식품 매장과 급식 시설로 확대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이 외에도 소비자 참여형 잉여식품 유통 플랫폼 ‘타베테’도 좋은 사례다.

 

일본 스타트업 코쿠킹(CoCooking)은 시중 점포에서 너무 많이 만들어 다 팔리기 어려운 식품이나 예약 취소 등으로 폐기될 뻔한 식품을 필요한 소비자와 이어주는 푸드 셰어링 서비스 앱 타베테(TABETE)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앱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매장과 소비자를 연결해 식품 로스를 줄이면서 동시에 매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플랫폼에 가입한 매장은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당일 판매가 어려운 음식·식사를 등록하고 소비자는 앱을 통해 원하는 메뉴를 결제한 뒤 매장에서 직접 받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버려질 뻔한 음식이 새로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또한 매장은 손실을 줄이며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구매함으로써 사회적 참여의 의미를 더한다.

 

이 서비스는 2017년 정식 운영을 시작한 이후 빠르게 확산했다. 2024년 10월 기준 타베테의 누적 가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고 등록 매장 수는 약 2880개에 달한다. 대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동네 빵집, 카페, 도시락 전문점 등 소규모 사업자들이 참여하며 일상적인 소비 과정에서 식품 로스를 줄이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