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사례,수출식품 부적합 사례

美 ‘간장’ 수출, Prop 65 대응 가이드 - 발효와 산분해의 갈림길에서

곡산 2025. 11. 3. 07:45

美 ‘간장’ 수출, Prop 65 대응 가이드 - 발효와 산분해의 갈림길에서

  •  이주형 전문위원
  •  승인 2025.09.23 10:42

 

Prop 65 NSRL/MADL 기준이 없는 물질, 어떻게 판단하나 ②
이주형의 식품수출 실전노트 7.

이주형
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지원실장/전문위원

날아온 경고장,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저희 간장 제품에 대한 Prop 65 60-day notice를 받았습니다. 3-MCPD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게 대체 뭔가요?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비자 단체에서 보낸 공식 경고장에는 “귀하의 간장 제품이 적절한 경고 없이 3-MCPD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60일 이내에 대응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협박성 문구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런 일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최근 들어서야 이러한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수년간 캘리포니아에서는 HVP(산분해 식물단백) 기반 간장이 3-MCPD/1,3-DCP 이슈로 60-day notice의 빈번한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다수 업체가 레시피 조정ㆍ공정 개선ㆍ라벨(경고) 변경으로 대응하였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3-MCPD(3-Monochloropropane-1,2-diol)와 1,3-DCP(1,3-Dichloro-2-propanol)라는 두 물질입니다. “두 물질은 2010년 Prop 65 ‘암’ 목록에 등재되어 있으나, NSRL/MADL(세이프하버) 값은 아직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자체 노출평가와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경고 필요 여부를 판단ㆍ입증해야 합니다. 

같은 ‘간장’의 다른 운명: 발효 vs 산분해
제가 상담을 받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제조 방식입니다. “메주 발효 방식인가요, 아니면 HVP 베이스인가요?” 같은 ‘간장’이라도 만드는 방법에 따라 위험 요소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통 발효니까 괜찮다”고 안심하는 업체들을 종종 만납니다. 실제로 메주를 이용한 전통 발효에서는 3-MCPD 생성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하지만 ‘제로’는 아닙니다. 지난해 한 전통 간장 업체가 “확신을 가지고” 분석을 의뢰했다가 당황한 일이 있었습니다. 발효 단계에서는 검출되지 않던 3-MCPD가 고온 농축 후 ‘한 자릿수~수십 μg/kg’ 범위로 검출된 사례가 있었습니다(자체 시험).

상품성 향상을 위한 고온 농축 과정에서 잔존하는 지질과 염소 이온이 반응한 결과였습니다. 진공ㆍ저온 농축으로 전환하자 약 40~60% 저감이 확인됐습니다.

HVP를 사용하는 산분해 간장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고농도 염산으로 단백질을 가수분해하는 과정 자체가 3-MCPD 생성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문제가 된 대부분 사례가 이 HVP 기반 제품들이었습니다. 한 아시아계 식품회사는 자사 간장에서 무려 400μg/kg의 3-MCPD가 검출되어 집단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생성이 배치마다 들쭉날쭉하다는 점입니다. HVP 공정은 원료 지질ㆍ산 농도/시간/온도ㆍ중화ㆍ탈염ㆍ활성탄/이온교환 등의 미세 차이가 누적되며, 배치 간 3-MCPD가 수배까지 변동할 수 있습니다. 원료 콩의 지질 함량, 산의 농도, 반응 온도의 미세한 차이가 누적되어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한국 업체들이 놓치는 다섯 가지 함정
경험을 바탕으로, 간장 관련해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오해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전통 발효는 안전하다”는 맹신입니다. 물론 산분해 방식에 비해 위험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농축이나 살균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생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 전통 간장 업체는 “우리는 발효라서 괜찮다”며 안심하고 있었는데, 실제 측정 결과 경계 수준의 3-MCPD가 검출되어 공정 재검토가 필요했습니다.

두 번째는 “HVP 비율만 확인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입니다. 실제로는 HVP의 제조 공정, 후처리 방법, 블렌딩 비율, 최종 가공 조건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10% HVP 블렌딩이라도 HVP 자체의 3-MCPD 농도에 따라 최종 제품의 수치가 크게 달라집니다.

세 번째는 “한 번 측정하면 끝”이라는 착각입니다. 간장은 원료의 계절적 변동, 발효 조건의 미세한 차이, 농축 정도의 변화 등에 따라 배치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혼합형 제품의 경우 각 구성 요소의 변동이 누적되어 더 큰 편차를 보입니다.

네 번째는 “검출 한계 이하면 안전하다”는 오해입니다. “LOD/LOQ 이하는 ‘비검출 또는 미확정’이지 곧 ‘안전’이 아닙니다. 분석 기관마다 검출 한계(LOD)가 다르고, 매트릭스 효과로 인한 간섭도 고려해야 합니다. 간장의 높은 염분과 당분, 아미노산 함량은 분석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입니다. 신뢰할 만한 분석 결과를 얻으려면 매트릭스 스파이크 회수율 검증이 필수입니다.

다섯 번째는 “미국과 한국의 섭취 패턴이 같다”는 가정입니다. 한국인은 간장을 조리용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미국에서는 소스로 직접 섭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차이는 노출량 계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세이프하버 부재 시대: 기준은 우리가 만든다
3-MCPD와 1,3-DCP는 Prop 65 목록에 등재되어 있지만, 공식적인 안전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얼마까지는 안전하다”는 정부 공인 기준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답은 “스스로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입니다. WHO, 유럽식품안전청, 일본 후생노동성 등의 평가 자료를 종합하고, 시장 벤치마킹을 통해 내부 기준을 설정해야 합니다.

전통 발효 간장의 경우:
- 3-MCPD 검출량: 12μg/kg
- 미국 내 평균 사용량: 하루 20mL(보수적 가정)
- 일일 노출량: 0.264μg
- WHO 기준 대비: 0.2% 수준

이 경우 경고가 불필요하다는 합리적 판단이 가능했습니다.

HVP 블렌딩 간장의 경우:
- 3-MCPD 검출량: 180μg/kg 
- 일일 노출량: 3.96μg
- WHO 기준 대비: 3.3% 수준

절대적으로는 안전하지만, 동종 제품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공정 개선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브리징ㆍ스팟 테스트: 비용은 낮추고 방어력은 높이고
간장은 SKU가 많고 원가 경쟁이 치열한 품목입니다. 모든 제품을 매번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브리징(Bridging)’ 전략입니다.

제조 방식과 위험도에 따라 제품군을 나누어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순수 발효군은 연 1~2회, 저농도 HVP군은 분기 1회, 고농도 HVP군은 월 1회 모니터링하는 식으로 차등 관리합니다.

각 그룹에서 분기마다 1~2개 제품을 무작위 선정해 추가 분석하는 ‘스팟 테스트’도 병행합니다. 이를 통해 추정의 정확도를 높여나갑니다.

한 업체는 이 방법으로 120개 SKU를 12개 그룹으로 관리하면서 연간 분석 비용을 70% 절감했습니다. 동시에 HVP 품질 관리와 공정 일관성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공정 개선 체크리스트: 산분해ㆍ후처리ㆍ농축
① 산분해 공정 최적화
가장 효과적인 개선 방법은 HVP 제조 공정 자체를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염산 농도를 조금 낮추고 반응 시간을 늘리거나, 반응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업체는 기존 6N HCl, 110°C, 6시간 조건을 5N HCl, 105°C, 8시간으로 변경해 동일한 가수분해 효과를 얻으면서도 3-MCPD 생성량을 50% 줄였습니다. 원료 단계에서 지질 함량이 낮은 대두를 선별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② 후처리 공정 강화
중화 후 탈염과 활성탄 처리는 3-MCPD와 1,3-DCP 제거의 핵심입니다. 활성탄의 종류, 처리 시간, 온도 조건을 최적화하면 상당한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온교환 수지의 활용입니다. 일부 업체에서는 양이온 교환 수지를 추가로 사용해 잔류하는 염소 화합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있습니다. 비용은 조금 증가하지만, 최종 제품의 안전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습니다.

③ 발효 공정에서의 주의점
전통 발효 간장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특히 농축 과정에서의 온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불필요하게 높은 온도나 긴 시간은 피하고, 진공 농축을 활용해 저온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메주의 품질 관리도 중요합니다. 곰팡이의 종류와 발효 조건에 따라 최종 제품의 화학적 조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관된 발효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025 단문 경고: 물질명 명시가 분기점
올해부터 시행된 Prop 65 개정 규정은 간장 업계에 새로운 도전을 던졌습니다. 과거에는 “이 제품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포함합니다”라는 모호한 경고가 허용되었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물질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 WARNING: This product can expose you to 3-Monochloropropane-1,2-diol(3-MCPD), a chemical known to the State of California to cause cancer.”

이런 식으로 ‘3-MCPD’라는 정확한 화학물질명을 적어야 합니다. 아마존, 이베이 등 온라인 판매에서도 동일한 경고가 필요합니다. 제품 상세페이지나 구매 완료 직전 단계에서 라벨과 같은 수준의 경고를 보여줘야 하죠. 많은 업체가 온라인 판매를 중간 유통업체에 맡기면서 이런 요구사항을 놓치고 있습니다. 이는 심각한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공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한 회사는 HVP 30% 블렌딩 제품에서 높은 3-MCPD가 검출되어 위기에 처했지만, 체계적인 접근으로 이를 기회로 바꿨습니다.

먼저 현실을 인정하고 전 제품군을 일제 분석했습니다. HVP 공급업체와 공정 조건을 상세히 검토하고, 경쟁사 제품까지 벤치마킹했습니다.

다음으로 공정 개선에 착수했습니다. HVP 제조 온도를 5°C 낮추고, 활성탄 처리 시간을 2배 연장하며, 블렌딩 비율을 30%에서 20%로 조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했습니다. 고위험 제품은 프리미엄 라인으로 전환하고, 일반 라인은 순수 발효로 전환했습니다. 신제품 개발 시에는 3-MCPD 기준을 사전에 적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정 조건 최적화(온도ㆍ시간ㆍ활성탄ㆍ블렌딩 비율 조정) 후 3-MCPD 평균 농도의 유의한 저감(자체 시험 기준)이 확인되었고, 제품 포트폴리오 개편과 병행해 매출 지표도 개선 추세를 보였습니다.

문서화가 방어력이다
Prop 65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남기는 것입니다. 1페이지 분량의 간단한 결정 메모라도 좋습니다. 제품명, 분석 결과, 계산 과정, 의사결정 근거, 재검토 일정 등을 정리해두면 됩니다.

이 문서는 바이어 질의나 리테일 업체 심사, 심지어 소송이 발생했을 때도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반대로 이런 문서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미국 수출용으로는 더 상세한 FSVP(Foreign Supplier Verification Program) 패키지도 필요합니다. 제조 공정 요약, HVP 사용 여부, 최신 분석성적서, 배치 간 변동성 관리 방안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60-day notice를 위한 긴급 매뉴얼
만약 지금 당장 60-day notice를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고발 내용을 정확히 분석하고, 해당 제품의 최신 분석 데이터를 확보해야 합니다. 법무팀이나 전문가 자문도 즉시 요청하세요.

둘째, 추가 분석을 의뢰하고, 동종 제품 벤치마킹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노출량 계산과 위험 평가도 이 단계에서 완료해야 합니다.

셋째, 경고 표시, 공정 개선, 판매 중단 중 어떤 전략을 택할지 결정합니다. 온라인 경고를 우선 적용하고, 리테일러와 유통업체에 상황을 고지해야 합니다.

넷째, 선택한 대응 방안을 실행하고, 모든 과정을 문서화합니다. 필요하다면 고발자와의 협상도 진행해야 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
간장의 3-MCPD 문제는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명확합니다. 자신의 제품이 어떤 공정으로 만들어지는지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발효 업체라면 농축 공정의 정밀 관리에, 산분해 업체라면 HVP 공정의 근본적 개선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문서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세이프하버가 없는 상황에서는 “스스로 계산하고 설명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입니다. 단순히 경고문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Prop 65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룰입니다. 이 룰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온 경고장이 무서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의 기술력과 품질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결국은 더 강한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진정한 지혜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고춧가루의 오크라톡신A(OTA) 문제를 다루면서, 원산지별 위험도 차이와 블렌딩을 통한 “내부 세이프하버” 구축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