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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 수출, 현명한 대응을 위한 첫걸음: Prop 65 노출 평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곡산 2025. 11. 3. 07:43

미국 식품 수출, 현명한 대응을 위한 첫걸음: Prop 65 노출 평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  이주형 전문위원
  •  승인 2025.08.26 07:12

 

이주형의 식품수출 실전노트 6.

이주형
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지원실장/전문위원

Prop 65는 단순 라벨링 규정이 아니다!
최근 한 중견 제과업체 품질관리 팀장이 제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우리 초콜릿 쿠키를 캘리포니아에 수출하려는데,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확히 왜 붙여야 하는지,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 아무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묻어났습니다.

이런 혼란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Prop 65는 단순히 라벨링 규정이 아니라, 식품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복잡한 법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식품은 다른 제품과 달리 매일 섭취하는 것이기에, 노출량 계산과 위험 평가가 훨씬 더 민감하고 중요합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만 보더라도 수많은 화학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생두에 있던 물질들, 로스팅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화합물들, 종이컵에서 이행될 수 있는 성분들, 그리고 우리가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지까지. 이 모든 것이 Prop 65가 요구하는 ‘노출 평가’의 대상이 됩니다.

식품업계가 놓치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
제가 많은 기업과 일하면서 발견한 가장 흔한 실수들을 살펴보면, 이 실수들은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Prop 65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번째 함정은 “천연 원료는 안전하다”는 믿음입니다. 한 유기농 스낵 제조사는 모든 원료가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며 자신만만해 했지만, 정작 문제는 구운 감자칩에서 발생하는 아크릴아마이드였습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원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분이 풍부한 식품을 120도 이상으로 가열할 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입니다. 감자, 곡물, 커피 등을 굽거나 튀기거나 로스팅할 때 피할 수 없는 현상인 것입니다. 천연과 유기농이 Prop 65 면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우리는 FDA 기준을 지킨다”는 안도감입니다. FDA의 식품 안전 기준과 Prop 65의 경고 기준은 완전히 다른 체계입니다. FDA가 허용하는 납 함량이라도, 캘리포니아의 일일 노출 한계(납의 경우 생식독성 0.5μg/day)를 초과하면 경고가 필요합니다. 특히 다크 초콜릿, 건조 향신료, 해조류 같은 식품은 FDA 기준으로는 안전하지만 Prop 65 기준으로는 경고가 필요한 경우가 흔히 발생합니다.

세 번째 함정은 “소량 첨가물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식품 첨가물이나 가공 보조제는 최종 제품에 극미량만 남지만, 매일 섭취하는 식품의 특성상 누적 노출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캐러멜 색소에 들어있는 4-MEI(4-메틸이미다졸)는 ppb 수준이어도, 콜라를 매일 마시는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노출이 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포장은 식품과 별개”라는 이분법적 생각입니다. BPA가 코팅된 캔, 프탈레이트가 들어간 플라스틱 용기, 잉크가 인쇄된 종이 포장 등은 모두 식품으로 화학물질이 이행될 수 있는 경로입니다. 특히 가열하거나 장기 보관하는 제품일수록 포장재에서 이행되는 물질의 양이 증가합니다. 전자레인지용 팝콘 봉지, 테이크아웃 용기, 커피 캡슐 등이 대표적인 주의 대상입니다.

다섯 번째 함정은 “한 번 분석하면 끝”이라는 착각입니다. 식품은 원료의 산지, 수확 시기, 가공 조건에 따라 유해 물질 함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작년에 측정한 카드뮴 수치가 올해도 같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계절 변동이 큰 농산물이나 산지가 다양한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수적입니다.

식품의 노출 경로: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에서 Prop 65 물질이 발생하는 경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면,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노출 경로 지도’라고 부르는데, 크게 4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원료 단계입니다. 토양에서 흡수된 중금속(납, 카드뮴, 비소), 농약 잔류물, 곰팡이 독소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카카오는 카드뮴을, 쌀은 비소를, 땅콩은 아플라톡신을 자연적으로 축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알면 어떤 원료를 특별히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가공 단계입니다. 앞서 언급한 아크릴아마이드 외에도, 훈제 과정의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 발효 과정의 에틸카바메이트, 정제 과정의 3-MCPD 등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온도, 시간, pH 등 공정 조건을 조절하면 이런 물질의 생성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포장 및 보관 단계입니다. 금속 캔의 BPA, 플라스틱의 프탈레이트, 재활용 종이의 미네랄 오일 등이 식품으로 이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이 많은 식품일수록, 보관 온도가 높을수록, 접촉 시간이 길수록 이행량이 증가합니다. 올리브오일을 플라스틱병에 담아 여름철 창고에 보관한다면, 프탈레이트 이행을 각오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소비 단계입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어떻게 조리하고 얼마나 자주 먹는지가 최종 노출량을 결정합니다. 인스턴트 라면의 경우, 끓는 물을 부어 먹는 것과 전자레인지에 조리하는 것의 노출량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인의 김 소비량과 미국인의 김 소비량이 다르듯, 타겟 시장의 식습관을 고려한 노출 평가가 필요합니다.

노출량 계산의 실제: 초콜릿 쿠키를 예로 들면
초콜릿 쿠키를 예로 들어, 구체적인 계산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제품의 구성을 분석하여 밀가루와 초콜릿 칩의 카드뮴, 그리고 베이킹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주요 관심 물질임을 파악합니다.

다음으로 함량을 측정하거나 추정합니다. 실제 분석 결과 초콜릿 칩의 카드뮴이 0.3mg/kg, 완제품의 아크릴아마이드가 400μg/kg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제품 기준 농도입니다. 초콜릿 칩이 쿠키의 20%를 차지한다면, 쿠키 전체의 카드뮴 농도는 0.06mg/kg이 됩니다.

이제 일일 섭취량을 추정합니다. 쿠키 1개가 30g이고, 평균적으로 하루 2개를 먹는다고 가정하면 일일 섭취량은 60g입니다. 이를 마이크로그램 단위의 노출량으로 환산하면, 카드뮴은 3.6μg/day(0.06mg/kg×60g), 아크릴아마이드는 24μg/day(400μg/kg×0.06kg)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세이프하버 수준과 비교합니다. 카드뮴의 MADL은 4.1μg/day이므로 3.6μg/day는 기준 이하입니다. 하지만 아크릴아마이드의 NSRL은 0.2μg/day이므로 24μg/day는 기준을 크게 초과합니다. 따라서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암 경고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근 연방법원이 식품의 아크릴아마이드 암 경고 강제를 금지한 판결을 기억해야 합니다. 식이 노출에 대한 ‘암’ 경고 강제만 금지되었고, ‘생식독성’ 경고 요건은 별도로 유지됩니다. 항소 중이므로 기업은 암/생식 트랙을 분리해 라벨·온라인 경고를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암 경고 대신 생식독성 경고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하는데, 아크릴아마이드의 MADL인 140μg/day와 비교하면 24μg/day는 기준 이하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쿠키는 경고가 필요 없다는 최종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저비용 고효율 전략: 브리징과 스팟 테스트
모든 제품의 모든 배치를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중소 식품업체에 연간 수천만 원의 분석 비용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똑똑한 추정’입니다.

브리징(Bridging)은 유사 제품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 관행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레시피로 만든 플레인 쿠키와 초콜릿 쿠키가 있다면, 베이킹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크릴아마이드 수준은 유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플레인 쿠키의 분석 결과에 안전계수 1.3을 곱해 초콜릿 쿠키의 수준을 추정하는 방식이죠. 이런 추정이 유효하려면 제조 공정이 동일해야 하고, 주요 원료의 산지와 등급이 유사해야 하며, 제품의 수분 함량과 pH가 비슷해야 합니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하는 제품군을 묶어 ‘브리징 그룹’을 만들면, 대표 제품 하나의 분석으로 전체 그룹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OEHHA 지침에서 노출 추정(exposure estimation)을 허용하나, 명시적 ‘브리징 그룹’ 가이드라인은 없으므로 권장 관행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스팟 테스트는 이런 추정을 검증하는 안전장치로, 일부 산업 사례에서 사용됩니다. 분기별로 각 브리징 그룹에서 1~2개 제품을 무작위로 선정해 실제 분석을 수행합니다. 만약 실측값이 추정값보다 높으면 안전계수를 상향 조정하고, 지속적으로 낮으면 하향 조정을 검토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추정의 정확도를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제과업체와 이 방법을 적용해 200개 SKU를 30개 브리징 그룹으로 분류하고, 분석 비용을 70%나 절감하면서도 Prop 65 대응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습니다.

온라인 시대의 도전: PDP와 라벨의 동기화
요즘은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Prop 65는 이런 변화를 반영해, 온라인 구매 시에도 오프라인과 동일한 수준의 경고를 제공하도록 요구합니다. 온라인 상세 페이지나 구매 완료 전에 명확한 경고가 노출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많은 식품 기업이 온라인 판매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마존, 이베이, 자사 쇼핑몰, 유통업체 사이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되는데, 채널마다 경고 표시 방식이 다릅니다. 이런 복잡성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스터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제품별로 필요한 경고 문구, 해당 물질명, 엔드포인트(암/생식독성), 적용 지역 등을 중앙에서 관리하고, 각 판매 채널에 일관되게 제공하는 방식이죠. 많은 기업이 제품 정보 관리(PIM) 시스템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라벨과 온라인 정보의 불일치입니다. 라벨에는 납 경고가 있는데 온라인에는 카드뮴 경고가 있다면, 소비자 혼란과 함께 법적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감사를 통해 일관성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 경고문 너머의 품질관리 철학
많은 식품 기업들은 소송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문제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경고문을 붙이곤 합니다. 왜 경고하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 회사의 모든 제품에 동일한 경고를 표시하는 관행도 흔히 발견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여기서 더 큰 위험은, 이러한 혼란이 단순히 소비자 불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캘리포니아 주법상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할 경우, 민사 벌금의 25%를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소송이 남발될 위험이 매우 크며, 근거 없는 ‘묻지마 경고’는 오히려 소송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고위험 전략이 됩니다.

법에 근거한 노출 평가를 위해 고비용을 들여 SKU별로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Prop 65는 단순히 경고문을 붙이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이 자사 제품의 품질을 밭에서부터 식탁까지 전 과정에 걸쳐 깊이 있게 이해하고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경고문은 그저 결과물일 뿐이며, 그 뒤에 숨겨진 노출 경로를 파악하고, 노출량을 과학적으로 추정하며, 이를 기반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철학이 진짜 Prop 65의 의미인 것입니다. 이제는 ‘그냥 다 붙이면 안전하다’는 낡은 관념을 버리고, 노출 기반의 정교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법적 의무를 준수하면서도 소비자 신뢰를 얻는 현명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