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사례,수출식품 부적합 사례

美 ‘레토르트 국’ 수출, Prop 65 대응 가이드 - 푸란 노출, 이렇게 계산한다

곡산 2025. 11. 3. 07:44

美 ‘레토르트 국’ 수출, Prop 65 대응 가이드 - 푸란 노출, 이렇게 계산한다

  •  이주형 전문위원
  •  승인 2025.09.09 10:02

 

Prop 65 NSRL/MADL 기준 없는 물질 어떻게 판단하나 ① 

이주형의 식품수출 실전노트 7.

이주형
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지원실장/전문위원

왜 이 연재인가
품목별 실무 가이드가 필요한 이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3년 농식품 수출액은 74억 달러였고, 이 중 미국이 12.8억 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K-푸드 열풍으로 라면ㆍ김치ㆍ음료ㆍ과자 등은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미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공략하려면 특히 캘리포니아의 Prop 65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를 통과하지 못하면 전국 유통망에서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우리 제품에 Prop 65 경고문을 붙여야 하나요?”입니다. 김치는 젓갈과 발효, 과자는 아크릴아마이드, 레토르트 제품은 푸란 등 품목별로 위험과 노출 메커니즘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그냥 경고문부터 붙이자”는 식의 접근이 여전히 흔해, 불필요한 경고로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거나, 반대로 필요한 경고를 누락해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곤 합니다. “이론은 알겠는데 우리 제품에는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질문이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Prop 65는 단순 라벨 규정이 아닙니다. 원료–공정–포장–온라인 고지까지 관통하는 운영 규범이며, 제품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전 과정에서의 노출 평가와 문서화를 요구합니다. 특히 농식품은 원료의 계절ㆍ산지 변동, 열처리ㆍ발효 과정에서의 생성물, 포장재 이행, 시장별 섭취 패턴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품목별 접근이 필수입니다. 예컨대 김치는 젓갈의 중금속과 발효 변수, 라면은 면의 아크릴아마이드와 스프의 중금속, 레토르트는 가열ㆍ밀봉 공정에서의 푸란, 과자류는 베이킹 과정의 아크릴아마이드, 음료는 원료 중금속과 용기 이행, 건조 식품은 농축에 따른 축적 리스크가 핵심 쟁점입니다.

이 연재는 그런 실무 공백을 메우려 합니다. 일반론을 반복하기보다, “우리 회사는 무엇을, 어떻게, 어디부터”라는 질문에 답하는 품목별 체크리스트와 계산ㆍ문서화 방법을 제시합니다. 복잡해 보이는 Prop 65도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관리 가능한 과제입니다.

1편: 레토르트 국 – 푸란 (밀봉ㆍ가열 공정의 필연적 부산물)
2편: 간장 – 3-MCPD/1,3-DCP (발효 vs 산분해 공정별 차별화)
3편: 고추가루 – 오크라톡신 A (원산지ㆍ보관ㆍ블렌딩 전략)
4편: 곡물차 – 푸란/푸르퓨릴알코올 + 포장재 이행 (복합 노출 관리)

그럼 이제, 레토르트 국에서 푸란이 어떻게 생기고, 얼마만큼 노출되는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레토르트 국에서 푸란이 생기는 원리
레토르트 국ㆍ찌개에서 푸란(Furan)은 피하기 어려운 부산물입니다. 2025년부터 단문(Short-form) 경고에도 물질명을 최소 1개 명시해야 하므로, 과거처럼 ‘발암물질 포함 가능’ 같은 포괄 경고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왜 푸란이 생기고, 얼마가 나오는지를 숫자로 말해야 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신들의 제품에서 왜 푸란이 나오는지, 얼마나 나오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입니다.

푸란은 레토르트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이 생성되는 물질입니다. 양파나 무에 들어있는 당분, 육수의 아미노산, 고기의 지방, 비타민C 같은 성분들이 밀봉된 상태에서 고온으로 가열되면서 서로 반응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마치 빵을 구울 때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메일라드 반응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왜 하필 레토르트 제품이 푸란의 주요 타깃이 될까요? 답은 ‘밀봉’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조리에서는 푸란이 생성되더라도 열린 공간으로 날아가지만, 레토르트는 파우치나 캔에 밀봉한 상태에서 가열하기 때문에 푸란이 갇혀있게 됩니다. 여기에 헤드스페이스, 열처리 강도, 수분 활성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푸란 농도가 결정됩니다.

제가 여러 레토르트 업체와 일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레시피라도 공정 조건에 따라 푸란 농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어떤 업체는 30ppb, 어떤 업체는 80ppb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한국 업체들이 놓치는 다섯 가지 포인트(브리징ㆍ포장ㆍ공정ㆍ섭취량까지)
제가 상담한 수십 개 업체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오해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한 번 측정하면 끝”이라는 생각입니다. 한 업체는 작년 시험치로 환산한 일일 노출량(µg/day)은 자사 경고 판단 기준(문헌ㆍ동종 공개치 기반 대체 수준) 아래여서… 올해 동일 제품은 그 내부 기준을 상회해 재평가와 경고 검토가 필요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주 원료인 양파의 산지가 바뀌면서 당분 함량이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농산물 기반 식품에서는 원료의 계절 변동, 산지 변화 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두 번째는 “온도만 높이면 살균 끝”이라는 단순한 사고입니다. 실제로는 같은 살균 효과(F₀값)를 얻으면서도 푸란 생성을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과도하게 높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처리하는 것보다, 적정 온도에서 시간을 조금 늘리는 것이 푸란 생성 억제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같은 F₀라도 낮은 온도ㆍ긴 시간 조합이 푸란 억제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파일럿으로 최적화 권장). 한 업체는 이 방법으로 푸란 농도를 40% 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 번째는 “모든 제품을 다 검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입니다. 실제로는 비슷한 레시피와 공정을 가진 제품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대표 제품 몇 개만 검사하는 ‘브리징’ 방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0개 SKU를 가진 업체도 30개 그룹으로 나누어 관리하면 분석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단, 그룹 정의(레시피ㆍ공정ㆍ포장ㆍ섭취량 동질성)와 보수계수(+10~30%)를 문서로 남겨야 방어가 됩니다.

네 번째는 “포장재는 상관없다”는 오해입니다. 파우치와 컵, 캔의 산소 차단성이 다르고, 헤드스페이스 부피도 다릅니다. 이런 차이들이 푸란 생성과 보존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컵 제품의 경우 헤드스페이스가 크고 구조상 산소 차단성 상대적으로 떨어져 파우치보다 푸란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 번째는 “소비자 사용법은 우리와 무관하다”는 생각입니다. 소비자가 전자레인지로 재가열하는지, 끓는 물에 데우는지에 따라 최종 노출량이 달라집니다. 심지어 한국인과 미국인의 국물 섭취 패턴이 다른 만큼, 시장별 섭취량 가정을 별도로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케이스 스터디: 미역국 노출 계산(보수계수 포함)
구체적인 계산 과정을 미역국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완제품에서 푸란을 측정합니다. FDA 공인법인 정적 헤드스페이스 GC-MS로 분석한 결과 28ppb가 나왔다고 가정해봅시다.

다음으로 실제 섭취량을 추정합니다. 미역국 한 팩이 300g이고,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번 먹는다고 하면, 일일 노출량은 28μg/kg × 0.3kg × 1회 = 8.4μg/day가 됩니다. 여기에 재가열이나 개인차를 고려한 보수계수 20%를 적용하면 최종 추정 노출량은 10.1μg/day가 됩니다.

문제는 푸란에 대한 공식적인 안전 기준(NSRL)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기업이 자체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합니다. 동종 제품의 문헌값, 국제기구의 평가 자료, 타사 공개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노출 계산식 = 제품 농도(µg/kg) × 1회 섭취량(kg) × 1일 섭취 횟수
예) 미역국 300 g, 28 ppb → 8.4 µg/day, 보수계수 1.2 적용 → 10.1 µg/day

푸란은 NSRL 미설정이므로 ‘기준 초과/이하’가 아닌, 문헌ㆍ업계 공개치ㆍ자사 시험을 묶은 내부 판단 기준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비용을 낮추는 관리법: 브리징ㆍ스팟 테스트의 설계
모든 제품을 매번 분석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연간 수천만 원의 분석 비용은 중소업체에게 큰 부담이죠.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똑똑한 관리법’입니다.

브리징 그룹은 레시피, 공정, 포장, 섭취량이 유사한 제품들을 하나로 묶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육수 베이스 파우치 제품 5개가 있다면 이를 하나의 그룹으로 보고 대표 제품 1개만 분석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룹핑의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팟 테스트는 이런 추정을 검증하는 안전장치입니다. 분기마다 각 그룹에서 1-2개 제품을 무작위로 선정해 실제 분석을 수행합니다. 만약 실측값이 추정값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나온다면 보수계수를 상향 조정하고, 반대의 경우 하향 조정을 검토합니다.

한 업체는 이 방법으로 80개 SKU를 15개 브리징 그룹으로 관리하면서 분석 비용을 60% 절감했습니다. 동시에 체계적인 모니터링으로 품질 관리 수준도 크게 향상시켰죠.

공정 개선 체크리스트: F₀, 탈기, 헤드스페이스, 급속 냉각
푸란 문제를 단순히 규제 대응 차원에서만 보면 큰 그림을 놓치게 됩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공정을 최적화하고 제품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개선점은 살균 프로파일 조정입니다. 많은 업체들이 안전마진을 과도하게 잡아 필요 이상으로 높은 온도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밀한 F₀ 계산을 통해 온도를 낮추고 시간을 조정하면 동일한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푸란 생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탈기 공정도 중요한 개선 포인트입니다. 충진 전에 진공 탈기를 강화하면 산소와 전구물질의 반응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헤드스페이스를 최소화하고 질소 치환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급속 냉각 시스템 도입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살균 후 빠른 냉각으로 잔류 반응을 차단하면 푸란뿐만 아니라 다른 열화 반응도 억제할 수 있어 전반적인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라벨ㆍ온라인 동기화: 물질 특정형 단문과 PDP/체크아웃 전 고지
요즘은 아마존, 이베이 등에서 한국 레토르트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온라인 판매에서도 오프라인과 동일한 수준의 경고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품 상세페이지(PDP)나 결제 전 단계(체크아웃 직전)에서 라벨과 동일 수준의 경고가 표시되어야 합니다.

많은 업체들이 온라인 판매를 중간 유통업체에 맡기다 보니, 정작 자신들의 제품이 어떻게 표시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법적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제품별로 필요한 경고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물질명, 엔드포인트, 적용 지역 등을 중앙에서 관리하고, 각 판매 채널에 일관되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미국식 대응 방식으로의 전환: 문서화 작성과 보관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서화입니다. 어떤 근거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명확하게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제품명, 분석 결과, 계산 과정, 의사결정 근거, 재검토 일정 등을 정리해두면 됩니다.

이 문서는 바이어 질의나 리테일 업체 심사, 심지어 켈리포니아에서 위반으로 소송이 발생했을 때도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반대로 이런 문서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 업체는 이런 문서화 시스템을 구축한 후, 대형 리테일 체인의 까다로운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심사관이 “이 정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업체는 처음 본다”며 감탄했다고 합니다.

‘그냥 붙이기’에서 ‘계산하고 붙이기’로
많은 업체들이 Prop 65를 단순한 규제 부담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품질 관리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푸란 문제를 통해 공정의 세부사항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며, 결과적으로는 더 안전하고 일관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레토르트 제품의 진정한 경쟁력은 “더 세게 끓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이해하고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푸란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과제입니다.

이제는 “그냥 경고문 붙이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진짜 품질 관리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 고민 끝에 만들어진 제품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편은 간장 제품류를 중심으로 3-MCPD/1,3-DCP (발효 vs 산분해 공정별 차별화 접근)를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