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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의 관세, 이민 정책, 기후 변화가 불러오는 식료품 가격 상승

곡산 2025. 10. 28. 07:32

[미국] 트럼프의 관세, 이민 정책, 기후 변화가 불러오는 식료품 가격 상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식료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그의 정책이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식품 경제학자들과 기업들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 인상, 이민 단속 강화,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 차질이 겹치면서 물가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0.6% 올라 최근 3년 사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7% 오른 수준이다.

식료품 가격은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물가다. 매주 장보기에 드는 비용은 가계가 경제를 어떻게 인식하는 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식료품비를 주요 생활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은 장을 보는 장소나 구매 품목을 조정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쿠폰을 다시 내놓는 등 다양한 판촉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미시간주립대학교의 식품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르테가(David Ortega)는 식료품 가격은 소비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이며 정치적으로도 뜨거운 쟁점이기에 지난 선거에서도 많은 유권자들이 식료품값을 낮출 후보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격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품목으로 이민자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산 과일과 채소, 그리고 해외에서만 재배되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커피, 바나나 등 수입 농산물을 꼽았다.

예일대학교 산하 예산 연구소(Budget Lab)은 관세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단기적으로 식품 가격이 3.4%, 장기적으로는 2.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로 미국의 실질 평균 관세율은 1935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Kush Desai)는 한 달치 데이터만으로는 추세를 단정할 수 없으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보다 둔화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 없는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미국의 장기적 재건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정에서 커피와 바나나 같은 품목에 대한 관세 예외 조항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들이 가장 큰 폭의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지난달 커피 가격은 3.6% 상승하며 2011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커피 가격은 이미 20.9% 뛰어올라 연간 기준으로도 기록적인 수준이다. 미국은 대부분의 커피를 브라질에서 수입하는데, 브라질산 커피에는 지난달부터 5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커피뿐 아니라 신선 과일, 채소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신선 과일의 60%, 신선 채소의 38%가 수입산이다. 이들 품목들은 일제히 강한 가격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멕시코산 신선 토마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약 30년 된 무역협정이 7월 만료되면서 멕시코산 토마토에는 17%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고, 지난 달 토마토 가격은 4.5%나 올랐다.

또한 불법 체류 노동자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 농업 생산 구조 역시 식품 가격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 농무부 조사에 따르면 농장 노동자 중 불법 체류 이민자의 비율은 42%에 달한다. 이는 곧 현장 단속을 포함한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가 식품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의미한다. 올해 1월 이후 외국 출신 노동자 120만 명이 노동시장(노동력)에서 이탈했으며, 농업 부문 고용은 3월에서 7월 사이 6.5% 감소해 약 15만5,000명의 인력이 줄었다. 이는 최근 2년간의 성장세를 완전히 뒤집는 수치다. 터프츠 대학교의 윌리엄 마스터스(William Masters) 교수는 이민 노동자 감소가 식품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이민 노동자가 줄어들면 노동 비용 상승을 일으킬 것이며 연쇄적으로 식품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만이 가격 상승을 이끈 요인은 아니다. 기후 변화 역시 식료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렌지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해 연간 기준 5.2% 가격이 상승하였다. 쇠고기 역시 연간 13.9% 상승하였다. 이는 가뭄과 도축, 가공업체 폐쇄로 인해 사육두수가 줄어든 데 따른다. 미국농업연맹에 따르면 현재 소 사육 두수는 7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식료품 유통업체들에 따르면 식료품 공급 비용이 오르면서 소비자 계층이 소득 수준에 따라 양극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고소득층은 여전히 프리미엄 식품과 재료를 구매하지만, 저소득층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보는 횟수를 늘리고 한 번에 사는 양을 줄이며, PB(자사 브랜드) 제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 외식도 줄이는 추세다.

여기에 SNAP(푸드 스탬프) 축소까지 예고돼 저소득층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추진 중인 ‘One Big Beautiful Bill Act’는 SNAP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삭감을 포함하고 있으며, 약 400만 명이 매달 일부 또는 전부의 혜택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로거(Kroger)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종이 쿠폰을 부활시키고 있다. 이 회사는 2023년 일부 종이 쿠폰을 중단했지만,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소비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크로거의 론 사전트(Ron Sargent) CEO는 600달러짜리 아이폰이 없는 고객들에게도 접근할 수 있도록 쿠폰 정책을 다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참조:

Trump’s tariffs, deportations and climate change are making groceries more expensive

https://edition.cnn.com/2025/09/20/business/grocery-store-prices-kroger-coupons

 


문의 : LA지사 박지혜(jessiep@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