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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원두’…커피업계 우려 현실되나?

곡산 2025. 9. 9. 21:21
심상치 않은 ‘원두’…커피업계 우려 현실되나?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9.09 07:56

원두 가격 급등 장기화…작황 부진에 미국 고율 관세 변동성 키워
정부 수입관세 인하 조치 연말 종료…부담 가중
전문점 이어 커피음료·인스턴트도 출고가 인상
코카콜라 ‘코스타 커피’ 매각 검토…세계적 타격
수입 구조 다변화 병행 스마트팜 재배 등 연구를

'커피 공화국' 대한민국의 커피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후 변화로 인한 전례 없는 원두 가격 급등세가 장기화되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부담 가중도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지들의 작황 부진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국내 커피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매일 아침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점심 식사 후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것이 당연했던 일상. 원두 가격 급등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커피 한 잔의 여유가 큰 부담이자 사치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원두 가격 파동의 시작은 지난해 브라질과 베트남을 덮친 악천후였다. 아라비카 원두의 최대 생산지 브라질은 작년 7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과 기습적인 서리(냉해)로 커피 농사가 직격탄을 맞았다. 인스턴트 커피 등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의 최대 생산국 베트남 역시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며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주요 커피 산지가 피해를 입으면서 작황이 부진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으로 돌아와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지난달 초에만 해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미국 정부가 브라질산 원두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 8월 한달만에 30% 뛰었다.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지면 2014년 이후 최대 월간 상승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비록 한국에 직접 적용되는 관세는 아니지만,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인 미국의 정책 변화는 국제 원두 가격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원두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한국 시장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한국의 브라질·베트남산 커피 수입량은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기후 위기로 브라질과 베트남 등 주요 생산지의 작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관세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커피값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정부의 커피 원두 수입 관세 인하 조치도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어서 커피업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물가 안정을 위해 생두와 원두에 적용하던 관세율을 0%로 낮췄지만, 이 혜택이 사라지면 내년부터는 다시 2%의 관세가 부과된다.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한 커피업계의 가격 인상은 이제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올해 초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전문점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이제는 '국민 커피'로 불리는 커피믹스 시장까지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한 커피업계의 가격 인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2022년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주요 커피 전문점들이 가격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까지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최근의 원두 가격 급등세가 계속될 경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커피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메리카노 등 원두 음료의 가격이 200~500원 가량 올랐다.

뿐만 아니라 인스턴트 커피 업체들도 지난 수개월간 7~8%씩 출고가를 인상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최근 3년간 네 차례에 걸쳐 주요 커피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식품은 2022년 1월 인스턴트커피 및 커피믹스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9.8% 추가 인상에 나섰다. 이후 2023년 11월에는 평균 8.9%, 2025년 5월에는 7.7%를 각각 올리며 3년간 총 네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동서식품은 대선 나흘 전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올렸다. 6개월 새 두 차례의 가격 인상으로 맥심 커피믹스 가격은 거의 20% 뛰었다.

회사 측은 이번 5월 가격 인상 발표 당시 아라비카, 로부스타 등 커피 원두 가격이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해 원가 압박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동서식품의 원재료 부담액은 8387억 원으로 전년보다 3.6% 많았다.

남양유업도 작년 말 ‘프렌치카페’ 커피믹스의 가격을 14.9% 올렸고, 매일유업 또한 커피음료 ‘바리스타 룰스(250㎖)’의 가격을 3.6% 인상하기도.

상황이 악화되자 글로벌 기업들마저 사업 재편을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슬레는 올해 상반기에 시행한 광범위한 가격 인상에 이어 하반기에도 초콜릿바와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발표했다. 코카콜라는 2018년 인수한 영국계 커피 체인 '코스타 커피'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급등한 원두 가격과 고급 스페셜티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는 원두 가격 상승이 단순히 커피값 인상을 넘어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가격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선물(先物) 계약으로 확보해 둔 물량이 소진되는 하반기부터는 원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추가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 충분한 상황이라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원두값이 1% 오를 때 소비자 커피 가격은 1년 반에서 2년새 0.2% 추가 인상이 이뤄지는 비연동 구조를 보인다는 것. 원가 인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시장 가격 인상 효과도 시차를 두고 줄줄이 반영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만큼, 특정 국가에 편중된 현재의 커피 원두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국내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한 커피 재배 연구 등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