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⑦ 하늘길 열리자 '기내식' 사업 훨훨..아워홈 승부수 통했다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4.09.11 16:34
내수 불황과 K푸드 열풍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사업 현황을 점검합니다.

지난 2018년 ‘하코(HACOR)' 인수로 기내식 시장에 뛰어든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이 엔데믹으로 인한 여행 수요 증가로 해외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중심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창사 이후 첫 인수합병(M&A)을 진행한 아워홈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故) 구자학 선대회장의 막내딸 구지은 전 부회장이 올해 초 세운 글로벌 사업 목표가 남매 간 경영권 분쟁 이후 신임 대표이사에 오른 구미현 회장 체제에서 이뤄질지 주목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아워홈의 미국 시장 매출은 927억원으로 전년(652억원)보다 42% 성장했다. 2018년 아워홈이 미국에 진출한 후 사상 최대 실적이다. 미국, 중국, 베트남, 폴란드 등을 포함한 글로벌 전체 매출은 같은 기간 13% 성장한 2172억원이며, 미국 시장이 전체 매출의 42.6%를 점유했다. 글로벌이 전체 아워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다.
아워홈의 미국 사업 성장은 2018년 7월 인수한 항공기 기내식 서비스 업체 하코의 성과 덕분이다. 지난해 하코 연매출은 870억원으로 2022년 대비 40%, 2021년 대비 256% 신장했다. 팬데믹으로 2020년 미국 사업 매출이 260억원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실적이 빠르게 회복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워홈은 “엔데믹 이후 항공·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하코의 실적이 빠르게 정상화됐고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워홈과 하코의 시너지
하코 인수는 구 선대회장의 주요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아워홈에 따르면 구 선대회장은 생전 하코 인수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사업 다각화에 앞장섰다. 또 식품회사가 기내식 업체를 직접 인수한 일은 드문 데다 아워홈은 2000년 창사 이래 M&A를 시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글로벌 기내식 시장을 공략하고 미주 시장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 한진중공업홀딩스로부터 하코를 980억원에 사들였다. 미국 사업 진출 직후인 2019년 하코는 연간 721억원의 매출을 내며 사업이 호조를 보였다.
아워홈과 하코의 시너지는 기내식 개발에서 두드러졌다. 하코가 싱가포르, 일본, 튀르키예 등 10개국 이상의 글로벌 항공사에 기내식을 제공하는 가운데 아워홈이 항공사 승객의 국적 및 취향별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면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종합식음 서비스 기업인 아워홈은 20년 넘게 단체급식 중심으로 업력을 쌓아왔고, 현재 2만여개의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다. 하코는 이러한 아워홈의 식품개발 능력을 활용해 K푸드뿐 아니라 양식, 중식, 할랄 음식 등으로 기내식 메뉴를 확장할 수 있었다.
아워홈 측은 “우리 회사는 기내식 조리 관련 전문인력을 보유해 항공사의 식음 니즈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실제 항공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 세계 기내식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면서 하코의 사업 전망은 매우 밝다.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글로벌 기내식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336억달러(약 44조9836억원)에서 오는 2031년에는 474억3000만달러(약 63조499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4.4%로 예상된다. 항공여행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항공기 시장도 같은 기간 연평균 5.6% 성장해 2028년에는 3082억4000만달러(약 412조671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분쟁 딛고 글로벌 목표 정조준

기내식 사업은 신규 진입이 어려워 기존 업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크다. 항공기 내부는 음식 관련 사고에 즉각 대응할 수 없는 환경이라 높은 위생 수준과 운영 역량이 요구된다. 엄격한 보건당국 및 항공사의 보안기준도 통과해야 한다. 국내 식품회사 중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가 각각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과 협업해 기내식 시장에 진출했지만, 제품 공동개발 및 자사 브랜드 납품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코를 자회사로 두고 기내식 시장에 일찍 진출한 아워홈이 메리트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에 따르면 하코는 대부분 고객사와 10년 이상, 길게는 35년간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하코는 기내식뿐 아니라 화물항공, 항공 라운지 등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해 사업이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장기여행객이 많아지면서 가격뿐 아니라 기내식 품질도 차별화 요소로 자리잡았다”며 “항공사들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내식에 신경을 쓰고 있어 기내식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아워홈의 가정간편식(HMR) 사업과 기내식 사업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된다. 기내식에서 인기 있는 메뉴를 HMR 형태로 출시하면 신제품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아워홈은 200여가지 HMR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안산에 연면적 3만3384㎡ 규모의 HMR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내식 사업 호조에 힘입어 아워홈이 글로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올해 아워홈의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 5월 시작된 경영권 분쟁 이후 선대회장의 장녀 구미현 회장이 8월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일각에서는 구 전 부회장 부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사업은 구 전 부회장이 3년간 가장 힘써온 분야이기 때문이다. 아워홈 측은 경영권 변동에도 핵심 사업전략을 유지하며 꾸준히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워홈의 글로벌 사업 매출 성장률은 2022년 57.5%, 2023년 13.1%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베트남, 미국, 폴란드에서 매출이 늘기는 했지만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 필요하다.
아워홈 관계자는 “하코만의 강점을 활용해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며 실적 상승 폭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외 단체급식 사업뿐 아니라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제품 수출도 활성화하기 위해 해외 식품박람회 등에 적극 참가해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 채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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