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7.28 09:10
개인 정밀 의료 시대 맞춤형 시스템 마련해야
정세영 교수, 치주·구강 건강 등 4 가지 확장 제안
강일준 미래포럼 회장 “산업 발전 계기 되길”
정명수 건기식협회장 “글로벌 규제 조화 절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글로벌 규제 조화'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한자리에 모였다.
23일 경기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건강기능식품미래포럼 주최(후원: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로 열린 '제10회 건강기능식품미래포럼 정책세미나'에서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글로벌 규제 조화'를 주제로 산업계와 의학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희정 상명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글로벌에서 로컬로: 해외 기능성 원료의 국내 활용 확대 방안'을 통해 경직된 규제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세계 기능성 원료 시장이 2033년 375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히 아슈와간다, 엘더베리, 퀘르세틴 등 식물성 원료(Botanicals)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서두를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달리 국내에서는 해당 원료들이 의약품으로 분류되거나 사용이 제한돼 있어 소비자들이 필요에 따라 해외 직구에 의존하거나 정식 기능성을 인정받지 못한 일반 식품으로 대체 섭취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수요 변화가 해외 원료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관절 건강 등 물리적 신체 건강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수면의 질’과 ‘안정·휴식’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다. 상담을 오는 학생들의 30% 이상은 정신과 진료 경험이 있지만, 처방받은 약 대신 해외 직구를 통해 대체재를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러한 정신 건강 관리 수요가 해외 기능성 원료 소비로 직접 연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멜라토닌'을 들었다. 박 교수는 "해외에서는 0.5~10mg까지 다양한 용량의 멜라토닌 제품이 수면 보조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으로 폭넓게 유통되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묶여있다"며 "이로 인해 최근 '식물성 멜라토닌' 등을 표방한 일반 식품이 등장하는 등 소비자들이 음성적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외에도 CBD, 요힘베, 빈포세틴 등 수많은 유용 원료가 국내에서는 '의약품'이라는 장벽에 막혀 잠자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멜라토닌, 5-HTP, CBD 등은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분류되거나 사용이 금지됐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직구를 통해 쉽게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기보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내에서 양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미국 FDA가 업계의 청원을 받아들여 'NAC' 원료를 다시 식이보충제로 허용한 사례를 들어 우리 정부 역시 경직된 규제에서 벗어나 유연한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규제 중심 접근보다는 기능성 원료의 과학적 근거 확보 및 제도적 정비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국내 활용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의학계 관점에서의 기능성 표시 확대 적용 제언'을 주제로 발표한 오상우 동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질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오 교수는 "만성질환과 관련된 유용한 연구 결과가 있어도 현재의 제도에서는 기능성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의학계는 무작위 비교임상시험(RCT) 외에도 메타분석, 관찰연구 등 폭넓은 과학적 근거(Evidence-Based Medicine)를 활용해 질병 위험요인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 교수는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맞아 기능성 표시 역시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자와 각종 생체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정밀영양’과 ‘맞춤형 의료’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며 “이제는 개인의 유전자, 어제의 식단과 수면 패턴까지 분석해 ‘당신에게는 이 기능성 성분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시대가 왔다”며, 건강기능식품 산업 역시 이러한 개인 맞춤형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새로운 접근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제는 획일적인 기능성 표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동일한 제품이라도 개인의 유전자, 장내 미생물, 건강 상태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장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혈중 지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다르게 기능을 제시하는 개인 맞춤형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또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된 실사용데이터(RWE)를 기능성 평가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궁극적으로 기능성 표시는 단순한 제품 특성의 홍보를 넘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의 일환으로 기능해야 한다. AI와 정밀의료라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진정한 개인 맞춤형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의학계와 규제당국, 산업계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며, 과학적 신뢰성과 소비자 보호를 기반으로 개인 중심의 건강 증진이라는 정밀의료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세영 전북대학교 석좌교수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표시의 역사와 미래 확장 방안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사회 변화에 따라 치아, 눈, 관절 건강 및 남성 갱년기 건강 등 기능성의 범위가 꾸준히 확장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해외 시장의 동향으로 △여성 건강의 세분화 △팬데믹 이후 급증한 정신 건강 및 스트레스 완화 수요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함께 다루는 ‘액티브 뉴트리션’ 등을 핵심 트렌드로 꼽았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국내 기능성 범위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확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 교수는 현재 식약처 용역과제를 통해 검토 중인 네 가지 신규 기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제안된 기능성은 △약이 없는 ‘건성 황반변성’ 관리를 위한 눈 건강 △노화에 따른 치아 상실의 주원인인 ‘치주인대’ 강화를 위한 잇몸 건강 △천만 명 이상이 겪는 ‘구강 건조’ 개선 △삶의 질과 직결되는 ‘손·발톱 건강’이다. 그는 이 네 가지 기능성이 시장 수요와 보건학적 필요성이 충분한 만큼,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 론

안전·기능성 검증된 추출물은 원료로 인정해야
해외 사용 원료 선도입·새 기전 성분 추가 인정도
식약처 “정부도 고민…안전성 논의 프로세스 검토”
종합토론에서는 참석자들이 국내 건기식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토론에서는 국내 건기식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열띤 논의가 이어졌으며, 산업의 도약을 위해 더 이상 규제 개선을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강대진 고려대 교수는 “해외에서 널리 쓰이는 원료를 국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는 법 자체가 아닌 운영의 문제이다. 의약품으로 쓰이는 특정 ‘성분’과 그 성분이 포함된 ‘추출물’은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안전성과 기능성이 검증된 추출물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하는 유연한 해석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인삼공사 주계종 실장은 “일반 식품이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과대광고를 하며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불필요한 마케팅 경쟁을 하게 되므로 일반 식품 광고에 대한 명확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또 해외 수출 시 홍삼이 나라마다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등 규제가 달라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종근당건강 장은영 이사는 “해외에선 활발히 쓰이지만 국내에선 금지된 원료(NMN, HMO 등)는 해외 기관의 인정 기준을 따라 선도입 후검증 같은 유연한 승인이 필요하다. 특정 마그네슘처럼 해외에서 새로운 기능이 입증된 영양소나, GLP-1처럼 새로운 기전이 밝혀진 성분에 대해서도 기능성을 추가 인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이사장은 “해외 기능성 원료 도입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해외 사례만으로 안전성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기능성 원료 도입 시 유연성은 확보하되, 반드시 한국인 대상의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부작용 사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임창근 과장은 “멜라토닌처럼 해외 직구는 막고 일반 식품은 허용하는 모순에 대한 민원을 인지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 의약품 성분이라고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관련 단체들과 함께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크게 공감하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사말을 통해 강일준 건강기능식품미래포럼 회장은 “최근 우리 산업이 내수 시장 중심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에 와 있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으며, 이제는 해외로 수출 판로를 넓혀 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됐다. 실제로 건강기능식품 수출액이 작년 대비 17.3% 성장하는 등 추세를 볼 때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국내 규정들이 글로벌 기준과 조화를 이루는 유연성을 갖추고, 우리 산업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명수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장은 축사에서 “지난해 협회는 ‘K-헬스 웨이브’라는 산업의 중장기적 비전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는 글로벌 도약과 전략적 육성이라는 발전 철학을 담고 있다. K-팝, K-푸드에 이어 세계는 K-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을 갖게 될 것. 이 기회를 잡아 글로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에 맞는 제도와 과학적 신뢰성, 국가 간 상호 호환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글로벌 규제 조화’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협회도 산업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식품전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획특집-꿀등급제] ① “등급이 말해주는 국산꿀의 진짜 가치, 이제 확인하고 선택하세요.” (4) | 2025.07.29 |
|---|---|
| [분석] 한식산업, 전통은 줄고 제조는 뜬다…2024 이중 풍경 (0) | 2025.07.29 |
| 기후 변화 인한 ‘헤징 푸드’ 식품 패러다임 바꾼다 (1) | 2025.07.27 |
| 성장 주춤해도 ‘푸드테크’는 여전한 미래 기회 (3) | 2025.07.27 |
| 기후위기에 식품 원료 공급 위기…지속가능 농업 기반 식품산업 패러다임 전환 긴요 (1) | 2025.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