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급식은 산업이다…새 정부 공약에서 본 정책적 시사점-함선옥 교수의 급식·외식 인사이트(5)

곡산 2025. 6. 19. 07:35
급식은 산업이다…새 정부 공약에서 본 정책적 시사점-함선옥 교수의 급식·외식 인사이트(5)
  •  함선옥 교수
  •  승인 2025.06.16 07:45

식품·외식·급식, 식생활·신산업 육성 등 8개 과제 분포
식품 국가 브랜드화 전략 불구 합리적 의견 수렴 필요
급식을 복지 정책의 일부로 인식…산업적 성격 조명 미흡
지속 가능한 급식 성장 위해 정책·산업적 육성 뒤따라야
공공·민간 급식 보완 관계…동반 발전 때 선진국 수준 도약
△함선옥 교수(연세대 식품영양학과·한국급식학회 회장)

2025년 6월 4일, 새 정부가 출범하였다. 이번 정부의 정책공약집은 정부 기관, 공공기관, 학계 및 연구자들에게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정부 기관은 공약을 실행하는 주체로서 정책공약집을 전략의 근간으로 삼고, 연구자들은 이를 분석해 미래 과제를 도출하며, 학회는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설정하게 된다.

이번 공약집은 ‘회복’, ‘성장’, ‘행복’이라는 3대 비전을 바탕으로, 총 15개의 핵심 정책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식품과 외식, 급식 분야는 국민 생활 안전, 신산업 육성, 성장 기반 구축, 공정 경제, 국가 균형발전, 생활 안정, 생활비 절감, 돌봄 등 총 8개 정책 과제에 걸쳐 폭넓게 배치되어 있다. 이는 식문화 전반이 국민 삶의 질은 물론, 국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중요한 정책 영역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점이다.

필자는 이번 공약집에 포함된 식품·외식·급식 관련 정책을 면밀히 분석했다. 산업 육성, 예산 확대, 수출 강화, 신성장 동력 창출, 소득 증대, 시스템 구축, 사각지대 해소, 식생활 지원, 식습관 개선, 소비 확대 등 다양한 실행 수단이 제시되어 있으며, 급식, K-Food, 배달, 음식문화, 미래 농산업, 5대 유망식품, 전통식품, 쌀, 수산식품, 로컬푸드, GMO, 아침밥, 농식품바우처, 학교급식, 군 급식 등이 구체적 정책 대상으로 포함되었다.

내수 확대와 수출 지원을 아우르는 ‘K-’ 전략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K-콘텐츠, K-푸드, K-Seafood 등의 용어는 식품산업의 국가 브랜드화 및 글로벌 확장 의지를 담고 있다. 수혜 대상 역시 학생, 교사, 중소기업, 농어촌 주민, 청년, 산업단지 근로자, 임산부, 초등학생, 영유아, 취약계층 등으로 폭넓게 설정되어 있으며, ‘생활비 절감 대책’ 정책과제 내 ‘국민의 밥상’, ‘국가가 책임지는’이라는 표현은 소득과 무관하게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강한 정책 의지를 보여준다.

정책 전체 흐름을 보면, 국민 식생활의 안정성과 질적 향상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식량안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명시하고, 먹거리 기본권 보장, 식량 자급 확대, 건강한 식습관 정착, 식생활 돌봄 강화 등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모든 과제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급식과 외식은 정책 설계와 연구 접근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갖는다. 급식은 정책과 제도, 예산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며, 공공성과 제도적 연속성 위에서 현장을 해석해야 한다. 실제로 공약집 내 급식 관련 서술은 외식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학교급식 안전 강화, 지역별 급식비 격차 해소, 군 급식 제도 개선 등 현실적인 과제가 제시되어 있다.

외식 영역은 ‘공정 경제’ 항목에서 간략히 다뤄졌으며, ‘모두가 행복한 배달 문화 구축’이라는 세부 과제를 통해 수수료 갈등과 플랫폼-가맹점 간 구조 개선 의지를 드러낸다.

대통령 선거 공약집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 종합물이다. 급식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실행 범위와 강도 조정에 무게를 둔 설계로 보이며, 획기적 전환보다는 실현 가능성 중심의 안정적인 정책 접근이 주를 이룬다.

필자가 수행한 다양한 정책 과제 및 산업 현장 연구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향후 보완 과제로는 급식 단가 구조의 합리화, 공공 급식의 공공성 회복, 수혜 범위 재설계,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적 의견 수렴 등 정교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공약집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급식을 여전히 복지정책의 일부로만 인식하고 있으며, 급식이 갖는 산업적 성격과 파급력은 여전히 정책적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통해 고도성장을 이뤘고, 그 결실이 오늘날의 K-Food, K-Pop, K-Drama 등 K-Culture로 이어졌으나, 급식산업은 그 근간임에도 정책적 논의에서 소외되어 있다.

급식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정책적 접근과 산업적 육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난 6월 11일,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사)한국급식학회는 ‘서울푸드 2025’ 후원으로 ‘급식테크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전 세계 1,400여 개 식품 산업체가 참여한 킨텍스에서 열린 글로벌 식품 박람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기술 공급사와 급식 운영 기업이 발제자와 패널로 참여해 현장의 기술 수요와 공급 현실을 공유하는 산·학·현장의 연계 모델을 제시했다.

국민의 1/3이 매일 급식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고령화, 맞벌이 증가, 복지 체계 변화 등 사회 구조의 흐름에 따라 급식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며, 급식산업이 발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테크 기반 솔루션이 고도화될수록, 국가 산업의 전반적 경쟁력 또한 상승할 것이다. 특히 급식테크 산업은 내수에 머물지 않고 수출 가능한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민간 급식의 기술과 운영 시스템은 공공 급식의 품질 개선에 기여하고 있으며, 공공 급식의 확대는 다시 민간 급식의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는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상호보완적 구조로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급식 관련 주요 부처로는 농림축산식품부, 식약처, 교육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이 있으며, 학계는 이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객관성과 정당성을 갖춘 정책 기반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실행력을 확보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산업의 지속 성장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

공공 급식과 민간 급식이 함께 발전할 때, 우리나라 급식 환경은 비로소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 특히 민간 급식의 산업적 성장이야말로 공공 급식의 질적 고도화를 실질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열쇠다.

새 정부는 공공 급식 확대를 넘어, 급식을 산업으로 인식하고 그 성장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