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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산업 침체 지속 현상과 한국 주류 진출의 기회 마련

곡산 2025. 5. 29. 07:13

[프랑스] 와인 산업 침체 지속 현상과 한국 주류 진출의 기회 마련

 와인 종주국 프랑스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국 중 하나로 본토 전역에 산지가 분포되어 있다. 남서부의 보르도(Bordeaux)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든 레드 와인이, 동부 부르고뉴(Bourgogne)는 피노 누아(Pinot Noir)로 만든 레드 와인과 샤르도네(Chardonnay)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유명하다. 북동부 샹파뉴(Champagne)는 샴페인의 원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 모든 산지가 오랜 전통과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의 대표적 산업인 와인이 최근 전 세계적 침체기를 겪고 있다.

 

 

 소비량 감소

 



먼저 와인 소비는 명확한 감소 추세에 들어갔다. 2024년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은 전년 대비 3.3% 감소해 1961(213.6mhl; 백만 헥토리터; 1헥토리터는 100리터)과 비슷한 수준인 214.2mhl에 도달했다. 세계 2위 와인 소비국인 프랑스도 2017(28.63mhl) 이후 팬데믹 완화 시기 소폭 반등을 거쳐 2024 22.96mhl까지 떨어졌다. 최근 5개년 평균보다 낮은 수치다. 전 세계 와인 소비 상위 20개국 중 15개국이 소비 감소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는 로제, 화이트 와인에 비해 레드 와인의 소비 감소가 두드러진다. 레드 와인 시장 규모는 2017 5.1mhl에서 2023 3.5mhl로 줄어들었다. 전국농민연맹(FNSEA) 부회장 Jérôme Despey에 따르면 주요 레드 와인 생산지를 위주로 4-5mhl의 와인이 팔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원인은 복합적으로 분석된다. 먼저 시장 전반의 물가 상승과 함께 와인의 평균 가격이 상승했다. 시장 조사 기관 Kantar에 따르면 프랑스 내에서 판매되는 리터당 와인 평균 가격은 SIG(sans indication géographique; 지리적 표시 없음) 와인의 경우 2017 1.7유로에서 2022 2.92유로로, AOP(appellation d’origine protégée; 원산지 명칭 보호) 와인의 경우 2017 3.9유로에서 2022 7.5유로로 각각 5년새 1.7, 1.9배 뛰었다. 전통적으로 와인은 가격 탄력성이 낮으며 가격과 품질이 비례한다는 인식이 강한 품목이나, 최근 경제적인 이유로 위생 용품 사용까지 줄이고 있는 프랑스 소비자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경제적 측면 외에 사회적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알코올 소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1960년 대비 현재 프랑스의 알코올 소비는 60% 감소했으며, 맥주(18%), 증류주(9%)에 비해 와인(70%)의 감소폭이 크다. 최근 프랑스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37%는 와인을 아예 마시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와인보다 다른 주류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3월 프랑스 언론 르몽드(Le Monde)와의 인터뷰에서 와인 회사 AdVini 회장 Antoine Leccia는 프랑스인들이 식전주(apéritif)로 와인보다 맥주나 칵테일을 고르는 추세라고 밝혔다. 프랑스 와인 생산자 협동 조합장 Joël Boueilh는 최근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기쁠 때 주로 마시는 와인의 소비 축소에 일조했을 것이라 진단했다. 르몽드는 와인이 보통 전통적인 음식과 함께 마시는 주류임을 짚으면서 갈수록 패스트푸드나 캐주얼한 외식의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와인을 찾는 사람도 줄어가는 것이라 분석했다. 맥주나 증류주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층을 확대해 나가는 것과 달리, 와인 업계는 홍보에 인색한 것도 지적되었다.

 

 

 생산량 감소

 



와인 생산은 지난 20여 년간 등락을 반복해 왔지만 최근 우려할 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은 225.8mhl, 2023년 대비 4.8% 감소한 수치이다. 1961 219mhl를 기록한 이후 60여 년 만에 최저치이기도 하다. 세계 2위 생산국인 프랑스는 2023 47.15mhl에서 2024 36.05mhl 23.5% 대폭 감소했다. 1957 32.5mhl 이후 최저치이다.

 



연속된 이상 기후만이 생산량 감소의 원인은 아니다. 소비량 감소와 맞물려 생산지 면적도 4년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포도밭 면적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7.1mha(백만 헥타르)로 추산된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포도밭 면적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도 전년 대비 0.7%의 포도밭이 사라졌다. 프랑스 정부는 팔리지 못한 와인을 공업용 알코올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출 불안

 



프랑스 와인의 소비와 생산이 모두 하락세를 띠는 가운데, 수출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프랑스 와인의 주요 수입국인 만큼, 와인은 최근 미국의 상호 관세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프랑스 와인 회사 AdVini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으로 인해 2024 12월부터 2025 3월 사이에만 일 년 수출량의 절반에 달하는 물량을 이미 수출했다고 전했다. 지난 5 23일 트럼프는 EU 6 1일부터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가 이틀 만에 적용 시기를 7 9일로 연장했다. 4월 미국의 상호 관세 정책 발표 이후 합의에 도달한 국가는 영국뿐이기에, EU와의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프랑스 와인은 이미 2019년 보잉과 에어버스의 WTO 소송으로 촉발된 미국과 EU의 갈등으로 인해 최고 25%의 보복 관세가 매겨진 전적이 있다.

 



한편 프랑스 와인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수입량 감소도 눈에 띈다. 중국은 2019 125mhl에서 2024 42mhl로 수입량이 1/3배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중국의 자체 생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와인 생산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위도가 프랑스의 보르도와 비슷한 중국 중북부 허란산 일대를 와인 특구로 조성해 대규모 와인 생산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시사점

 

전 세계적 와인 산업 불황과 더불어 프랑스 와인 산업도 명확한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상 기후와 병충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 경제 불황으로 인한 와인 소비 위축, 와인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층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누적된 결과이다. 전통적인 와인 생산자들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점이다. 프랑스 와인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한국 전통주 등 주류 품목의 프랑스 진출은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주류 시장에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층들이 등장하면서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한국의 막걸리, 소주, 약주 등 전통주가 신선한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프랑스 주류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프리미엄-캐주얼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프리미엄 전략의 경우 고급 레스토랑, 전문가 등 정통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페어링, 미식행사를 통해 고급 전통주를 홍보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캐주얼 전략의 경우 트렌드에 민감한 MZ 세대를 타겟으로 과일향 저도주, RTD 형태의 주류 품목을 팝업스토어, 숏폼 및 한류 컨텐츠를 활용하여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와인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의 부재가 지적된 만큼, 한국 주류 업체의 유럽 현지 시장 진출에 있어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역시 중요한 축으로 보인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3/04/06/GTBVTHL4ZVDHTILOV5KHRSOXXA/

https://www.euronews.com/green/2024/04/26/worst-wine-harvest-in-62-years-blamed-on-extreme-weather-and-climate-change

https://www.franceagrimer.fr/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99574.html

https://www.khan.co.kr/article/201910031307001

https://www.lemonde.fr/economie/article/2024/08/02/la-chute-de-consommation-de-vin-redessine-le-paysage-viticole-francais_6264719_3234.html

https://www.lemonde.fr/en/france/article/2025/02/11/french-wine-exports-fall-as-sector-worries-over-trade-tensions_6738031_7.html

https://www.oiv.int/

https://www.prefectures-regions.gouv.fr/nouvelle-aquitaine/Actualites/Plan-d-arrachage-de-la-vigne-ouverture-d-un-nouveau-dispositif-national-d-aide


문의 : 파리지사 나예영(itsme@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