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05.26 07:55
식품 기업 사용량 증가 불구 물량 40% 그쳐
맛 좌우하는 재료…수입산으로 변경 쉽지 않아
정부 주도 공급 확대 방안 조속한 실현 바라
국내 유일의 정제염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한주소금의 일방적 가격 조정이 식품업계 공분을 사고 있다.
올 1월 말 한주소금은 각 식품 관련 협·단체에 공문을 발송했다. 작년 3월 용해 정제염 공장을 준공하고 본소금 플러스(국내+호주산) 제품을 출시해 안정적 공급을 위해 매진하고 있으나 원염(호주산 천일염) 구입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 에너지 비용 및 수선유지비의 증가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으로 판매가격을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국내산 소금인 ‘본소금’은 8.5%, 국내산과 호주산 혼합의 ‘본소금플러스’는 17% 각각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식품산업협회는 회원사인 한주소금과 중재를 시도했지만 한주소금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협회 회원사까지 탈퇴했다는 것이 협회 관계자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독과점 형태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한주소금은 설비 보수 등의 이유로 공급량을 제한했으며, 작년 4월부터는 공급 상황 악화라며 발주요청일을 훌쩍 지나 납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마저도 식품대기업 위주로 납품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부족한 물량을 나눠쓰는 형태였다. 실제 한 대기업 OEM 업체의 경우 정제염 공급 부족으로 발주처인 대기업에 정제염을 납품 요청하는 일까지 발생했는데, 업계 의견을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독과점이라는 지위를 앞세운 횡포에 가까우며 아무리 민간기업이지만 정부의 기능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는 기존 사용하던 천일염 사용이 줄고 정제염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천일염의 경우 고령화, 태양광발전단지로 전환 등에 의한 국내 염전 감소로 천일염 생산이 줄어들면서 천일염 가격이 급등했다. 실제 천일염 생산량은 2018년 28만톤에서 2022년 26만톤을 감소했고, 가격은 2019년 kg당 190원하던 것에서 2023년에는 kg당 1535원으로 급등했다.
천일염은 염화나트륨 함량이 정제염보다 낮은 대신 칼슘, 마그네슘, 칼륨, 철분 등 다양한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자연 소금이어서 제품의 맛을 결정하는데 있어 정제염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이물 등의 안전문제와 생산자마다 품질편차가 크다는 단점도 크다.
반면 정제염은 이온교환막을 이용해 염화나트륨을 농축해 만든 소금으로, 불순물이 없어 맛을 조절하기 좋고, 가격도 천일염의 4분의 1 수준인 kg당 388원(2023년 기준)이어서 식품업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정제염 생산공장은 한주소금이 유일하다. 문제는 생산공장 노후화 등으로 생산량이 지속 감소해 국산 정제염 수급 불안 현상이 지속 발생한다는 점이다.
설립 당시(1979년) 생산능력은 20만톤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매년 100억 원 정도의 유지보수비를 들이면서 17만톤 수준을 유지하고 잇다. 일 평균 생산량(약 450톤)은 식품기업 요구량(약 1100톤)의 40%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급 어려움으로 중국산 정제염이나 호주산 천일염(추가 정제 필요) 사용을 늘리고 있지만 중국산 정제염의 경우 고결 방지를 위해 페로시안화칼륨을 첨가 및 소비자들의 중국산 원료 기피 현상 등으로 사용량이 적다.
이러한 한주소금 생산공장 문제 발생으로 수급 불안이 지속될 경우 국내 식품업계 생산 차질 및 가격상승 등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돼 왔다. 실제 작년 4월 한주소금 공장 인명사고 발생으로 2주간 공장 가동이 중단돼 생산 재개가 늦어져 농심 등 일부 식품공장은 생산라인을 멈추는 일이 발생하기도.
이에 정부는 정제염 수급 안정화를 위해 약 2000억 원을 들여 이온교환막 방식의 정제소금 제조공장 신설하는 계획안을 식품업계의 제안했다. 2안으로는 수입산 천일염 용해 방식의 정제소금 공장을 신설하고, 3안은 현재 한주소금 생산공장에 800억 원을 투자해 전면 리모델링한다는 것이다.
시설투자자금은 식품산업협회가 중심이 돼 소금 사용량이 많은 식품기업들을 중심으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후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에 대한 업계의 부담 작용과 사업을 추진하던 담당 공무원의 교체 등으로 현재는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원료 중 하나인 소금의 변경(수입산)은 사실 쉽지 않다. 때문에 업계에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한주소금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만큼 정부 주도 하에 정제염 공급 확대 방안이 하루속히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한주소금은 업계의 사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가격인상은)불가피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주소금 관계자는 “현재 한주소금의 정제염 공급가는 비슷한 수준의 품질의 일본산이나 천일염 등과 비교하면 엄청 가격이 낮다. 국내 유일의 정제염 생산공장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가격 인상이 사실 쉽지 않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4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설비의 노후화로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유지비가 사용되고 있다. 특히 소금 회사이다보니 설비 부식이 빨라 유지비가 매년 늘고 있다. 회사의 연간 수익 대부분이 유지비인 셈”이라며 “현재 생산량이 16만톤까지 떨어졌다. 업계의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수익이 발생해야 생산설비를 갖출 수 있는 것 아닌가. 회사의 입장도 업계가 조금은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식품산업협회 탈퇴 건에 대해서도 “협회의 인상 자제 요청에 탈퇴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 협회에 그러한 요구는 항상 있어 왔던 일이다. 단 소금 회사와는 성격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협회는 식품업계의 사정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소금에 대한 정보나 애로사항을 잘 알지 못해 비싼 회비를 납부하면서 회원사로 있어야 할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에 (탈퇴) 결정을 한 것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제염을 공급하다보니 독과점의 횡포라는 식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어떻게든 식품업계 정제염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사기업 특성상 받을 수도 없고, 결국 회사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것인데, 그 방법이 가격인상이라는 불가피한 결정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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