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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성장 한계 ‘프리미엄’으로 돌파

곡산 2025. 5. 22. 07:04
밀키트 성장 한계 ‘프리미엄’으로 돌파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5.19 07:55

팬데믹 전성기 지나 4000억대 정체
프레시지, 스타 셰프와 협업 ‘카레우동’ 등 선봬
쿠팡·마켓컬리 등 유명 맛집 간편식으로 차별화
서울시 전통 시장 유명 메뉴 ‘모두의 맛집’ 추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성장했던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관련 업계는 인기 맛집이나 유명 셰프와의 협업을 통한 '프리미엄'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밀키트 시장은 팬데믹 기간동안 집밥 수요 증가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지난 2018년 345억 원 규모였던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23년 3800억 원까지 커지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과 함께 외식 수요가 급증하고, 소비자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시장 성장세는 뚜렷하게 둔화됐다. 시장 1위 업체마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대기업들도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성장 정체의 위기 속에서 밀키트 업계는 '프리미엄 경험식'을 새로운 포지셔닝 목표로 삼고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실제로 밀키트 대표 기업이라고 불리던 프레시지, CJ제일제당, GS리테일 등 주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밀키트 1위 기업인 프레시지는 누적 적자가 3304억 원에 달하고,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34% 감소하는 등 수익성 악화를 기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작년 7월 밀키트 브랜드 '쿡킷' 사업을 종료했으며, GS리테일은 밀키트 팀을 해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7000억 원 규모로 예상됐던 밀키트 시장은 현재 약 4000억 원 규모로 전망치가 수정됐다.

 

성장 정체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들은 밀키트가 일반 식재료 구매보다 비싸고, 가정간편식(HMR)에 비해서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외식이나 배달 음식과 비교했을 때 만족도나 편리성 측면에서도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짧은 유통기한, 번거로운 분리수거를 유발하는 과도한 포장재, 그리고 조리 후 설거지 부담 등은 밀키트의 간편성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메뉴의 다양성 부족과 비슷한 구성에 소비자들이 쉽게 싫증을 느끼는 점, 그리고 한국 시장의 발달된 배달 인프라와 다양한 간편식 대체재의 존재 역시 밀키트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밀키트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애매한 선택지로 전락하면서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밀키트 업계는 '프리미엄 경험식'을 새로운 포지셔닝 목표로 삼고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유명 레스토랑의 맛을 집에서 그대로 재현하거나 인기 셰프의 특별한 레시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차별화된 가치 제공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하고, 기존 밀키트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가격 민감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급화, 전문화된 메뉴를 통해 특별한 날을 위한 선택지 또는 외식의 대안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이유로 현 밀키트 시장에선 대형 식품기업들은 신중한 접근을 보이는 반면, 유통 전문성과 브랜딩 능력을 갖춘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이나 밀키트 전문 기업들이 유명 IP를 결합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특히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 등 온라인 유통플랫폼에선 셰프 협업 및 맛집 IP 밀키트가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이들은 자체적인 브랜드 파워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밀키트의 주요 판매 채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IP들과의 단독 상품 출시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목란’ ‘애플하우스’ ‘경복궁’ 등 전국 유명 맛집 간편식을 단독 출시하고 있으며, 쿠팡도 최현석 셰프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쵸이닷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개발된 ‘최현석의 쵸이닷’ 등으로 프리미엄 밀키트 공략에 나섰다. SSG닷컴도 ‘고사리 익스프레스’ ‘효뜨’ ‘을지로보석’ 등 미쉐린 셰프 및 유명 맛집과 협업한 간편식을 선보인 것은 물론, 최근에는 미쉐린 가이드 원스타 레스토랑 ‘윤서울’과 빕 구르망 레스토랑에 선정된 ‘면서울’을 이끄는 김도윤 셰프와 함께 여름 간편식을 단독 개발 및 출시했다.

 

밀키트 전문 기업도 유명 셰프 및 맛집의 IP를 활용한 차별화된 제품 개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최현석 셰프와 손잡고 '쵸이닷:직원食당'을 론칭한 바 있다. 일례로 프레시지의 '한돈한우 함박 스테이크'는 최현석 셰프와의 IP 협업 제품으로 2024년에만 누적 판매량 약 220만 개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으며, 올해도 최 셰프와 '트러플 버섯 크림 리조또' '카레우동' 등을 선보이며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올해 여경래 셰프, 배우 박원숙 등 유명 스타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 부문도 밀키트 생태계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대그린푸드·네이버와 함께 시민 추천 방식으로 전통시장 맛집을 선정해 ‘모두의 맛집’ 브랜드로 밀키트를 제작 중이다. 선정된 점포는 제품 개발부터 패키지 디자인까지 전 과정을 무상 지원받는다. 현대백화점과 온라인몰에서 오는 9월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키트 시장이 팬데믹 시기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나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어렵겠지만 소비자들이 밀키트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만큼 시장 자체가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건은 차별화”라면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유명 맛집과의 제휴를 통한 RMR(레스토랑 간편식) 확대, 독특한 메뉴 개발 등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해 밀키트를 구매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특정 수요층을 공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시장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