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출범 3년 맞은 ‘비건 레스토랑’ 성적은?

곡산 2025. 5. 14. 21:18
출범 3년 맞은 ‘비건 레스토랑’ 성적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5.14 14:44

미래 성장동력 기대와 달리 수익성 걸림돌
풀무원푸드앤컬처 ‘플랜튜드’ 3호점으로 확장
신세계푸드 ‘유아왓유잇’ 운영…인기 메뉴 수출 추진
농심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육성에 집중키로
 

건강과 환경 트렌드를 타고 야심차게 출발했던 식품업계의 ‘비건 레스토랑’ 사업이 3년여 만에 확장과 축소가 교차하는 조정기를 맞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식품업계의 새로운 격전지였던 ‘비건 레스토랑’ 시장이 최근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리며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의 ‘비건 레스토랑’ 사업이 3년여 만에 확장과 축소가 교차하는 조정기를 맞고 있다. 사진(왼쪽부터)은 풀무원푸드앤컬처의 ‘플랜튜드’, 신세계푸드의 ‘유아왓유잇’, 농심의 ‘포리스트 키친’ 매장. (사진=각 사)
 

초기 비건 레스토랑은 단기 매출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식물성 식품 시장을 개척하고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는 ‘테스트 베드’로 여겨졌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 식물성 식품 경험 확대 등을 목표로 운영되는 측면이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초기 기대와 달리 현실적인 수익성 문제에 직면하면서 생존을 위한 업체별 전략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국내에 문을 연 대표적인 비건 레스토랑으로는 풀무원푸드앤컬처의 ‘플랜튜드’, 농심의 ‘포리스트 키친’, 신세계푸드의 ‘유아왓유잇’ 등이 꼽힌다. 2022년을 전후로 비건 외식 사업에 뛰어든 이들 기업은 최근 3년 사이 관련 브랜드를 폐점 또는 축소하거나, 반대로 신규 출점을 확대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건 레스토랑은 소비자들이 식물성 대체식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기존 메뉴와 비슷한 맛을 구현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초기 투자 비용, 식물성 재료 원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단기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일부 매장은 운영 효율화나 전략 수정 차원에서 문을 닫기도 했다.

 

농심은 2022년 5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포리스트 키친’을 열었으나 최근 영업을 종료했다. 농심이 개발한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제품을 활용한 코스 요리로, 개장 초기에는 높은 예약률을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개장 직후 한 달 동안에는 방문객 1000명 넘어섰고, 주말 예약률도 100%를 기록할 만큼 호응이 높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팬데믹 이후 외식 소비 둔화와 높은 고정비 부담으로 폐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심은 비건 레스토랑 운영 대신 식물성 식품 사업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사업으로 추진해 온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육성에 역량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자체 식물성 브랜드 ‘베러미트’ 접목한 메뉴를 선보이는 비건 레스토랑을 캐주얼(유아왓유잇)과 프리미엄(더 베러 베키아에누보)으로 나눠 운영해 왔다. 지난 2023년 1월 논비건·비건 메뉴를 병행 운영하는 프리미엄 비건 레스토랑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를 기존 매장을 리뉴얼해 개장했으나 1년이 채 안 돼 영업을 종료했다.

 

현재는 캐주얼 브랜드인 ‘유아왓유잇’을 중심으로 식품과 외식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 1층에 ‘유아왓유잇’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더 이상의 확대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아왓유잇’의 인기 메뉴를 활용한 제품 개발 및 해외 수출은 지속해서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비건 레스토랑의 외형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식품사도 있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2022년 5월 ‘플랜튜드’ 1호점(코엑스점)을 선보인 이후 용산 아이파크몰점(2호점), 최근 고덕아이파크디어반점(3호점)까지 열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플랜튜트는 1만원대 안팎의 가격과 떡볶이, 비빔밥 등 친숙한 메뉴를 내세워 비건 대중화를 목표로 하며, 실제 매출도 꾸준한 성장세다. 풀무원푸드앤컬처에 따르면 2024년 코엑스점 매출은 개점 첫해(2022년) 대비 139% 급증했으며, 같은 해 용산점 매출 역시 전년(2023년) 대비 127% 오르는 등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건 레스토랑 시장은 높은 운영 비용과 아직은 제한적인 수요로 인해 단기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초기 ‘테스트 베드’ 역할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기업은 매장 효율화나 제품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풀무원처럼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사례도 있어, 결국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맛과 가격, 접근성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앞으로는 레스토랑 운영과 제품 개발·판매를 효과적으로 연계하거나, B2B 시장 공략 등 보다 현실적인 수익 모델을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