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낵코너에서 벌어지는 전면표기 논쟁
[지구촌 리포트]
▶ 초가공식품에 대한 규제 강화, 새로운 라벨 도입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에 대한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가운데, 비유전자변형식품 인증 단체인 Non-GMO 프로젝트 (Non-GMO Project)는 초가공 성분이 없는 식품에 대한 새로운 라벨 도입을 발표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 (FDA)은 포화지방, 나트륨 및 첨가당을 강조하는 표준화된 포장 전면 (FOP, Front-of-Pack) 영양 라벨링을 의무화할 것을 제안했다.
⦁Non-GMO Project는 2025년 봄부터 ‘Non-UPF 검증 (Non-UPF Verified)’ 인증을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이 인증은 초가공식품과 최소 가공식품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Non-GMO Project 측은 이 인증이 과거 Non-GMO 인증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을 변화시켰던 것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는 우울증, 수면 장애, 호르몬 불균형 뿐만 아니라 심장병, 비만, 당뇨병, 암 등의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 Non-GMO Project와 링크리지 (Linkage)가 함께 진행한 2024년 연구에서는 소비자의 85%가 초가공식품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 (Innova Market Insights)의 연구에서는 소비자들이 초가공식품의 정확한 정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44%가 패스트푸드만을 초가공식품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on-GMO Project 및 푸드 인테그리티 컬렉티브 (Food Integrity Collective)의 창립자인 메건 웨스트게이트 (Megan Westgate)는 2007년 GMO 문제를 다룰 당시, 산업적 식품 생산에서 유전공학이 소비자들을 천연 식품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초가공식품이 친숙한 성분을 지나치게 변형하여 우리 몸이 더 이상 이를 식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 초가공식품의 부정적 영향 줄이기 위한 미국 정부 대책 마련 고심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Gavin Newsom)은 2024년 1월 3일 행정 명령을 통해 초가공식품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도록 주 정부 기관에 지시했다. 뉴섬 주지사는 초가공식품을 천연 식품을 최소한 또는 전혀 포함하지 않으면서, 맛, 질감, 외관 및 보존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첨가제와 함께 식품에서 추출한 화학적 변형 물질을 사용하는 산업적 조합물이라고 정의했다.
⦁이와 동시에 FDA는 포장 전면 영양 표시 (FOP) 제도를 제안했다. 새로운 라벨링 시스템은 포화지방, 나트륨, 첨가당의 1회 제공량 기준 일일 권장량 (DV, Daily Value)을 ‘낮음(5% 이하)’, ‘중간(6~19%)’, ‘높음(20% 이상)’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또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FDA.gov 웹사이트를 참조할 수 있도록 추가 정보가 제공될 예정이다. FDA의 제안이 승인될 경우 대형 식품 제조사는 3년 안에, 중소기업은 4년 안에 시행해야 한다. 칼로리 표시는 필수 사항이 아니지만, 기존 FDA 규정에 따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추가할 수 있다.

▶ FOP 라벨링 시행 국가 결과는?
⦁FOP 라벨링은 세계적으로 엇갈린 결과를 보이고 있다. 칠레와 멕시코는 고당, 고나트륨, 고지방 식품에 대한 강력한 경고 라벨을 시행했으며, 그 결과 칠레에서는 설탕 함량이 높은 음료 판매량이 첫해에 23% 감소했다. 하지만 칠레의 비만율은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며, 소비자들이 단순히 다른 가공식품으로 대체하는 ‘대체 효과 (substitution effect)’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캐나다의 ‘헬스 스타 레이팅 (Health Star Rating)’ 제도는 소비자 구매 패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으며, 영국의 ‘신호등 라벨 (Traffic Light System)’은 소비자들의 건강한 선택을 유도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비만율에 대한 장기적 효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연구에 따르면 FOP 라벨링이 일부 소비자에게 더 건강한 선택을 유도할 수 있지만, 비만율을 낮추는 해결책은 아니다. 이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은 교육 캠페인 및 식품 성분 재구성 인센티브 등의 보완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달라진 행정부, 규제 움직임 강화와 식품 대기업이 직면한 위기
⦁한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Robert F. Kennedy Jr.)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초가공식품 규제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그는 농무부 장관과 협력해 푸드 스탬프 (저소득층 식품 보조 프로그램) 수혜자의 정크푸드 및 탄산음료 구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초가공식품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식품 대기업들은 법적 대응에 직면하고 있다. 2024년 12월, 법률회사 모건 & 모건 (Morgan & Morgan)은 몬델리즈 (Mondelez), 켈라노바 (Kellanova), 네슬레 (Nestlé) 등 11개 주요 식품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 주장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의도적으로 중독성이 강한 초가공식품을 설계하고 마케팅하여 소비자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소송은 1980년대 담배 산업과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대기업들이 소비자의 식품 중독성을 조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Hilliard Law는 FDA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FDA의 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일반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인정되는) 기준이 기업들에 의해 남용되었으며, FDA가 이를 적절히 규제하지 못해 공중 보건에 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 규제, 과연 효과적일까?
⦁식품 정책 전문가 행크 카델로 (Hank Cardello)와 영양학 교수 리처드 블랙 (Richard Black)이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초가공식품 규제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기존 글로벌 정책을 검토했다. 연구 결과, 체질량지수 (BMI)가 높은 소비자일수록 영양 라벨을 읽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라벨링 규정이 실제로 비만율을 줄이는 데 기여할지, 아니면 소비자의 구매를 단순히 다른 가공식품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만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 논쟁의 중심에는 베이커리와 스낵 카테고리가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높은 설탕, 지방 및 나트륨 소비에 기여하는 주요 품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 (Innova Market Insights)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일부 카테고리를 초가공식품과 더욱 강하게 연관 짓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 결과, 소비자들은 즉석 식품 (ready-made meals)을 가장 많이 가공된 카테고리로 간주했으며, 그 뒤를 이어 케이크, 페이스트리, 과자류 등이 초가공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초가공식품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는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식품 분류 시스템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일반적으로 식품에서 추출한 물질이나 특정 성분을 기반으로 제조되며, 다양한 첨가제를 포함하여 맛과 질감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식품은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고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만, 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하고 과소비를 유발하기 쉬운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건강상의 우려를 초래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초가공식품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는 비만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칠레에서 시행된 강력한 경고 라벨 제도 역시 전반적인 건강 지표 개선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라벨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이를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연구진은 영양 라벨을 읽지 않는 소비층이 가장 위험에 처해 있는 그룹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순한 라벨링 정책만으로는 비만율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모든 초가공식품이 영양학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미 제과협회 (National Confectioners Association, NCA)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진행된 연구에서는, 소비자들이 초콜릿과 사탕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식품을 초가공식품 규제 대상으로 삼아도 비만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체질량지수 (BMI)가 가장 높은 소비자들이 주로 섭취하는 특정 식품군을 중심으로 맞춤형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시사점
⦁소매점에서의 판매 금지 및 포장 전면 경고 라벨 도입이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조치가 장기적으로 효과를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보다 전략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초가공식품을 영양학적 영향에 따라 차별화하고, 소비자들이 적절한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보다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고 전하고 있다.
▶출처
⦁UPFs: The front-of-pack battle brewing in the snack aisle
문의 : LA지사 박지혜(jessiep@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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