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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즉석밥도 저속노화가 대세…‘맵단짠’ 그만 드세요

곡산 2025. 2. 1. 09:56

편의점 도시락·즉석밥도 저속노화가 대세…‘맵단짠’ 그만 드세요

임재우 기자입력 2025. 1. 28. 09:05수정 2025. 1. 28. 09:55
세븐일레븐, ‘저속노화’ 정희원 교수와 협업
렌틸콩+잡곡밥에 샐러드·닭가슴살 등 더해
CJ도 정 교수 레시피 ‘햇반 라이스플랜’ 출시
세븐일레븐이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협업해 출시한 ‘저속노화 간편식’. 세븐일레븐 제공

 

“렌틸콩과 잡곡 비율을 두고 여러 번 실랑이를 했었는데… 저로서는 괜찮은 제품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지난 12일 자신의 ‘엑스’(X·과거 트위터) 계정에 세븐일레븐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저속노화 간편식’을 소개하면서 올린 글이다. 이 트윗은 742만번 조회되고 4만번 넘게 리트윗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맵·단·짠’(맵고 달고 짜고)으로 상징되는 간편식·가공식품 세계에도 ‘저속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정제곡물과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저당·저염 식단으로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정 교수의 조곤조곤한 ‘일갈’이 ‘도파민 자극 음식’에 익숙한 엠제트(MZ) 세대에서도 호응을 얻으면서다.

 

‘저속노화’라는 개념을 널리 알린 정희원 교수는 최근 편의점·식품업계에서‘섭외 1순위’다. 세븐일레븐은 정 교수와 협업해 4개월에 걸쳐 제품 개발에 매달린 끝에 이달 초 ‘저속노화 간편식’ 5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9월 처음 개발에 나선 뒤 정 교수의 컨설팅으로 30여번의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 “렌틸콩과 잡곡 비율을 둔 실랑이”가 빈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렇게 탄생한 ‘저속노화 간편식’은 기름지고 짠 기존의 편의점 식품을 탈피했다. ‘렌틸콩 전도사’라 불리는 정 교수와 협업한 상품답게 ‘렌틸콩 섞은 잡곡밥’이 기본 베이스가 됐다. ‘닭가슴살 스테이크 도시락’에는 백미 대신 렌틸콩 현미밥과 샐러드를 넣었고, ‘닭가슴살 잡곡밥 삼각김밥’ 역시 렌틸콩·현미·백미를 섞은 밥에 닭가슴살을 토핑했다. 유부초밥에도 렌틸콩을 활용했고, 샌드위치는 잡곡식빵을 사용해 닭가슴살 샐러드로 토핑했다.

 

“나트륨 기준, 잡곡 함량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나트륨 함량은 일반 상품 대비 최대 50%까지 줄였다”는 게 세븐일레븐의 설명이다. 편의점 도시락의 평균 나트륨 함량이 1400㎎ 가량인데, 닭가슴살 스테이크 도시락은 나트륨 함량이 590㎎가량으로 절반 이상 적다. 한 끼만으로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나트륨 권장 섭취량(2000㎎)에 근접하는 기존 편의점 도시락보다 건강에 부담이 덜하다.

씨제이(CJ)제일제당이 정희원 교수 레시피 활용해 출시한 렌틸콩 현미밥+. 씨제이제일제당 제공

 

이에 앞서 씨제이(CJ)제일제당 역시 지난해 11월 정 교수의 레시피를 그대로 차용한 ‘햇반 라이스플랜’을 출시했다. 씨제이제일제당의 햇반 라이스플랜은 정 교수의 레시피대로 렌틸콩·귀리·현미·백미의 비율을 4:2:2:2의 비율로 엄격하게 맞췄다. 이렇게 출시된 ‘렌틸콩 현미밥+’은 햇반은 11g의 식물성 단백질과 15.3g의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저속노화 소구층’을 노린 이 햇반은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매출 12억원, 누적 판매량 42만개를 돌파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정 교수는 “제 레시피를 고집했기 때문에 과정은 쉽지 않았다”면서도 “식단관리와 맛을 다 잡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코로나19 뒤 간편식·배달음식이 보편화되면서 ‘간편한 건강식’에 대한 엠제트 세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액상과당·설탕이 아닌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 감미료가 첨가된 ‘제로’ 식품의 폭발적인 성장세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3년간 지에스(GS)25에서 판매된 저당·저칼로리·제로슈가 등 제품군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2년 93.3%, 2023년 126.3%, 2024년 88.1%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14일 무설탕·무당류 브랜드인 ‘제로’가 탄생 2년 6개월 만에 누적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젊은 층의 성인병 환자 수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것도 건강식에 대한 관심과 무관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19∼2023년) 당뇨병 진료 현황을 보면, 20대 당뇨병 환자는 5년간 33.1% 급증했고, 10대는 23.7%, 10대 미만도 25.9% 늘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제품은 결국 소비자 니즈의 다양성을 반영한다.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건강 간편식’이 개발된 것”이라며 “‘맵단짠’에 익숙한 대중적 입맛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새로운 건강식 상품은 꾸준히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