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1.03 16:40
유제품·육류, 동물성 식품과 비슷한 맛에 기능성·특정 영양 추가한 제품 출시
새해 4% 늘어 1조5000억 불 시장…전자상거래 611억 불 규모
당 등 첨가물 꺼려 초가공식품 대신 최소가공식품 선호 증가
테이크아웃 확장 편의성·맛 높인 푸드투고·페이크어웨이 확산
지속 가능성 관련 재사용할 수 있는 용기 장려·재생 에너지 활용
노블 푸드 신청 시 기술 자료 제출해야…훈제 향미료 8가지 금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변화하는 소비자 행동, 공급망 중단 등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했던 작년 유럽 식품시장은 올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경제 상황 개선으로 소비자들이 점차 팬데믹 이전의 식사 습관으로 돌아가면서 외식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식료품 소매 부문 안정화로 고품질 제품에 대한 욕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0년 이후 누적되는 식품 가격 인상은 저렴한 식품 옵션을 찾는 등 소비자 행동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규제 변화도 헤쳐 나가야 할 시대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럽은 내수 침체와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식품기업들이 역량을 집중하는 신성장 전략 지역이다. 기업들은 올해 공장을 새롭게 설립하거나 영업력을 강화해 이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최근 이 지역에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K-푸드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라면, 조미김, 김치 등 수출이 계속 늘고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 마음을 움직여 확실한 수출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현지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전략과 함께 시장 상황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에 작년 12월 aT는 ‘2025 글로벌 농식품 시장 트렌드 및 전망’ 웨비나를 통해 유럽 시장을 분석, 조망했다. 웨비나에서 발표를 맡은 트레이드파트너스 조가영 연구원의 내용과 aT의 해당 보고서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2024년 유럽 식품시장 규모
조 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유럽 식품시장은 1조 4418억 달러 규모로 지난해 1조 3832억 달러보다 4.2%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품목별로는 육류가 20.3% 비중으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낙농품이 14.8%, 제과 및 스낵류가 12.4%의 비중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4% 정도 증가한 1조 500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의 전자상거래 식품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규모는 전년 대비 17.7% 증가한 611억 달러로 예상되며, 육류, 낙농품, 스낵류, 베이커리류 및 곡물 제품 순으로 비중을 차지했다.
2024년 유럽 식품시장 주요 이슈
먼저, 건강한 식품 섭취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초가공식품 대신 ‘최소한으로 가공한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
유럽 주요국에서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 비율은 평균 83%로,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페인(86%)과 프랑스(86%)다. 또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유럽 주요국 소비자의 상당수가 초가공식품 섭취를 지양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텔이 2022/2023년 조사한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를 피하려고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유럽 주요 국가 모두 70%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경향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초가공식품은 당, 가공지방, 나트륨 등 인공첨가물을 함유하고, 가공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되어 건강에 해로운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초가공식품의 과다한 섭취는 비만이나 심장질환 등 질병 유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며 소비자들은 이들 식품의 섭취에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가장 소비가 많은 초가공식품은 베이커리류(26.9%), 소시지(12.5%), 복합식품(9.5%), 마가린(7.9%), 소스류(7.6%), 청량음료(5.0%) 등이다.
두 번째로, 테이크아웃 식품에서 확장된 개념의 ‘푸드투고(Food-to-go)’와 ‘페이크 어웨이(Fake-away)’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푸드투고는 기존 레스토랑의 메뉴를 포장해 집이나 매장 외 다른 곳에서 소비하는 테이크아웃의 개념에서 시작해 그 범주가 확대된 것으로, 최근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메뉴, 식사 배달 서비스, 사전 포장된 즉석식품, 구매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편의 식품 등 다양한 범주를 아우르는 개념을 말한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편의성을 높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푸드투고는 맥킨지가 유럽 식품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4년 유럽 식품시장의 5대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힐 정도였는데, 소비를 유도함과 동시에 기업의 마진을 높일 수 있어 시장 성장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페이커 어웨이는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테이크아웃 음식을 구현한 요리를 말하는 것으로써, ‘가짜’를 의미하는 ‘fake’와 ‘테이크아웃(take-away)’을 합친 신조어다. 코로나19 시기 집에서 레스토랑의 메뉴를 유사하게 구현한 식품을 소비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유럽의 외식물가 상승으로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소비 동향이 발생하며 집에서도 레스토랑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상품화된 페이크 어웨이 식품이 주목받고 있으며, 저렴하고 편하게 레스토랑의 메뉴를 즐길 수 있어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식품 유통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주목받았다. 대표적인 활동이 재생에너지 사용과 포장재 사용 감축이다.
2024년 7월, 까르푸는 프랑스 전역 350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2023년까지 매장 운영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국의 막스&스펜서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 90만 제곱피트 규모의 유통센터 옥상에 2만 4000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해 소비자가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유럽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40% 이상이 일회용 용기, 식품 포장, 개인 위생용품의 포장재로 사용되며, 식료품 소매업체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주요 사용처로 지목받고 있다. 특히 영국 슈퍼마켓에서 연간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298억 개로 에펠탑 90개의 무게와 유사한 약 89만 6853톤의 플라스틱 포장재가 폐기되어 유럽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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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국의 웨이트로즈(Waitrose)는 2019년 고객이 직접 포장 용기를 가져와 맥주, 와인, 시리얼 등 식품을 필요한 만큼 담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며 일회용 포장재 사용량 감축에 일조하고 있다. 해당 판매 정책이 시작된 이후 무포장 제품 판매가 증가하였으며 특히 냉동 과일 및 채소 부문의 무포장 제품 판매는 50% 이상, 콩류, 파스타, 곡물류 판매는 8%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스&스펜서 역시 2020년부터 포장 없는 리필형 식료품 판매 콘셉트 ‘Fill Your Own(직접 담아가세요)’을 도입하였고 2021년에는 해당 콘셉트를 영국 전역 8개 매장으로 확대 적용했다. 2024년에는 영국 전역 300개 이상의 매장에서 운영되는 모든 카페와 푸드홀에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컵을 도입할 계획을 발표하였고, 재사용이 가능한 컵을 지참한 고객에게는 음료 가격의 50펜스를 할인하고 있다.
2025년 유럽 식품시장 전망
첫 번째는 식품 소비 양극화가 재도래할 예정이다.
유럽의 식품 부문 인플레이션은 2023년 3월 사상 최고치인 17.5%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해 2024년 9월에는 1.7%로 집계됐다. 식품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식료품 거래량도 2023년 말부터 증가세로 전환했으며, 맥킨지도 작년 말부터 유럽의 식료품 거래량이 성장세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2025년 유럽 식품시장에서는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가격 중심의 소비와 고품질 프리미엄 식품을 선호하는 양극화 현상이 다시 발생할 전망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의 식품 부문 지출 감축 의향은 2023년 대비 줄어든 반면, 고품질 및 프리미엄 식품 소비 의향은 증가했다. 특히 건강한 식습관과 균형 잡힌 영양을 위한 식품, 지속 가능성과 안전한 섭취를 위한 유기농식품, 친환경 제품 및 로컬푸드 등이 고품질 및 프리미엄 식품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식품 물가가 안정화되며 이러한 제품군에 대한 지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식물성 식품시장의 고도화가 예상된다.
유럽 소비자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은 편으로 식물성 식품의 수용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며 건강 증진, 환경적 지속 가능성, 윤리적 소비와 같은 가치관에 기반하여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다. 또한 지속 가능한 식물성 식품 소비를 장려하는 유럽 정부의 지원정책 역시 시장 성장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시장 성장과 더불어 식물성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더욱 향상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노바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의 31%는 저렴한 식물성 유제품을 요구하며, 23%는 식물성 유제품의 맛과 풍미 향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식물성 육류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25%가 단백질 함량이 더 높은 제품을 요구했으며, 20%는 지방 함량이 적은 제품을 희망했다. 독일의 비영리단체 프로베지(ProVeg)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8%가 식물성 식품 구매 시 ‘가격’을, 30%가 ‘맛’을 가장 큰 장애 요소로 꼽았다.
이러한 수요에 부합하기 위해 맛과 풍미를 높이고 기존 동물성 제품과의 맛을 유사하게 구현한 제품은 물론 기능성 및 특정 영양성분을 추가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또한 식물성 식품의 맛과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식품을 소비할 때 데이터가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의 요구와 가치에 부합하는 식품을 소비하는 경향에 따라 식품이 소비자의 요구와 가치관에 부합함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EIT 식품 소비자 관측소(EIT Food Consumer Observatory)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의 67%는 식품 라벨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네덜란드 현지 매체는 식품 관련 정보 제공만으로도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품 원산지를 확인하거나 원재료 영양성분을 분석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소비자가 정보를 기반으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한 식품 소비는 올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개인의 건강 상태나 식습관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식단이나 영양을 설계하는 영양분석 수요가 지속해서 성장할 전망으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2025년 7억6천만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해야 할 2024년 유럽 식품 규제
우선 2024년 10월 노블푸드 허가 신청 지침이 개정됐다. 2025년 2월부터 유럽식품안전청에 노블푸드를 신청하는 경우, 식품에 대한 기술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 기술자료에는 알레르기 항원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알레르기 유발 여부가 알려지지 않는 노블푸드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이 소재와 원료에 대한 포괄적인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작년 7월부터는 8가지 훈제 향미료를 안전상의 이유로 식품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훈제 향미료는 어류와 육류, 유제품, 소스 등 다양한 식품의 훈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향과 맛을 가미하는 물질을 뜻하는 것으로, 금지된 훈제 향미료는 △Scansmoke PB 1110(SF-001) △SmokEz C-10(SF005) △Zesti Smoke Code 10(SF-002) △SmokEz Enviro-23(SF-006) △Smoke Concentrate 809045(SF-003) △proFagus-Smoke R709(SF-008) △Scansmoke SEF 7525(SF-004) △Fumokomp Conc.(SF009) 등이다.
해당 조치에 따라 식품 업계는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의 유예 기간 이내 훈제 향미료의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데, 수프와 소스 등에 첨가되는 훈제 향미료는 2026년 7월까지 사용될 수 있으며, 햄과 치즈, 생선 등 전통적인 훈제 식품에 첨가되는 훈제 향미료는 2029년 7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작년 4월에는 포장재 폐기물을 감축하기 위한 규칙이 채택됐다. 여기에는 2030년 포장재 폐기물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시행할 네 가지 방안이 포함됐다.
먼저 식품과 접촉하는 포장재는 과불화화합물의 사용을 제한하며, 운송 및 전자 상거래 관련 포장 시 ‘빈공간’ 비율을 최대 40%로 제한한다.
또 2030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특정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제한한다. 여기에는 신선 과일 및 채소 포장에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과 외식매장의 음식 및 음료 포장에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식음료점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소스류의 플라스틱 포장, 15㎍ 미만의 비닐봉지 등이 해당한다.
재사용 및 개인 용기 사용도 장려하는데, 2030년부터 음료 및 식품 포장 시 외식매장은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 없이 재사용 및 개인 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 회원국은 2029년까지 보증금 반환 시스템을 구축해 90%의 일회용 플라스틱병, 금속 음료 용기의 수거율을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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