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분석,동향

세계 식음료 신제품 감소 속 PB 득세

곡산 2024. 8. 19. 20:39
세계 식음료 신제품 감소 속 PB 득세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08.19 07:51

민텔 추세 분석…코로나 이후 소비재 혁신 위축
17년간 신제품 26%로 반토막…미국인 3명 중 1명 NB보다 PB
소규모 직판 진입장벽 낮아져…AI 제품 개발에 온라인 판매

전 세계 식품 신제품 출시 비율이 매년 감소하고, 유통업계의 PB(자체 브랜드) 제품이 주목을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텔에 따르면 식음료 신제품 출시 비율은 2007년 50%에 비해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26%로 감소했다. 이는 다르게 보면 라인 확장, 재구성, 새로운 패키징 등 ‘리노베이션’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텔 식음료 부문 애널리스트 디렉터 조니 포시이스는 “코로나19 이후 식품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새롭지만 익숙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신규 버라이어티·확장 또는 신규 패키징을 출시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는 전 세계 식품산업에 큰 성장의 발판이 됐지만 연구개발(R&D) 측면에선 도움을 주지 못했다.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전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줬고, 각 국가들도 방어에 나섰다.

조니 포시이스는는 “재료비 상승, 원자재 부족, 규모 축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제품을 재구성해야하는 상황에서 식품기업들은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는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소비자들은 새롭고 흥미로운 제품을 발견하는 것보다 가격 대비 더 큰 가치를 얻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실제 식음료를 포함한 전 세계 소비재 혁신은 코로나 직전연도인 2019년 42%에서 2024년 첫 5개월 동안 약 30%대로 감소했다.

제공=민텔 GNPD

조니 포시이스는 식품산업의 이러한 경향은 이커머스 채널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식음료 제조업체는 신선한 식음료 배송을 위한 복잡한 공급망, 낮은 마진, 온도관리의 필요성 등에 대처해야 했기에 뷰티, 생활용품 등과 같은 카테고리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는 가성비를 갖춘 PB제품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고, NB제품이 지금과 같이 도태되고 있을 경우 2025년 이후에는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민텔 측은 분석했다.

조니 포시이스는 “PB제품의 역습은 대형 식음료 브랜드들의 혁신성 결핍이 주효했다. 지난 몇 년간 대형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상당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러한 점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텔이 최근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3분의 1(31%)이 지난 2개월 간 PB제품을 NB제품 보다 더 많이 구매했다고 답했으며, 이들 응답자 중 80% 이상은 앞으로도 지속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보였다.

조니 포시이스는 “AI와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소규모 직접판매 브랜드의 진입장벽은 낮아졌다. 이런 소규모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브랜드 자산과 매출을 확보하고,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쌓은 후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오프라인 리테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알고리즘으로 얼마든지 혁신을 강화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만들고, 소비자 인사이트를 개발하고, 고객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규모가 작다고 해서 불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헝가리의 에너지 음료 ‘헬(Hell)’은 AI를 활용해 신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했다. 이는 사람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과 같은 소규모 팀으로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AI가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출시도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는 게 민텔 측의 분석이다.

조니 포시이스는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소규모 브랜드에 맞서기 위해 대형 브랜드는 ‘기회의 공백(white space)’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더욱 민첩하고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며 “AI는 리테일 기업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AI 알고리즘을 통해 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더 나은 자체브랜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혁신은 2020년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발생할 도전과 경쟁에 맞서 대형 소비재 브랜드가 생존하고 번창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