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4.18 07:55
식품 업체 입점 늘고 역직구 노려…판로 확대 긍정적
지속할 수 없는 구조…차별성 사라지면 경쟁력 의문
고물가가 지속되며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공격적인 진출 전략이 더해지며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업계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매출이 처음으로 대형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출을 넘어섰고, 이런 추세는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이며 온라인 강세 흐름은 더 빨라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가공식품부터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마저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사례가 급증했고, 최근엔 물가 급등으로 인해 온라인 최저가 상품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더욱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일명 ‘C-커머스’들이 초저가·가성비 공세로 국내 유통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자 국내 업체들이 맞불 대응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테무의 한국인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29만6000명으로 한 달 전보다 42.8% 늘었다. 같은 기간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수는 887만1000명으로 전달 보다 8.4% 증가했다. 이들은 국내 1위인 쿠팡(3086만명)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11번가(740만명), G마켓(548만명), 위메프(411만명), 티몬(380만명) 등 국내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MAU를 훌쩍 넘겼다.
이러한 성과는 C-커머스들의 업계 최저가를 주장하는 대대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테무는 ‘초저가’를 강조한 광고의 잦은 노출로 소비자를 유입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신규 회원을 늘리기 위해 현금성 쿠폰을 배포하고, SNS나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PPL광고를 통해 적극적인 노출을 감행했다. 덕분에 이용자 수는 출시 초기와 비교해 16배 가량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무서운 속도로 진격 중이다. 알리는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1000억원 페스타’를 열면서 타 플랫폼에서 더 비싼 상품을 발견하면 차액을 돌려주는 ‘최저가 도전’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또 한국 업체를 대거 입점시키기 위해 작년 10월부터 한국산 상품 채널 'K-베뉴(K-venue)'를 만들어 입점·판매수수료를 면제했다. 특히 K-베뉴 카테고리에는 알리의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통해 중국 등 해외 소비자에게 국내 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역직구’를 노리는 CJ제일제당, 농심, 남양유업 등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다수 입점했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들의 진출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국내 유통기업들의 위기의식도 고조되고 있다. 쿠팡도 2022년부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지만 지난 10년간 6조원의 적자를 냈고, SSG닷컴, G마켓, 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사들도 지속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은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진출에 대응해 품질력을 검수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전국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물류와 배송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8곳 이상 지역에서 신규 풀필먼트센터(FC)를 운영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무료 로켓배송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식품 버티컬 전문관’과 소포장 신선식품 브랜드 ‘하루’를 론칭, 1~2인 가구 수요를 잡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온라인에 밀려난 오프라인 대형마트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마트는 초저가 공산품·가공식품 중심의 노브랜드와 구분되는 별도의 ‘초저가 식료품 전문 매장’을 연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내 최소 5곳 이상의 출점 대상지를 확보하고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의 신규 출점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알리·테무의 식품 분야 진출에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업계는 C-커머스가 국내 타 이커머스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이 초저가인데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그들의 경쟁력은 곧 사라진다고 예측하고 있다. 또 플랫폼 신뢰도 측면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이 신선도나 안전이 보장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놔두고 굳이 알리·테무로 넘어가겠냐는 의문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한 체질 개선에 몰두하는 와중에 C-커머스의 초저가 물량 공세에 직면해 고민이 깊다”며 “전국적으로 효율적인 물류 체계도 갖추고 있어 신선도나 신뢰도 측면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국내 플랫폼의 강점을 바탕으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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