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11.25 14:01
진짜 우유와 흡사…기후 위기 극복·지속 가능성 측면 잠재력
‘퍼펙트 데이’ 실험실 합성 우유 단백질, 영양 동일…B2B 판매
‘뉴 컬처’ 비동물성 치즈 제조 추진…CJ서 대규모 투자 유치
바이오 밀크 ‘세포 배양 모유’ 특허…수년 내 관련 제품 상용화
소비자 안전성 등에 의구심…GMO로 오해 않게 작명 잘 해야
대체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이 밀크와 아몬드 밀크, 오트 밀크 등 식물성 우유와는 전혀 다른 비동물성 유제품에 대한 관심과 개발이 뜨겁다. 특히 세계적인 기술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서는 미생물 정밀 발효 기술로 구현한 비동물성 우유와 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한 젖소 없이 만드는 진짜 우유가 개발되고 있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다음에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이 소개한 관련 내용을 재정리했다.
대체 단백질 수요, 식물성에서 비동물성으로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우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 생산량도 크게 늘어, 2020년 약 9억9800만 톤의 우유가 생산됐다. 이는 2010년 전 세계 우유 생산량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엄청난 양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길러지는 약 2억7000만 마리의 젖소들이 메탄가스와 아산화질소 등을 생성하면서 기존 낙농업이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커지면서 대체 단백질 부문은 푸드 테크 분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사적자본시장 전문 리서치 기관 Pitchbook에 따르면, 대체 단백질 부문은 잠재적인 재정적, 사회적 및 환경적 기회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2021년 한해만 밴처캐피탈(VC) 자금이 60억 달러에 도달해 2020년 총 거래가치의 2배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유와 치즈, 요거트, 아이스크림으로 대표되는 유제품 부문에서 대체 단백질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대두, 완두콩, 귀리, 쌀, 대마, 아몬드, 캐슈넛 등 식물성 원료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떠올린다. 실제로 미국의 식료품점에서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유제품은 기존의 동물성 유제품과 거의 동일한 비율로 진열돼 있어 찾기 어렵지 않고 식물성 유제품만을 소비하는 소비층도 많다.
하지만 식물성 유제품을 만들기 위해 식물을 재배하면서 여전히 삼림 벌채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식물 기반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적고 맛과 풍미가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식물 기반 단백질은 커피에 응고되고 버터나 치즈를 만드는데 적합한 지방과 단백질이 없어 제품을 다양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 단백질을 합성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우유 단백질을 생산하는 정밀 발효 기법과 젖샘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세포주를 활용해 우유를 제조하는 세포 배양 기법이 빠르게 발달했고, 여기에서 합성된 대체 단백질로 제조된 우유 및 유제품들이 이미 상용화되거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제품은 현재 비동물성 혹은 젖소 없는 유제품이라는 용어로 지칭되고 있는데, 영양이나 맛 면에서 식물성 우유와 달리 진짜 우유에 가깝다. 또 젖소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제조된 것이므로 환경에 대한 영향이 기존 낙농업에 비해 현저히 적어 기후 위기 극복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생물 정밀 발효 기술로 구현한 비동물성 우유
2014년 설립된 퍼펙트 데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동물 없이 실험실에서 우유 단백질을 만들어 낸 기업이다. 퍼펙트 데이는 2021년 10월 약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고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 7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우유 단백질은 미생물을 이용한 정밀 발효 기법을 통해 실험실에서 합성된 것으로, 미생물 발효로 설탕에서 우유 단백질을 만들어냈지만 동물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영양학적으로 동일하다.
퍼펙트 데이는 본래 동물 없이 유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는 단순한 목표로 출발했다. 하지만 자사의 우유 단백질 제조과정이 물 소비량을 최대 99%까지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97%까지 줄이는 등 ISO 기준 전 과정 평가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다. 이에 해당 기술과 비즈니스가 글로벌 식품 공급망 전반에 걸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른 식품 회사들에 자사에서 제조한 단백질을 판매하는 B2B 비즈니스로 전환했다.
베터랜드, 보얼드 카우, 브레이브 로봇, 캘리포니아 퍼포먼스 등의 식품 회사는 퍼펙트 데이의 우유 단백질을 활용해 우유, 아이스크림, 단백질 파우더, 프로틴바, 크림치즈 등 다양한 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중 베터랜드는 퍼펙트 데이의 우유 단백질을 활용해 우유와 프로틴바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스타벅스 시애틀 매장 두 곳에서는 베터랜드의 비동물성 우유를 이용한 2% 바리스타 블렌드 라떼 커피를 시험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2018년 설립된 뉴컬처는 ‘소 없는 치즈’라는 슬로건으로 비건을 위한 비동물성 치즈를 개발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기존 치즈와 비슷한 맛·냄새·질감을 구현하는 모짜렐라 치즈로, 미생물 정밀 발효 기술로 합성된 우유 단백질로 제조한 것이다. 2022년 11월 CJ 제일제당으로부터 2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고 비건 치즈 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
한편 네슬레도 자사가 새로 설립한 미국 R&D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정밀 발효로 합성된 우유 단백질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한 젖소 없이 만드는 동물성 우유
세포 배양 유제품은 미생물 정밀 발효 유제품에 비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지난 몇 년간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세포 배양 유제품 역시 식물 기반 대체 단백질 식품 대비 환경 영향이 적고 지방을 비롯한 필수 영양소 및 미량 영양소를 완전히 보유하고 있어 실제 유제품과 동일한 영양학적 특성을 보유한다.
2021년 설립된 브라운 푸드는 젖소의 세포 배양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진 UnReal Milk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조만간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전망인데, 이 회사 CEO는 인터뷰에서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을 생산하는 전체 유전 구조를 가진 포유류의 유방 세포를 이용하면 기존의 우유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우유를 제조할 수 있으며 염소 우유에서 인간 모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우유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식품 시스템이 동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기반 터틀트리는 최근 미국 새크라멘토에 대규모 R&D 시설을 건설하고 세포 기반 우유 및 유제품 성분을 소비자 시장에 제공하기 위한 상업화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기업은 독점적인 세포 기술과 정밀 발효 기술을 활용해 최신 ISO 표준에 따라 천연으로 간주된 락토페린, 모유 올리고당(HMO) 및 알파-락트 알부민을 포함해 모유와 우유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고기능성 성분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 잠재성을 인정받은 터틀트리는 최근 VERSO 캐피탈이 주도하는 시리즈 A 펀딩 라운드에서 3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받고 다양한 B2B 파트너십을 통해 곧 미국에서 첫번째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4~5년 내에는 세포 배양 우유를 완전히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에 설립된 바이오밀크는 인간의 유방세포에서 배양된 모유를 생산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세계 최초로 체외에서 세포 배양 모유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바이오 밀크가 생산한 세포 배양 모유에는 모유 단백질, 생리활성 지질, 모유 올리고당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유아용 조제분유와 달리 고도불포화지방산(PUFA)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역관은 비동물성 유제품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아직 생소한 분야의 식료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해당 제품을 받아들일 것인지 충분한 사전 시장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무역관이 인터뷰한 식품 전문 컨설팅 관계자는 비동물성 유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정밀 발효 기술이나 세포 배양을 통해 단백질을 제조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점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특히 많은 이가 제품이 천연인지 인공인지 알고 싶어하며 제품이 얼마나 안전한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품의 라벨링에도 유의해야 하는데, 동물 없는 유제품, 젖소 없는 유제품, 차세대 유제품, 배양된 유제품 등의 용어는 직관적이고 긍정적인 제품상을 떠올리게 해 선호도가 높지만 ‘생체-동일 유제품’, ‘병렬 유제품’과 같이 식품 이름으로 적합하지 않거나 명확성이 떨어지는 용어는 선호도가 높지 않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DNA와 같은 용어는 소비자들이 유전자 조작과 관련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해당 표시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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