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2021결산/2022전망-라면] 한류와 함께 ‘K-라면’ 열풍…수출 6억7400만 불 역대급

곡산 2022. 1. 12. 13:00
[2021결산/2022전망-라면] 한류와 함께 ‘K-라면’ 열풍…수출 6억7400만 불 역대급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1.10 13:15

신라면·삼양식품 선전…해외 매출 비중 50% 넘어
오뚜기·팔도도 동남아 등 국외 시장 개척에 박차
계절면 등 상승세…프리미엄 제품 실적은 기대 이하
원재료·운임 올라 부담…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개선

작년 라면 업계는 한국 드라마, 영화 등 한류열풍을 타고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K-라면’ 열풍을 불러왔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최대 호황을 누린 라면 업계는 작년엔 곡물 등 원재료 가격와 운임비 등 제반 비용이 크게 상승하며 수익성 측면에 있어 전년 대비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였지만 해외에서 K-영화,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해외 판매량이 크게 증가, ‘K-라면’의 인기를 크게 구가했다. 국내 라면 시장의 한계를 해외 매출 확장으로 보완하면서 성장을 지속한다는 것이 업계 전략으로 해석된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 식품업체들의 라면 수출은 코로나19와 한류열풍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전년대비 11.8% 증가한 6억7460만달러 수출되면서 지난 2020년 기록한 사상 최대치인 6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올해엔 해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공장 증설 등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업계는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류열풍에 따른 수요 증가로 라면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K-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라면 시장의 부진한 실적을 메꿔준 셈이다. 이에 라면업계는 공장 증설 및 안정적 공급망 구축 등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의 판매가격 인상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올해 원자재 가격 인상과 해외 운송비 부담이 이어지자 제품 가격을 줄인상했다. 작년 7월에는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농심, 삼양식품, 팔도가 각각 6.8%, 6.9%, 7.8%씩 올렸다.

작년 라면 시장에도 ‘가심비’를 중심으로 한 식품 트렌드에 따라 프리미엄화의 바람이 불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간편식들이 차별화 전략을 꾀한 데 이어 라면 시장 또한 고급화를 통해 시장 활로를 되찾기 위한 방책인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도 고성장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진화를 선포한 하림은 프리미엄 제품 ‘The 미식 장인라면’을 출시, 라면 사업에 진출했다. 출시 초기 광고모델인 이정재의 라면으로 불리며 개당 2200원이라는 초고가 라면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그에 비해 실적은 좋지 않았다는 평이다. 또 오뚜기가 작년 고급 라면 브랜드로 선보인 라면비책의 ‘닭개장면’도 1800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기존 라면 제품 대비 큰 차이점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는 냉담한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농심은 ‘신라면’의 가격을 작년 8월 7.6% 인상해 676원에서 736원으로 조정했다. 신라면 외의 인기품목인 △안성탕면 6.1% △육개장사발면 4.4%도 인상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농심의 영업이익이 2배는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작년 ‘사천백짬뽕’을 비롯해 ‘배홍동 비빔면’ ‘신라면 볶음면’ 등 신제품을 출시해 히트 상품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큰 호응에도 불구하고 농심의 매출 실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2014년 이후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주력 브랜드인 신라면의 점유율이 하락했고, 타사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농심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해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청도공장(1998년), 중국 심양공장(2000년), 미국 LA공장(2005년)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했고, 농심재팬(2002년)과 농심호주(2014년), 농심베트남(2018년), 농심캐나다(2020년) 등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을 세워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춤으로써 현지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신라면’의 경우 작년 3분기까지 누적 해외 매출액이 370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외 총매출액(6900억 원)의 53.6%를 차지했다. 신라면이 지난 1986년 출시된 이후 해외 매출액이 국내 매출액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은 해외 매출 성장의 기세를 몰아 올해 해외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완공 예정인 미국 제2공장에 봉지면 1개 라인과 용기면 2개 라인 등 3개의 생산라인을 추가해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와 남미 지역까지 공급량을 늘린다. 제2공장을 가동하면 미국 현지 생산량은 5억개에서 8억5000만개로 증가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합산 북미법인 생산능력은 기존 최대 약 4500억 원에서 40% 이상 추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작년 12월엔 미국 제2공장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이병학 생산부문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부사장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취임해 박준 부회장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농심을 이끌게 됐다. 농심 측은 신라면의 해외 매출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수년 내 회사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을 현재 30%대에서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작년 농심은 비건 시장에도 뛰어들어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도 선보였다. 올해엔 식품업계 최초로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향후 수출 전진기지가 될 밀양 신공장과 중국, 미국, 일본 현지 판매법인을 통해 수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인기 등에 힘입어 국내외 수요가 크게 늘며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4년간 해외부문 연평균성장률이 약 40%에 달한다. 이 기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25% 수준에서 50%대로 크게 높아졌다. 생산공장 가동률은 2019년 이후 약 70% 수준에 이른 상태다. 지난 3분기 평균 가동률은 68.3%였다.

삼양식품은 작년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했고, 중국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 또 올해 1분기 중 신공장인 밀양 스마트팩토리를 완공한다. 신공장은 총 4개 생산라인으로 연간 생산량은 6억개 수준으로 이를 더하면 삼양식품은 원주·익산의 연간 최대 생산량 12억개를 포함해 총 18억개로 50% 늘어날 예정이다. 스마트팩토리로 구성된 신공장 완공 후엔 해외 지역별로 다양한 수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어 수출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지 판매법인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이번 공장 증설을 계기로 해외 매출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미국 현지법인인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했고, 지난 10월에는 중국 현지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 설립을 위한 출자도 마무리했다.

김정수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해외사업을 전담토록 한 것도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양식품은 최근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장재성 전략운영본부장(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진을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김 부회장은 해외영업본부장을 겸직하며 국제 영업·마케팅·제품 개발에 전념하고, 기획·재무 등 관리 부문은 전문경영인인 장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미국법인과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업무협약(MOU)을 추진하는 등 해외사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해외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며 “김 부회장이 해외영업본부장을 맡으며 해외사업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작년 라면값을 올리고 B2B 생산을 늘리면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냈다. 코로나19 확산 후 원가 상승 부담에 13년만에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 밖에도 열라면에 ‘순두부열라면’ 레시피의 인기와 SNS를 통한 역주행으로 전년대비 약 50% 이상의 매출 상승을 보이는 등 대표제품인 진라면에 비해 큰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던 라면 제품의 매출 성적 상승을 보였다.

아울러 3분요리와 탕국찌개로 대표되는 기존 상온 HMR 제품에 더해 ‘오즈키친’ 브랜드로 대표되는 냉장냉동 제품의 출시도 이어졌다. 올해는 주식·부식·간식까지 간편하게 고급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프리미엄급의 간편식 제품의 비중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또 작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맥도날드 ‘더 BTS 세트’에 포함된 소스 2종을 제작·공급하는 등 기업간 거래(B2B) 매출이 늘었다. 오뚜기는 라면 업계에서 가장 B2B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전체 매출의 30~40%가량을 차지한다. 맥도날드가 50개국에서 판매한 BTS 세트 속 스위트 칠리·케이준 소스 2종도 공급 중이다. 국내는 물론 태국, 대만, 홍콩 등 BTS 세트를 판매하는 아시아 지역에도 수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B2C거래에 한정하지 않고 B2B로 확대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SG경영을 위한 친환경 패키지로의 변경도 작년 진행했다. 오뚜기는 포장규격을 개선하고 포장재 재질을 변경했다. 프레스코 스파게티 소스 제품에 접착제나 잔여물이 남지 않아 분리배출이 쉬운 리무버블 스티커 ‘이지필’을 적용했다. 3분 조리 제품류 박스 재질을 변경하고 박스 크기를 줄여 종이 사용량과 포장재 두께도 감소시켰다.

올해 오뚜기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품목 다각화와 신제품 개발,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실적 개선과 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뚜기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 미국, 베트남, 중국, 뉴질랜드 등 4개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베트난 법인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팔도는 농심이 작년 비빔면과 볶음면 시장에 모두 출사표를 던지면서 작년 초부터 계절면과 라면 경쟁에서 아낌없이 투자를 이어간 결과 ‘팔도비빔면’ ‘틈새라면’ 등 대표제품에서 증가한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팔도비빔면 모델로는 배우 정우성을, ‘틈새라면’ 브랜드 가수 제시를 선정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또 ‘틈새’ 브랜드를 앞세워 HMR 시장 확대에 나섰다. ‘틈새치즈떡볶이’에 이어 ‘틈새맛김치’ ‘틈새레드페퍼’ 등 매운 라면에 속하는 ‘틈새라면’의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기존 제품들보다 훨씬 더 강렬한 매운맛 간편식 라인업을 확대 출시했다. 컬래버레이션 제품 출시도 시도했다. 팔도비빔면과 팔도비빔장을 이용해 작년 9월엔 파리바게뜨와 ‘팔도비빔빵’을, 피자헛과는 ‘팔불출 피자’ 등을 개발해 내놨다.

수출에 있어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최근 팔도는 현지 주요 채널 입점 확대를 추진하면서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수입 식품에 대해 안전하고 품질이 높다는 인식이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등 총 33개국에서 판매 중이며 어린이음료, 라면 등 제품이 진출해 있다. 어린이 식품에 있어서는 ‘뽀로로’ 캐릭터를 앞세워 핫도그, 워터젤리, 포켓죽 등 제품군을 확장해 오고 있으며, 올해는 ‘틈새’ 브랜드를 활용한 간편식 제품도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업계에 따르면 팔도는 올해 빙그레와 손잡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계약을 맺어 1998년 출시됐던 ‘매운콩라면’ 재출시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생산 및 포장은 팔도가 맡고, 유통·판매는 빙그레가 전담하는 형태다. 빙그레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매운콩라면을 판매할 예정이다.

라면 업체들의 실적은 올해도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원재료 단가 상승 압박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낸 라면 기업들은 판매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때문에 국내 법인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또 해외 매출액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대표주자들의 공장 증설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며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며, 빙그레, 하림 등 후속주자들도 지속 진출을 선포하며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